분류 전체보기512 빠르구나 화살나무 입력 2017.11.13 16:05 전해 내려오는 노래 중에 ‘나무노래’라는 노래가 있다. ‘가자가자 갓나무 오자오자 옻나무 너하구 나하구 살구나무 낮에 봐도 밤나무 불 밝혀라 등나무 그렇다고 치자나무 깔고 않아 구기자나무’ 나무 이야기가 계속된다. 정말로 나무의 모습과 특성에 그럴듯하게 가사를 지었다는 생각에 절로 무릎을 탁 치게 된다. 그중에 요즘 들어 유난히 생각하는 가사가 있다. ‘빠르구나 화살나무’다. 이제 11월 중순을 달리고 있고, 곧 달력은 한 장밖에 남지 않는다. 어느새 2017년도 이렇게 빠르게 지나갔구나. 화살같이. 식물을 구분할 때 우리는 ‘동정한다’라고 하며 그 구분점이 되는 특성을 동정 포인트라고 부른다. 화살나무는 동정 포인트가 확실해 한 번 확인하고 나면 쉽게 헷갈리지 않는다.. 2021. 7. 17. 떼굴떼굴 도토리가 달리는 상수리나무 입력 2017.10.30 15:41 가을을 대표하는 나무에는 뭐가 있을까? 나무이야기를 쓰려고 책상에 앉아 곰곰이 생각해본다. 뭐니 뭐니 해도 가을은 단풍과 열매의 계절이다. 지난 호에 홍은정 씨가 단풍에 대해 글을 썼으니 이번엔 열매에 대한 이야기를 풀어볼까 한다. 가을 열매를 이야기 하라하면 빼놓을 수 없는 것이 도토리다. 도토리가 달리는 나무를 우리는 참나무라 불렀다. 참나무는 어느 한 종(種)을 지칭하는 것이 아니라, 참나무과 참나무속에 속하는 여러 나무를 가리키는 명칭이다. 도토리라는 열매가 얼마나 중요했기에 ‘진짜, 으뜸, 정말’이라는 뜻의 ‘참’자를 나무 이름에 붙였을까 짐작해 볼 수 있다. 처음엔 열매 하나만을 보며 이것도 참나무 저것도 참나무 이렇게 불렀으리라. 그런데 좀 더 자세히 들여.. 2021. 7. 17. 세 개가 하나 되어 붉게 타오른 복자기 입력 2017.10.18 10:22 명절과 국경일로 이뤄진 긴 가을방학을 마치고 일상으로 돌아오니 할 일이 산더미처럼 쌓여 쓰나미로 몰려온다. 하루살이처럼 동동거려도 하나하나 해결해나가는 자신이 대견스러워질 때쯤 동백의 법화산 한 자락에서 복자기를 만났다. 대부분의 나무 이름에는 끝에 ‘나무’라는 말이 들어가는데 복자기는 무슨 연유인지 그 말이 빠지고 그냥 복자기다. 모르는 사람들은 그게 나무 이름인지 짐작도 못하게 말이다. 그러거나 말거나 어느새 붉게 물들어 바닥에 한가득 떨어져 있는 나뭇잎들이 가을이 무르익었음을 알려줬다. 파란 하늘을 우러르며 가을을 느끼고, 노란 황금물결이 넘실거리는 논을 보며 가을에 눈이 부셨는데 이제 붉은 잎이 가을에 빠지게 만든다. 복자기가 붉게 물드는 가을이다. 복자기는 단.. 2021. 7. 17. 열매를 만드느라 제 몸을 살찌우지 못하는 ‘포도나무’ 입력 2017.09.26 09:12 뜨거운 여름 태양의 에너지를 듬뿍 받고 자란 포도는 거의 검은빛에 가깝다. 검은색 음식이 이렇게 먹음직스럽게 식욕을 자극하는 경우가 얼마나 있을까? 달콤하게 잘 익은 포도송이는 겉에 하얀 분이 베어 나온다. 발그레한 포도를 한 개 집어 손가락으로 잡고 입안에 넣는 순간 특별한 기술이 필요하다. 이로 살짝 깨물며 껍질의 약한 부분을 톡 하고 터지게 해 말랑말랑한 과육과 새콤달콤한 과즙이 입안으로 돌진하게 해야만 한다. 껍질에 남은 한 방울의 과즙도 아까워하며 쓰읍 껍질을 빨아먹곤 빼내는 것이 우리가 포도를 아낌없이 즐기는 기술이다. 해마다 이맘때면 집집마다 ‘포도대장’을 임명케 하는 포도는 포도주, 포도즙, 포도주스, 포도잼, 건포도 등 여러 가지 모습으로 변모해 우리를.. 2021. 7. 17. 바라보면 귀여운 동자승이 떠오르네-때죽나무 입력 2017.09.11 15:47 살아가면서 잊지 못할 경험을 하고 그것이 인생의 방향전환을 암시하는 중요한 단서가 되기도 한다. 지금처럼 생태활동가라는 직업으로 생태와 환경에 대한 관심을 갖고, 사람들을 만나 이야기하며 꽃을, 그리고 이렇게 나무에 대한 글을 쓰는 사람이 돼 있을 줄은 꿈에도 몰랐다. 고향을 떠나 용인에 살게 돼 처음으로 가게 된 광교산에서 나무에 피어있는 꽃을 봤다. 당연히 산에는 나무가 있고, 나무에 꽃이 필 수도 있는 자연스러움이 갑자기 “아름다운 꽃이다”로 각인되는 순간이었다. 봄이었다. 하얀 꽃이 가지를 타고 주렁주렁 달려 나와 머리위에서 펼쳐져 내려다보고 있었다. 그 하얗게 눈부셨던 하늘을 잊지 못한다. 이것이 때죽나무와의 첫 만남이었다. 그리고 오랫동안 나무를 보지 못했다.. 2021. 7. 16. 누린내 속에 꽃과 진주는 피어나고, 누리장나무 입력 2017.08.28 10:57 여름이 막바지에 치달은 요즘 숲길을 지나다보면 갑자기 어디선가 야릇한 냄새가 풍겨올 때가 있다. 딱히 꽃향기처럼 향기로운 냄새는 아니나 그렇다고 역하거나 못 맡을만한 혐오스런 냄새도 아니다. 음식에 쓰이는 진한 향신료 같기도 하고, 무슨 약 냄새 같기도 하다. 그런 것이 한번 맡아버리면 쉽게 잊히지도 않는다. 어디서 나는 걸까? 누구일까? 궁금하다면 주변을 둘러보라. 키가 그리 크지 않은 나무이면서 깻잎처럼 생긴 손바닥만 한 잎들이 많이 달린 채 삐죽삐죽 튀어나온 게 많은 하얀색 꽃이 핀 나무를 찾을 수 있을 것이다. 꽃향기를 맡아보니 '참 좋다. 아닌가?' 하는 사이에 훅 하고 들어온 그 야릇한 냄새가 요즘 한창 예쁜 꽃을 피우고 있는 ‘누리장나무’이다. 누리장나무는.. 2021. 7. 16. “딱” 소리 나는 고소한 열매, 개암나무 입력 2017.08.17 09:53 옛날 옛날에 착한 효자 나무꾼이 살았다. 산에 나무를 하러 갔다가 땅에 떨어진 열매를 발견하곤 가족들에게 줄 양으로 하나 둘 주워 주머니에 넣었다. 그리곤 일을 하다 보니 그만 밤이 오고 말았고 어쩔 수 없이 산 속에 있는 허름한 오두막에서 밤이슬을 피해야 했다. 그런데 그렇게 들어간 집이 알고 보니 도깨비들이 살고 있는 소굴이었다. 그날 밤도 어김없이 도깨비는 찾아와 그들만의 금은보화 잔치를 벌였다. 숨어서 이를 다 지켜본 나무꾼은 밤이 깊어오자 배가 고파져 그만 낮에 주워온 열매를 생각하곤 딱딱한 껍질을 까기 위해 꽉 깨물고 만다. 껍질이 깨지며 나오는 “딱” 소리에 도깨비들은 집이 무너지는 줄 알고 혼비백산 도망을 가고 나무꾼은 남겨진 금은보화와 도깨비 방망이를 .. 2021. 7. 16. 고추가 달리지 않는 ‘고추나무’ 입력 2017.07.24 17:09 예전에 서울로 대표되는 도시 아이들이 얼마나 자연에 무지한가를 알려주는 말로 ‘쌀나무’라는 말이 있었다. 쌀이 달리는 나무, 즉 벼를 가리키는 말이었는데 얼마나 얼토당토한 말이냐 웃을 수 있겠지만 당시에는 정말로 그렇게 아는 아이들이 많았다. 그만큼 도시 아이들에게 자연이 멀어졌던 때가 있었다. 다행히도 이제는 벼에서 쌀이 나온다는 것을 모르는 사람이 거의 없다. 대학시절 서울 강남이 고향인 친구가 있었는데 이 친구는 정말로 어렸을 때 쌀나무를 철썩 같이 믿고 자랐다 한다. 그런 친구와 농사일을 돕고 농촌에 대해 고민해보는 농촌활동, 즉 농활을 함께 가게 됐는데 고추밭을 본 친구는 나에게 흥분한 듯 이야기했다. “세상에! 이 동네 정말 대단해. 유전공학이잖아. 한 나무.. 2021. 7. 16. 살랑살랑 부채춤 추는 '자귀나무' 입력 2017.07.11 09:35 꽃이 예사롭지 않다. SF영화나 판타지영화에 나올 법하게, 아님 열대지방이나 다른 나라의 꽃처럼 낯설다. 가느다란 실이 길게 뻗어 여러 개가 모여 부채살 모양을 이룬다. 색도 예쁘게 분홍색과 흰색으로 요즘말로 ‘러블리 러블리’ 하다. 나무 위에 요정들이 부채를 흔들며 살랑살랑 춤을 추고 있는 것 같다. 여름이 되자 이 꽃 소식이 여기저기서 들려온다. 하늘하늘한 꽃의 이미지하고는 다르게 ‘자귀나무’란 이름을 가졌다. 더구나 여기서 자귀란 나무를 깎아 다듬을 때 사용하는 목공 도구의 하나로, 그것의 자루를 만들 때 사용했다는 이유로 자귀나무라고 불린다. 콩과식물이지만 열매를 콩이라고 먹지 않으며, 예쁜 꽃이지만 음식으로 먹을 수 없고 그렇다고 잎을 나물로 즐겨 먹지도 않는.. 2021. 7. 15. 이전 1 ··· 17 18 19 20 21 22 23 ··· 57 다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