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입력 2014.12.08 11:45
신승희(생태환경교육협동조합 숲과들)
식물에 관한 편안한 이야기를 통해 자연에 대해 더 잘 이해하고 관심을 갖고자 시작된 식물수다.
이번엔 고향의 나무에 대한 이야기를 나누기 위해 용인에서 가장 오랜 세월을 살아왔다는 느티나무가 있는 남사면 완장리에 모였다. 마을 지형이 말 안장처럼 생겼다 해서 안장이, 안쟁이라는 마을 이름이 붙었다가 시간의 변화 속에 지금은 완장리라고 부르고 있다.
오랜 세월동안 마을의 크고 작은 일을 묵묵히 지켜보며 마을 사람들과 서로 기대어 살고 있는 완장리 느티나무는 마을의 든든한 버팀목으로서 마을 사람들의 휴식처 노릇을 하며 아직도 강한 생명력을 보여주고 있다. 수령이 800년 정도 된다는 어르신 느티나무와 그보다 좀 더 젊은 300년 된 느티나무들이 어우러져 평온한 마을숲을 만들고 있었다.
800년이 된 느티나무는 보호수로 지정돼 보호를 받고 있는데, 보통 보호수로 지정을 받기 위해서는 오래된 나무이거나, 나이가 오래 되지 않아도 나무가 굵거나 커서 보호할 가치가 있어야 한다. 또 좀처럼 볼 수 없는 희귀한 나무, 역사적인 고사나 전설이 있는 경우, 제사를 지내는 당산목, 향교나 서당, 서원 정자 등에 심은 정자목 등 여러 이유로 보호를 필요로 하는 나무가 보호수로 지정돼 관리되고 있다.
전남 영광이 고향인 분이 이야기를 열었다. 어린 시절 대보름이면 마을 사람들이 직접 새끼줄로 꼬아 만든 엄청난 줄로 온 동네 사람들 모여 줄다리기를 했다. 줄다리기가 끝난 후 동네에서 가장 큰 나무에 그 줄을 감아 놓았던 기억이 난다고 한다. 윗말에서 아랫말까지 100미터 넘게 드리워진 긴 새끼줄이 아직도 생생하게 떠오른다. 어린 시절 기억이라 왜 그렇게 길게 마을로 마을로 줄을 드리웠는지 모르겠다. 대부분 대보름에 행하는 여러 일들의 성격으로 보아 한 해를 시작하며 나쁜 일은 일어나지 말고 좋은 일만 일어났으면 하는 기원을 담았으리라. 줄을 칭칭 감고 있던 그 커다란 나무가 생각난다.
완장리에도 줄다리기 풍습이 있었다. 마찬가지로 정월 대보름에 줄다리기를 했는데 완장리 줄다리기는 줄을 당기고 난 후 줄을 느티나무가 있는 개천둑에 두었는데, 그렇게 해야만 장마가 져도 둑이 무너지지 않는다는 속설 때문이었다.
800년 된 느티나무 그늘 아래 평상에 앉아 있는 것만으로도 마음이 편안해짐을 느낀다. 나뭇잎이 바람에 서걱이며 흔들릴 때마다 오래된 정겨운 이야기가 하나씩 들려오는 것 같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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