내가 좋아서 하는 일/나무칼럼-용인시민신문95 열매를 만드느라 제 몸을 살찌우지 못하는 ‘포도나무’ 입력 2017.09.26 09:12 뜨거운 여름 태양의 에너지를 듬뿍 받고 자란 포도는 거의 검은빛에 가깝다. 검은색 음식이 이렇게 먹음직스럽게 식욕을 자극하는 경우가 얼마나 있을까? 달콤하게 잘 익은 포도송이는 겉에 하얀 분이 베어 나온다. 발그레한 포도를 한 개 집어 손가락으로 잡고 입안에 넣는 순간 특별한 기술이 필요하다. 이로 살짝 깨물며 껍질의 약한 부분을 톡 하고 터지게 해 말랑말랑한 과육과 새콤달콤한 과즙이 입안으로 돌진하게 해야만 한다. 껍질에 남은 한 방울의 과즙도 아까워하며 쓰읍 껍질을 빨아먹곤 빼내는 것이 우리가 포도를 아낌없이 즐기는 기술이다. 해마다 이맘때면 집집마다 ‘포도대장’을 임명케 하는 포도는 포도주, 포도즙, 포도주스, 포도잼, 건포도 등 여러 가지 모습으로 변모해 우리를.. 2021. 7. 17. 바라보면 귀여운 동자승이 떠오르네-때죽나무 입력 2017.09.11 15:47 살아가면서 잊지 못할 경험을 하고 그것이 인생의 방향전환을 암시하는 중요한 단서가 되기도 한다. 지금처럼 생태활동가라는 직업으로 생태와 환경에 대한 관심을 갖고, 사람들을 만나 이야기하며 꽃을, 그리고 이렇게 나무에 대한 글을 쓰는 사람이 돼 있을 줄은 꿈에도 몰랐다. 고향을 떠나 용인에 살게 돼 처음으로 가게 된 광교산에서 나무에 피어있는 꽃을 봤다. 당연히 산에는 나무가 있고, 나무에 꽃이 필 수도 있는 자연스러움이 갑자기 “아름다운 꽃이다”로 각인되는 순간이었다. 봄이었다. 하얀 꽃이 가지를 타고 주렁주렁 달려 나와 머리위에서 펼쳐져 내려다보고 있었다. 그 하얗게 눈부셨던 하늘을 잊지 못한다. 이것이 때죽나무와의 첫 만남이었다. 그리고 오랫동안 나무를 보지 못했다.. 2021. 7. 16. 누린내 속에 꽃과 진주는 피어나고, 누리장나무 입력 2017.08.28 10:57 여름이 막바지에 치달은 요즘 숲길을 지나다보면 갑자기 어디선가 야릇한 냄새가 풍겨올 때가 있다. 딱히 꽃향기처럼 향기로운 냄새는 아니나 그렇다고 역하거나 못 맡을만한 혐오스런 냄새도 아니다. 음식에 쓰이는 진한 향신료 같기도 하고, 무슨 약 냄새 같기도 하다. 그런 것이 한번 맡아버리면 쉽게 잊히지도 않는다. 어디서 나는 걸까? 누구일까? 궁금하다면 주변을 둘러보라. 키가 그리 크지 않은 나무이면서 깻잎처럼 생긴 손바닥만 한 잎들이 많이 달린 채 삐죽삐죽 튀어나온 게 많은 하얀색 꽃이 핀 나무를 찾을 수 있을 것이다. 꽃향기를 맡아보니 '참 좋다. 아닌가?' 하는 사이에 훅 하고 들어온 그 야릇한 냄새가 요즘 한창 예쁜 꽃을 피우고 있는 ‘누리장나무’이다. 누리장나무는.. 2021. 7. 16. “딱” 소리 나는 고소한 열매, 개암나무 입력 2017.08.17 09:53 옛날 옛날에 착한 효자 나무꾼이 살았다. 산에 나무를 하러 갔다가 땅에 떨어진 열매를 발견하곤 가족들에게 줄 양으로 하나 둘 주워 주머니에 넣었다. 그리곤 일을 하다 보니 그만 밤이 오고 말았고 어쩔 수 없이 산 속에 있는 허름한 오두막에서 밤이슬을 피해야 했다. 그런데 그렇게 들어간 집이 알고 보니 도깨비들이 살고 있는 소굴이었다. 그날 밤도 어김없이 도깨비는 찾아와 그들만의 금은보화 잔치를 벌였다. 숨어서 이를 다 지켜본 나무꾼은 밤이 깊어오자 배가 고파져 그만 낮에 주워온 열매를 생각하곤 딱딱한 껍질을 까기 위해 꽉 깨물고 만다. 껍질이 깨지며 나오는 “딱” 소리에 도깨비들은 집이 무너지는 줄 알고 혼비백산 도망을 가고 나무꾼은 남겨진 금은보화와 도깨비 방망이를 .. 2021. 7. 16. 고추가 달리지 않는 ‘고추나무’ 입력 2017.07.24 17:09 예전에 서울로 대표되는 도시 아이들이 얼마나 자연에 무지한가를 알려주는 말로 ‘쌀나무’라는 말이 있었다. 쌀이 달리는 나무, 즉 벼를 가리키는 말이었는데 얼마나 얼토당토한 말이냐 웃을 수 있겠지만 당시에는 정말로 그렇게 아는 아이들이 많았다. 그만큼 도시 아이들에게 자연이 멀어졌던 때가 있었다. 다행히도 이제는 벼에서 쌀이 나온다는 것을 모르는 사람이 거의 없다. 대학시절 서울 강남이 고향인 친구가 있었는데 이 친구는 정말로 어렸을 때 쌀나무를 철썩 같이 믿고 자랐다 한다. 그런 친구와 농사일을 돕고 농촌에 대해 고민해보는 농촌활동, 즉 농활을 함께 가게 됐는데 고추밭을 본 친구는 나에게 흥분한 듯 이야기했다. “세상에! 이 동네 정말 대단해. 유전공학이잖아. 한 나무.. 2021. 7. 16. 살랑살랑 부채춤 추는 '자귀나무' 입력 2017.07.11 09:35 꽃이 예사롭지 않다. SF영화나 판타지영화에 나올 법하게, 아님 열대지방이나 다른 나라의 꽃처럼 낯설다. 가느다란 실이 길게 뻗어 여러 개가 모여 부채살 모양을 이룬다. 색도 예쁘게 분홍색과 흰색으로 요즘말로 ‘러블리 러블리’ 하다. 나무 위에 요정들이 부채를 흔들며 살랑살랑 춤을 추고 있는 것 같다. 여름이 되자 이 꽃 소식이 여기저기서 들려온다. 하늘하늘한 꽃의 이미지하고는 다르게 ‘자귀나무’란 이름을 가졌다. 더구나 여기서 자귀란 나무를 깎아 다듬을 때 사용하는 목공 도구의 하나로, 그것의 자루를 만들 때 사용했다는 이유로 자귀나무라고 불린다. 콩과식물이지만 열매를 콩이라고 먹지 않으며, 예쁜 꽃이지만 음식으로 먹을 수 없고 그렇다고 잎을 나물로 즐겨 먹지도 않는.. 2021. 7. 15. 기분 좋아지게 하는 마법 지팡이 ‘딱총나무’ 기분 좋아지게 하는 마법 지팡이 ‘딱총나무’ 입력 2017.06.28 08:52 “정말로 그런 나무가 우리나라에 있어요?” 아이들에게 마법의 지팡이란 실로 엄청난 흥미를 끈다. 더구나 해리포터가 주인이며 마법의 지팡이 중에서 가장 강력한 힘을 가졌다는 지팡이 재료가 우리나라에도 있다는 사실에 아이들은 눈을 동그랗게 뜨고 놀라워한다. 마치 나뭇가지를 꺾어서 당장이라도 만들겠다는 기세다. 해리처럼 마법을 부릴 수만 있다면야. 소설에서 죽음의 성물 중 하나인 마법 지팡이의 재료는 다름 아닌 딱총나무다. 전국의 숲 속이나 개울가에서 자라는 낙엽이 지는 작은키나무로 여러 개의 줄기가 모여 나는데 높게 자라기보다 옆으로 휘어져 길게 뻗으며 마치 우산처럼 자란다. 새로 난 줄기는 초록색이나 붉은 녹색을 띠다가 묵은 .. 2021. 7. 15. 푸른 열매가 달리는 청미래덩굴 입력 2017.06.13 09:17 청미래덩굴. 나무이름이 참 진취적이다. 청사진, 청춘처럼 청이란 말이 앞에 들어가니 왠지 ‘푸른 미래?’ 라는 말이 먼저 떠오른다. 요즘같이 불안한 시대에 희망을 시사하는 듯한 이름을 가진 덩굴나무, 그래서 처음엔 이름 때문에 마음이 갔다. 그런데 알고 보니 전혀 다른 이야기를 간직한 이름이었다. 우리 말 ‘미래’라는 말의 어원을 따라가 보면 열매라는 말과 닿아있다. 즉 ‘푸른 열매가 달리는 덩굴나무’인 셈이다. 지금이 딱 청미래덩굴을 알아볼 수 있는 때다. 크기만 작을 뿐 덜 익은 풋사과와 꼭 닮은 모양을 한 푸른 열매가 여름이 왔음을 알려준다. 청미래덩굴은 본 이름보다 망개떡을 만드는 망개나무로 더 유명하다. 숲에서 사람들에게 청미래덩굴이라는 이름을 알려주면 나무이.. 2021. 7. 15. 흰색의 청초하면서 화끈한 꽃을 피우는 ‘산딸나무’ 입력 2017.05.31 10:48 초록색 잎들이 자라는 나뭇가지 위로 하얀색 꽃들이 시원스럽게 피어나고 있다. 아까시꽃, 이팝나무꽃, 찔레꽃, 말발도리꽃, 고광나무꽃 등. 마치 파도타기를 하듯이 이른 봄엔 노란색 꽃들이 주를 이루다가 봄이 한창일 때는 붉은색 꽃이 만발이었다. 여름이 시작되려 하는 요즘은 흰색 꽃이 눈에 띤다. 물론 예외는 있는 법이다. 그 중에서 크기로 눈에 들어오는 꽃이 있으니 바로 산딸나무이다. 이름도 예쁘다. 꽃이 지고 달리는 열매의 모양이 마치 딸기와 비슷해서 산에 사는 딸기라 산딸나무라는 이름이 붙었다고 한다. 문득 궁금해진다. 밭에 키워 먹는 딸기와 산에 있는 가시 많은 산딸기 중에 어떤 딸기를 말하는 것일까? 열매의 크기나 모양을 보면 산딸기쪽이 더 가까운데 말이다. 산딸.. 2021. 7. 14. 이전 1 ··· 4 5 6 7 8 9 10 11 다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