분류 전체보기512 물을 좋아하는 단단한 나무, ‘물박달나무’ 입력 2017.02.22 10:05 나무를 볼 때 대부분의 사람들은 꽃이나 열매를 본다. 다른 나무와 구별 하기에 가장 뚜렷하기 때문이다. 그런데 물박달나무만은 다르다. 이 나무를 알아보는 가장 쉬운 방법은 나무껍질을 보는 것이다. 굳이 고갤 들어 올려다보거나 나뭇잎 속에 숨어있는 꽃이나 열매를 찾아 숨바꼭질 할 필요 없이 편하게 눈높이의 나무줄기만 봐도 안다. 어린 시절 학교 다닐 때 청소시간에 허릴 굽혀 빗자루질을 할 적에 친구들 발만 봐도 누구인지 알아맞힐 수 있었다. 그런 필자를 친구들은 신기하다 말하며 함께 알아맞히기 놀이를 했는데 이 나무는 그런 느낌이다. 마치 나무줄기만 보이며 “내가 누구일까 알아맞혀봐” 하는 것 같다. 그런데 너무 쉽다. 물박달나무의 줄기는 껍질이 여러 겹으로 겹쳐져 있다.. 2021. 7. 10. 찬란하고 쓸쓸한 나무, ‘버즘나무’ 입력 2017.02.09 09:39 초등학교 시절, 학교와 집까지 어린 아이 걸음으로 족히 한 시간은 되는 거리에 살고 있었다. 바쁜 아침엔 버스를 타고 갔고 한가하고 뭔가 재밌는 꺼리를 찾는 오후 시간엔 걸어서 집에 오곤 했다. 학교와 집은 도심 한 가운데 있었기에 집에 가는 길은 심심하지 않았다. 형형색색으로 모양과 크기도 다양한 글자가 써 있는 간판 읽는 재미에 푹 빠져 그 길이 멀어 보이지 않았다. 행여나 간판이 바뀌거나 하면 ‘틀린 그림 찾기’ 하는 기분이었다. 그러나 그런 날은 자주 오지 않았다. 간판 읽기가 지루해질 때쯤이면 고개를 돌렸다. 간판은 가는 길 오른쪽에 있고, 왼쪽엔 플라타너스가 있었다. 끝도 없이 죽 이어진 플라타너스나무는 거대한 거인들이 마치 어린아이를 내려다보며 지켜주는 듯.. 2021. 7. 10. 열매를 보고 알았네 ‘노박덩굴’ 입력 2017.01.18 11:34 노박덩굴을 처음 알게 된 건 겨울이었다. 집 근처 작은 산이 시작되는 언덕 아래 나무들 사이에서 주렁주렁 매달린 빨갛게 생긴 작은 열매들이 눈에 들어왔다. 자세히 보니 노란 껍질이 벌어져있고 그 안에 빨간 알맹이가 들어 있었다. 노랑과 빨강의 조합은 꽃이 아니더라도 눈에 띄는 색이다. 기다란 줄기에 잎도 하나 없이 열매만 다닥다닥 붙어 있는 모습은 마치 인위적으로 만든 조화 같았다. 한줄기 꺾어 집에 가져다 놓고 싶은 충동이 일만큼 깜찍하고 예뻤다. 노박덩굴은 우리나라 중남부지방 나지막한 산지에서 아주 흔하게 자라는 덩굴나무다. 이웃 나무를 감아 올라가거나 바위에 기대어 길이 10m 정도까지 뻗어 나간다. 햇빛을 좋아하기에 큰 나무들이 차지한 숲 안쪽으로는 들어가지 않.. 2021. 7. 10. 고향 벚나무와 느티나무의 추억 입력 2014.12.22 11:43 신승희(생태환경교육협동조합 숲과들) 고향 이야기는 항상 즐거운 이야기만 있지 않다. 부모 형제에 관한 가슴 아픈 이야기가 나올 수도 있고 두근두근 첫사랑 이야기가 나올 수도 있다. 그러나 고향 이야기는 마치 안개 가득한 호숫가를 건너오는 것처럼 촉촉하고 정겨운 기억으로 온다. 남사면 완장리 800년 된 노거수 아래에서 시작된 식물수다는 끝이 없는 기차를 타듯 끊임없이 고향이야기를 쏟아냈다. 우리나라에서 유일하게 스위치백이 있던 곳 강원도 삼척의 도계이야기로 넘어갔다. 도계는 일제시대부터 광산촌으로 개발된 곳이다. 그 덕에 산업문명의 혜택을 아주 일찍 보게 된 마을이었다. 요즘에야 흔하게 보이지만 1970년대 당시로선 보기 드물게 나무에 전깃불을 밝혀놓았다. 봄이면 광산.. 2021. 7. 10. 800년 된 노거수 그늘 아래서의 수다 입력 2014.12.08 11:45 신승희(생태환경교육협동조합 숲과들) 식물에 관한 편안한 이야기를 통해 자연에 대해 더 잘 이해하고 관심을 갖고자 시작된 식물수다. 이번엔 고향의 나무에 대한 이야기를 나누기 위해 용인에서 가장 오랜 세월을 살아왔다는 느티나무가 있는 남사면 완장리에 모였다. 마을 지형이 말 안장처럼 생겼다 해서 안장이, 안쟁이라는 마을 이름이 붙었다가 시간의 변화 속에 지금은 완장리라고 부르고 있다. 오랜 세월동안 마을의 크고 작은 일을 묵묵히 지켜보며 마을 사람들과 서로 기대어 살고 있는 완장리 느티나무는 마을의 든든한 버팀목으로서 마을 사람들의 휴식처 노릇을 하며 아직도 강한 생명력을 보여주고 있다. 수령이 800년 정도 된다는 어르신 느티나무와 그보다 좀 더 젊은 300년 된 느티.. 2021. 7. 10. 고구마로 만난 맛난 수다 입력 2014.10.13 10:44 신승희(생태환경교육협동조합 숲과 들) 식물에 관한 편안한 이야기를 통해 자연에 대해 더 잘 이해하고 관심을 갖고자 시작된 식물수다. 그 첫날은 먹을거리와 관련된 식물 이야기를 나누었는데, 그 중 요즘 한창 밭에서 쏘옥 얼굴을 내밀며 땅위로 올라온 고구마에 대한 이야기로 맛있는 수다를 이어갔다. 어릴 적 고향에선 고구마를 아주 많이 심었다며 이야기의 물꼬를 턴 분이 있었다. 고구마를 캐기 전 고구마순을 먼저 잘라 먹게 되는데, 너무 많이 먹어 보기 싫을 만큼 질리게 먹고 남아 버리던 그 고구마순이 이젠 당뇨에 좋다고 일부러 찾게 되었단다. 가치가 없다 여겨지던 것들이 이제 가치가 느껴지더라며 시대의 변화를 고구마에서 찾게 되었다나. 또 어떤 분은 새댁이 되어 처음 시골에.. 2021. 7. 10. 먹는 것과 관련된 식물수다 입력 2014.09.22 10:55 신승희(생태환경교육협동조합 숲과들) 식물에 관한 편안한 이야기를 통해 자연을 더 이해하고 관심을 갖고자 시작한 식물수다. 그 첫 번째 이야기로 먹을거리와 관련된 식물 이야기를 나눴다. 고향이 여기저기인 사람들이 모여 수다를 떨다보니 처음 듣는 이야기도 많았다. ‘곰밤부리’라고 들어봤는가? 고창 선운사 입구 동네가 고향이신 분이 있었다. 예쁨을 예약하고 태어난 듯한 5남4녀 중 막내딸이다. 들로 산으로 친구 화순과 옥자와 함께 놀러 다녔다. 옥자는 선수다. 어쩜 나물을 그리도 잘 캐던지. 집으로 돌아오는 길에 옥자 광주리에는 항상 나물이 가득 담겨 있었다. 곰밤부리는 그때 뜯어오던 나물 중에 하나다. 된장양념에 무쳐먹기도 하고 된장국을 끓여 먹기도 했다. 나중에 알아보니.. 2021. 7. 10. 우리 주변의 풀과 나무에 대한수다한판을 벌이며 2014년 9월 처음 용인시민신문에서 생태칼럼을 써달라는 부탁(?)을 받고 같이 일하던 동료들과 번갈아 쓰기로 했다. 글재주가 많지는 않지만 사람들과 내가 알고 있는 것들을 나누고 이야기하는 것을 좋아하는 성격에 대뜸 하기로 해놓고는 걱정이 많았던게 사실이다. '하다가 힘들거나 나의 능력이 미치지 못하게 되면 그땐 그만둔다 해야지~~' 마음을 먹고 시작한 게 벌써 7년이 되었다. 그 사이 같이 글을 쓰던 동료들은 바뀌었고, 식물수다에서 나무이야기로, 그리고 지금은 자연산책이란 이름으로 연재코너의 이름도 바뀌었다. 다시 그 처음 글을 블로그에 올리며 초심을 생각해보자. 우리 주변의 풀과 나무에 대한수다한판을 벌이며 신승희(생태환경교육협동조합 숲과들) 우리 주변 풀과 나무에 대한 수다 한판을 벌이려 한다. .. 2021. 7. 10. 결명자 차 한잔을 마시며 글을 쓰면서 여러 가지 차를 마실 수 있지만 오늘은 결명자다. 글을 쓰는 것처럼 집중해야 하는 작업을 할 때 따듯한 차 한 잔은 집중 효과를 배로 만들어준다. 평소 결명자는 여름에 주로 끓여먹었던 차였다. 결명자차를 큰 주전자에 끓여놓으면 다른 차들보다 유독 쉽게 상하지 않는다. 이가 시리는 냉장고의 차가운 물을 딱히 좋아하지 않기에 여름에도 물처럼 마실 차를 끓여놓아도 냉장고에 쉬이 들여놓지 않고 상온에 놓는다. 그러다 보니 어제 끓인 차임에도 상해서 못 마시게 돼 아깝게 버리는 경우도 있다. 그런데 유독 결명자는 다른 차에 비해 쉽게 상하지 않는 장점이 있어 여름에 주로 끓여먹곤 했다. 아직 겨울임에도 결명자차가 생각나는 건 머지않아 봄과 함께 찾아올 귀여운 설렘 때문이다. 아는 지인이 남해안 작은 .. 2021. 7. 10. 이전 1 ··· 19 20 21 22 23 24 25 ··· 57 다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