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내가 좋아서 하는 일/나무칼럼-용인시민신문

물을 좋아하는 단단한 나무, ‘물박달나무’

by 늘품산벗 2021. 7. 10.

 

  •  입력 2017.02.22 10:05

나무를 볼 때 대부분의 사람들은 꽃이나 열매를 본다. 다른 나무와 구별 하기에 가장 뚜렷하기 때문이다. 그런데 물박달나무만은 다르다. 이 나무를 알아보는 가장 쉬운 방법은 나무껍질을 보는 것이다. 굳이 고갤 들어 올려다보거나 나뭇잎 속에 숨어있는 꽃이나 열매를 찾아 숨바꼭질 할 필요 없이 편하게 눈높이의 나무줄기만 봐도 안다. 어린 시절 학교 다닐 때 청소시간에 허릴 굽혀 빗자루질을 할 적에 친구들 발만 봐도 누구인지 알아맞힐 수 있었다. 그런 필자를 친구들은 신기하다 말하며 함께 알아맞히기 놀이를 했는데 이 나무는 그런 느낌이다. 마치 나무줄기만 보이며 “내가 누구일까 알아맞혀봐” 하는 것 같다. 그런데 너무 쉽다. 물박달나무의 줄기는 껍질이 여러 겹으로 겹쳐져 있다. 줄기 껍질이 얇은 종잇장을 겹쳐놓은 듯 너덜너덜하다. 마치 크로와상이나 페스트리 빵을 한입 베어 먹고 바라봤을 때의 느낌이다.

 

비슷한 껍질을 가진 나무로 자작나무가 있다. 자작나무와 물박달나무는 비슷한 점이 많다. 둘 다 나무를 분류하는 기준 중에 자작나무속에 속해 있기도 하고, 껍질이 너덜너덜한 것도 비슷하다. 자작나무가 더 하얀 껍질을 가졌다면 물박달나무는 회색에 가깝다. 또한 자작나무는 껍질이 옆으로 벗겨져 말려있는 것을 종종 볼 수 있는가 하면 물박달나무 껍질은 조작조각 나뉘어져 켜켜이 쌓여있다.

 

또한 두 나무 모두 나무껍질에 흰색 기름점이 있는데 기름 덕분에 불에 잘 붙는다. 신랑신부가 결혼 할 때 ‘화촉을 밝힌다’라는 말이 있는데 자작나무를 화라고 부르며 나무껍질을 태워서 신혼방을 밝혔다는 유래에서 왔다고 한다. 또한 물박달나무는 젖어도 잘 탈정도로 기름이 많이 나온다. 나뭇잎 모양도 비슷하고 암꽃과 수꽃 모양도 비슷하다. 또한 두 나무 모두 이른 봄에 나무에 상처를 내 수액을 채취하는데 고로쇠나무처럼 골다공증에 좋다고 해서 많이들 마신다.

 

물박달나무는 박달나무 중에 물가에 산다고 해서 그런 이름이 붙었다고 한다. 사실 박달나무는 사는 곳을 특별히 가리지 않는 편이다. 햇빛이 잘 드는 양지바른 곳도 좋아하고 음지에서도 잘 살며, 높은 곳에서도 낮은 곳에서도 잘 산다. 다만 공해에 약해 공기가 깨끗하지 못한 곳에서는 잘 살아가기 힘들다. 공원에 정원수로 심어 놓은 곳이 많던데 시름시름하다고 나무만 탓할 게 아니라 주변 환경을 먼저 둘러봐야 하겠다.

이외에 박달나무 이름이 들어간 나무에는 까치가 산다고 해서 까치박달나무, 박달나무에 비해 키도 작고 잎도 작고 열매도 작다 해서 개박달나무 따위가 있다.

 

박달나무 종류는 단단하기로 유명하다. 그래서 각종 목재로도 많이 쓰이고 단단한 생활기구를 만드는 데도 많이 사용됐다. 박달나무는 물에 거의 가라앉을 정도로 무겁고 단단해 홍두깨와 야구방망이로도 많이 이용되었다. 이밖에 가구재, 조각재, 곤봉, 수레바퀴 등으로 많이 만들어졌다.

 

우리나라는 예로부터 박달나무를 신성시해 건국 신화에도 단군왕검이 박달나무 아래에서 신시를 열었다고 전해진다. 단군(檀君)의 ‘단’도 박달나무라는 뜻이다. 그러고 보면 우리 민족은 모두 박달나무의 자손이 아닌가! 박달나무처럼 단단해지고 속이 옹골찬 사람이 되라는 뜻이 아니겠는가!

 

나무 수피만 봐도 금방 알아볼 수 있는 물박달나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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