본문 바로가기

내가 좋아서 하는 일/생태칼럼-용인시민신문46

겨울 어떻게 보낼까? 입력 2024.01.05 08:55 유난히 추위에 약한 필자는 겨울이 오는 것이 두렵다. 예쁘게 내리는 눈도 따듯한 실내에서 창문을 통해 보는 것이 좋을 뿐 굳이 나가서 차가운 눈을 만져보려 하지 않는다. 온도변화에도 극히 민감해 따듯한 실내에서 추운 실외로 나가면 온몸이 떨려온다. 특히 상체 부분이 급격히 추워 잔뜩 웅크린 자세를 취하게 되고, ‘갈비뼈가 부서질 것 같다’고 말하는 것이 입버릇이 되었다. 아무튼 겨울은 좀 힘든 계절이다. 그나마 인간에게는 따듯하게 난방이 되는 실내 공간이 있어 겨울에도 춥지 않게 지낼 수 있지만, 야생의 동물들은 추운 겨울을 어떻게 보낼까? 겨울을 혹독한 시련의 계절이라고 하는데, ‘잘 버틸 수 있는 방법이 있을까?’에 대한 이야기를 해보려고 한다. 누구에게 겨울은 반.. 2024. 3. 1.
어떻게 해서라도 멀리 떠나려는 씨앗들 입력 2023.12.01 09:10 요즘 아이들을 만나면 열매 이야기에 바쁘다. 가을이 겨울로 넘어가는 요즘은 각종 열매들과 씨앗들이 서로 자기 얘기를 해달라며 존재감을 드러내고 있기에 그 이야기만 하더라도 한두 시간이 후딱 지나간다. 칠엽수 열매는 감촉이 매끈매끈하고 단단해 갖고 놀기에 좋다. 먼저 굴러가는 열매 이야기로 시작한다. 가장 만만한 게 칠엽수 열매이다. 도토리도 있지만, 작고 또 너무 잘 굴러가 잃어버리기 십상이다. 칠엽수 열매는 크기가 아이들이 손에 쥐기에 적당하고, 감촉도 매끈매끈하고 단단하여 갖고 놀기에 딱 좋다. 요즘 어느 드라마에서 다른 이름인 ‘마로니에 열매’로 나와 유명하다. 밤과 비슷하게 생겼는데 먹으면 배가 아프고 열이 나며, 독성분이 있어 건강에 안 좋은 열매라고 얘기되고.. 2024. 3. 1.
예쁨 뒤에 숨어있는 욕심, 미국쑥부쟁이와 서양등골나물 입력 2023.10.27 08:50 아주 화려하게 무리 지어 핀 모습을 보면 장관이다. 유채꽃밭, 메밀꽃밭 부럽지 않을 만큼 예쁘다. 하나하나 들여다봐도 예쁘다. 그런데 이렇게 예쁜 것을 보며 마냥 흐뭇한 미소를 지을 수 없다. 예쁨 뒤에 숨어있는 욕심 때문이다. 미국쑥부쟁이 요즘 숲과 들, 길가, 마을 공터 가리지 않고 하얗게 무리 지어 핀 미국쑥부쟁이와 서양등골나물 이야기다. 이름에서 알 수 있듯이 미국쑥부쟁이는 미국에서 온 쑥부쟁이고, 서양등골나물은 서양에서 온 등골나물이란 뜻이다. 이는 우리나라에 이미 쑥부쟁이가 있고, 등골나물이 있다는 것을 의미한다. 우리나라 쑥부쟁이는 국화과 식물로 대부분 가을에 보라색 꽃이 핀다. 진하고 엷은 차이는 있지만 다들 아름다운 보라색이다. 꽃은 우리가 들국화라고 .. 2024. 3. 1.
‘어떻게 될지 모른다’가 정답인 버섯 9월은 버섯을 보기 좋은 달이다. 물론 버섯은 일년 내내 볼 수 있다. 마트나 시장에 가면 통통하고 예쁜 뽀얀 버섯을 만날 수 있다. 양송이, 새송이, 표고, 느타리, 팽이, 노루궁뎅이, 목이, 영지, 상황버섯까지 정말 많은 버섯이 우리 밥상에, 때로는 약으로 찾아온다. 어렸을 때에는 그 독특한 냄새와 식감, 그리고 낯선 생김새 때문에 버섯을 그리 좋아하지 않았다. 그런데 어른이 되어가며 버섯의 독특함이 맛나게 느껴졌다. 그래서 애써 찾게 되고 관심도 많아졌다. 버섯에 대한 관심은 비단 식탁에서 그치지 않고 들로 숲으로 확장되었다. 예전에 20대 때 충북의 어느 산으로 등산을 간 적이 있다. 산에 올라갈 때에는 몰랐는데 내려와 보니 동네 할머니들께서 자판을 벌려 갖가지 농산물과 임산물을 팔고 계셨다. 그.. 2023. 9. 22.
작은 옹달샘에게 닥친 위기 숲세권이란 말을 써가며 집 앞에 광교산 자랑을 한지 두 주가 지나고 나서야 다시 광교산엘 올랐다. 그동안 뭐가 바쁜지 바로 앞에 두고도 못간 사이, 그렇게 도도하고 우아하게 피었던 철쭉들은 하나도 남김없이 사라져 버렸고, 초록의 짙어짐이 시간의 흐름을 말하고 있었다. 대신 아까시나무 꽃이 진한 향을 내뿜으며 존재감을 발휘하고 있었다. 마침 전날까지 비가 왔기에 공기는 맑았고, 갓 피어난 아까시꽃의 꿀은 너무나 달콤했다. 그 향기에 취해 숲으로 빨려들어가고 있었다. 어느덧 가장 좋아하는 길에 접어들었다. 숨어있는 작은 보물인 옹달샘의 도롱뇽 올챙이들을 만날 생각에 설레 걸음이 점점 빨라졌다. 모퉁이를 돌자 저기 옹달샘이 보였다. 그런데 ‘저 사람이 뭐하는 거지?’ 어떤 중년의 아주머니가 기다란 나무 막대기.. 2023. 5. 26.
진짜 새 참새와 더불어 사는 즐거움 마을 길을 돌다 보니 옆에서 후두둑 후두둑 소리가 났다. 길을 따라 있는 작은 관목 사이, 관목들을 덮고 있는 환삼덩굴이나 칡의 다 낡아빠진 거친 갈색 잎 사이에서 뭔가 분주하게 움직이는 것들이 있었다. 멈춰서 보니 작은 새들이었다. 우리가 가장 흔하게 얘기하는 참새였다. 아기시절부터 아마 새 이름 중에 가장 먼저 알게 되는 새가 바로 참새일 것이다. 구구단 공식처럼 ‘참새 짹짹’이 정석이다. 참새를 몰라도 이름은 알 정도로 우리나라 사람들에게 가장 가까운 새, 그 흔한 참새 얘기를 해보려 한다. 참새는 우리나라 전역에 사는 대표적인 텃새다. 도시건 시골이건 숲이건 들이건 가리지 않는다. 그래도 가장 많이 볼 수 있는 건 농촌 들녘이다. 이는 먹이와 관련이 있다. 잡식성으로 곤충이나 지렁이 애벌레 등을 .. 2023. 2. 25.
용담호수의 겨울 새 이야기 발행 : 2022. 2. 13 어렸을 때 다시 태어난다면 새가 되고 싶다고 생각해본 적이 있다. 날개를 쭉 펼치고 거칠 것 없이 하늘을 날아다니는 새는 자유의 상징 같았다. 저렇게 맘껏 날아다니면 얼마나 좋을까. 그래서 그런가, 어른이 된 지금도 새가 좋다. 다른 동물들에게선 예외가 있는 호불호가 새에게는 없다. 그저 모든 새가 좋다. 흔한 참새도 귀엽고, 시끄러운 직박구리도 반갑고, 거대한 날개를 가진 말똥가리는 사랑한다. 이렇게 새에 대한 관심과 애정을 사람들과 함께 나누고 싶었다. 그래서 협동조합 문화와함께가 진행하는 프로그램에 강사로 참여해 용담호수의 새 이야기를 하게 되었다. 입춘이었던 2월 4일 처인구 원삼면 용담호숫가에 있는 문화공간 뚝플레이스에서 사람들을 만났다. 마침 이틀 전인 2월 2일.. 2023. 2. 25.
알을 남기고 사라진 그들 입력 2022.12.08 10:10 11월 말이 12월 초로 바뀌며 겨울이 점점 다가오고 있다. 날씨앱에서 갑작스런 기온 하강에 어제보다 섭씨 10도가 넘게 떨어졌다고 선명한 마이너스 숫자를 전한다. 추위를 유난히 타기에 이제 밖에 나가기가 두려워진다. 특히 온도 차에 민감해 따듯한 실내에 있다가 차가운 실외로 나가면 어깨가 안으로 접히고, 몸이 쪼그라들어 갈비뼈가 부러지는 느낌이 들 정도로 심하게 추위를 느낀다. 그래서 따듯한 겨울나기에 신경이 많이 쓰인다. 봄, 여름, 가을, 겨울 사계절의 이름을 부를 때 볼게 생겨 봄, 열매가 열려 여름, 색을 갈아 가을이라는데, 겨울은 겨우 살아 견디기에 겨울이 되었다고 한다. 다른 계절에 비해 많이 험난한 시기이다. 이렇게 추운 겨울이 되면 다들 어떻게 지낼까?.. 2022. 12. 27.
가깝되 조심스럽게 오래오래 사랑하자 입력 2022.11.11 아직도 조심스럽기는 하지만 언제까지 눈으로만 보라고 할 수는 없었다. 생태체험을 하며 직접 만져보고 느껴봐야 더 기억에 남고 관심을 가질 수 있다고 생각했다. 그러나 낯선 인간의 손길이 좋을 리 없는, 오히려 큰 두려움을 느낄 자연의 생명들에겐 너무나 미안해서 조심스럽게 접근하자 했다. 그래서 잘 만지는 방법으로 생명들을 다치게 하지 않고 스트레스를 덜 주는 방법을 고민하게 되었다. 도롱뇽, 개구리, 지렁이, 달팽이는 피부로 호흡을 하기에 몸에서 끈적한 액체를 내뿜어 항상 촉촉하게 젖어있다. 그래야 피부세포도 보호가 되고 공기 중의 산소가 피부를 감싸고 있는 물에 녹아 호흡이 수월해진다. 또한 온도에 민감하기에 사람 손의 온기가 그들에겐 위험할 수 있다. 그래서 아이들이 만져야 .. 2022. 12. 27.