본문 바로가기
내가 좋아서 하는 일/생태칼럼-용인시민신문

고구마로 만난 맛난 수다

by 늘품산벗 2021. 7. 10.
  •  입력 2014.10.13 10:44

신승희(생태환경교육협동조합 숲과 들)

 

고구마꽃

 

식물에 관한 편안한 이야기를 통해 자연에 대해 더 잘 이해하고 관심을 갖고자 시작된 식물수다. 그 첫날은 먹을거리와 관련된 식물 이야기를 나누었는데, 그 중 요즘 한창 밭에서 쏘옥 얼굴을 내밀며 땅위로 올라온 고구마에 대한 이야기로 맛있는 수다를 이어갔다.

어릴 적 고향에선 고구마를 아주 많이 심었다며 이야기의 물꼬를 턴 분이 있었다. 고구마를 캐기 전 고구마순을 먼저 잘라 먹게 되는데, 너무 많이 먹어 보기 싫을 만큼 질리게 먹고 남아 버리던 그 고구마순이 이젠 당뇨에 좋다고 일부러 찾게 되었단다. 가치가 없다 여겨지던 것들이 이제 가치가 느껴지더라며 시대의 변화를 고구마에서 찾게 되었다나.

또 어떤 분은 새댁이 되어 처음 시골에 이사와 농사를 지어보겠다며 도전한 것이 고구마였다는 옛 이야기를 꺼냈다. 고구마순을 꼿꼿이 반듯하게 심고는 뿌듯하게 돌아서는데 동네 할머니가 혀를 끌끌 차신다.
“저걸 어쩌누 누가 저리 심어놨나 쯧쯧.”

뭔가 잘못했나 싶기는 했지만 다 뽑고 다시 심기도 힘들어 그냥 놔두었더니 캘 때야 그 이유를 알 수 있었다. 고구마순을 심을 땐 옆으로 눕혀 심어야 한다는 것을. 그래야 고구마가 줄줄이 얕게 달리는데 꼿꼿이 아래를 향하여 심어놓으니 고구마가 깊이 들어서 캐기가 힘들었다. 그러다 보니 호미질만 많이 하게 되고 깊이 있는 고구마에 상처 나기가 십상이더라 라는 진리를 몸소 느꼈던 순간이었다.

또 다른 분이 고구마를 보면 아빠 생각이 난다며 촉촉한 목소리로 말을 이어갔다. 꼭 솥뚜껑을 뒤집어 고구마튀김을 해주셨던 아빠. 평상시 별 말이 없으시고 엄하시기만 하셔 무섭게만 여겨지던 아빠가 뜨거운 기름 앞에서 사랑을 표현하셨다는 것을 나중에 돌아가신 후에야 깨닫게 되었단다.

고구마꽃 이야기도 나왔다. 예전엔 좀처럼 보기가 힘들었던 고구마꽃이 요즘 자주 보인다는 이야기로. 원래 고구마는 우리나라보다 따듯한 멕시코나 남아메리카가 원산지다. 꽃을 피우기에는 우리나라 기후가 추워서 그런지 좀처럼 고구마꽃을 피우지 않았다. 백년 만에 한번 핀다는 얘기까지 있을 정도였다. 그런데 요즘은 심심치 않게 모습을 드러내고 있다. 그만큼 대한민국의 기후온난화가 진행됐다는 얘기다. 고구마꽃이 그리 반갑지가 않다.

 

댓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