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내가 좋아서 하는 일/생태칼럼-용인시민신문

먹는 것과 관련된 식물수다

by 늘품산벗 2021. 7. 10.
  •  입력 2014.09.22 10:55

신승희(생태환경교육협동조합 숲과들)

식물에 관한 편안한 이야기를 통해 자연을 더 이해하고 관심을 갖고자 시작한 식물수다. 그 첫 번째 이야기로 먹을거리와 관련된 식물 이야기를 나눴다. 고향이 여기저기인 사람들이 모여 수다를 떨다보니 처음 듣는 이야기도 많았다.

‘곰밤부리’라고 들어봤는가? 고창 선운사 입구 동네가 고향이신 분이 있었다. 예쁨을 예약하고 태어난 듯한 5남4녀 중 막내딸이다. 들로 산으로 친구 화순과 옥자와 함께 놀러 다녔다. 옥자는 선수다. 어쩜 나물을 그리도 잘 캐던지. 집으로 돌아오는 길에 옥자 광주리에는 항상 나물이 가득 담겨 있었다.

곰밤부리는 그때 뜯어오던 나물 중에 하나다. 된장양념에 무쳐먹기도 하고 된장국을 끓여 먹기도 했다. 나중에 알아보니 ‘별꽃’이라는 사실에 더 놀라웠단다. 별꽃은 우리가 흔히 주위에서 볼 수 있는 두해살이 풀이다. 꽃잎이 토끼 귀처럼 길게 갈라져 있어 열장의 꽃잎처럼 보이지만 다섯장이다.

이른 봄부터 초여름까지 피는 하얀 꽃이 마치 반짝반짝 빛나는 별처럼 보인다 해서 별꽃이라고 불린다. 그렇게도 맛있게 먹던 추억이 있어 예쁜 별꽃이란 이름보다 푸근한 곰밤부리다.

상쾌한 봄맛을 지닌 찔레순은 ‘찔록’이라 부르고, 이른 봄 변변한 간식이 없던 시절에 껌 대용으로 그 시절 아이들을 즐겁게 해주던 ‘삐비’. 달짝지근한 맛에 다시 한 번 먹어보고 싶지만 옛날만큼 눈에 띄지 않는단다. 없어지진 않았을 텐데 다른 입맛에 길들여져 보지를 못하는 거겠지. 삐비라 불리었던 풀은 볏과 여러해살이풀로 ‘띠’라는 풀이다.

가장 흥미진진한 이야기는 가죽나무였다. “가죽 잎으로 부각을 만들어 먹었다. 밀가루풀을 쑤어 몇 번이나 풀칠을 하며 말리고 칠하고 말리고 그러면서 먹던 가죽나무 부각을 절대 잊지 못한다”, “예전엔 집 뒷마당에 작은 가죽나무를 길러 부각도 해먹고 장아찌도 해먹고 전도 부쳐먹었다”. 가죽나무 이야기가 나오자 여기저기서 이야기를 보탰다.

그런데 이상한 건 이 가죽나무는 가죽나무가 아니다. 많은 사람들이 가죽나무라고 부르는 나무는 참죽나무다. 참죽나무는 멀구슬나무과 큰키나무로 가지가 하늘을 향해 뻗는 모습으로 자란다.

어린잎을 먹을 수 있다 하여 참죽나무다. 이에 반해 진짜 가죽나무는 소태나무과 나무로 잎이 비슷하게 생겼으나 너무 써서 먹을 수 없어 가죽나무라고 부르게 됐다고 한다. 또 잎에서는 역한 냄새를 풍겨 참죽나무와 구별이 가능하다.

마침 전통가구 만드는 일을 하는 분이 계셔서 참죽나무 속살에 대해 말씀해주었다. 참죽나무는 처음 켜보면 속살이 핑크빛이라고 한다. 그러던 것이 시간이 흘러감에 따라 점점 진해져 붉은 빛이 도는 갈색으로 변해간다고 하니 참죽나무로 만드는 가구가 얼마나 멋질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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