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내가 좋아서 하는 일/나무칼럼-용인시민신문

기분 좋아지게 하는 마법 지팡이 ‘딱총나무’

by 늘품산벗 2021. 7. 15.

기분 좋아지게 하는 마법 지팡이 ‘딱총나무’

  •  입력 2017.06.28 08:52

 

 

“정말로 그런 나무가 우리나라에 있어요?”

아이들에게 마법의 지팡이란 실로 엄청난 흥미를 끈다. 더구나 해리포터가 주인이며 마법의 지팡이 중에서 가장 강력한 힘을 가졌다는 지팡이 재료가 우리나라에도 있다는 사실에 아이들은 눈을 동그랗게 뜨고 놀라워한다. 마치 나뭇가지를 꺾어서 당장이라도 만들겠다는 기세다. 해리처럼 마법을 부릴 수만 있다면야. 소설에서 죽음의 성물 중 하나인 마법 지팡이의 재료는 다름 아닌 딱총나무다.

 

전국의 숲 속이나 개울가에서 자라는 낙엽이 지는 작은키나무로 여러 개의 줄기가 모여 나는데 높게 자라기보다 옆으로 휘어져 길게 뻗으며 마치 우산처럼 자란다. 새로 난 줄기는 초록색이나 붉은 녹색을 띠다가 묵은 가지가 되면 밝은 갈색에다 코르크가 발달하고 껍질눈이 많아 독특한 무늬를 만들며 거칠어진다.

 

이른 봄 숲에서 다른 나무들보다 먼저 새잎이 나오는 것을 쉽게 발견할 수 있는데 꽃봉오리가 일찌감치 생겨 마치 보라색 브로콜리처럼 생겼다. 삼월에 생긴 꽃봉오리가 사월 오월이 되면 피게 되는데 언제 보라색이었냐는 듯 브로콜리처럼 모여 있던 작은 꽃봉오리들이 서로 벌어지며 원뿔모양을 만들어 황록색으로 핀다. 꽃이 지고나면 초록색 열매가 생기는데 여름이 되면 빨갛게 익는다. 요즘이 빨간 열매를 볼 수 있는 적기다. 포도송이마냥 많이 달리는데 초록잎 바탕에 빨간 열매가 눈에 확 띤다. 크리스마스 색깔이다. 한여름의 크리스마스.

우리 숲에 자생하고 있는 딱총나무 외에 외국에서 들어온 딱총나무들이 공원이나 정원에 심어 길러지고 있다. 유럽 쪽에서 온 엘더라는 이름을 가진 서양딱총나무, 북아메리카에서 온 아우레아 또는 미국딱총나무라고 불리는 캐나다딱총나무가 그것들이다. 우리나라에 자생하고 있는 딱총나무와 다르게 이들은 모두 잎 위로 넓게 퍼진 흰색 꽃을 피우고 열매는 검게 익는다. 그래서 해리포터의 주 무대가 영국이란 걸 감안하면 해리의 지팡이를 만든 딱총나무는 서양딱총나무일 것이다. 서양에서 딱총나무는 신성한 나무로 여겨져서 함부로 다루지 않았다고 한다. 그래서 해리의 지팡이를 ‘The Elder Wand’라고 부른다.

 

딱총나무는 ‘접골목(接骨木)’이란 이름으로 유명한데 부러지거나 금이 간 뼈를 낫게 하는데 효과가 좋기 때문이다. 또한 별칭으로 ‘말오줌나무’라고도 하는데 이름처럼 소변이 잘 나오게 도와준다고 한다. 그런데 울릉도에는 정말로 말오줌나무가 있다. 또 딱총나무와 비슷하지만 남부지방에만 자생하는 말오줌때나무도 있다. 이들 모두 비슷한 생김새와 비슷한 성분을 가지고 있어서인지 모두 접골목이라 부르며 약재로 쓰인다.

 

딱총나무 잎은 버드나무 잎처럼 길게 생긴 잎 여러 장이 마주 달려 홀수로 난 깃털 모양이 된다. 어린잎을 데쳐서 물에 담가 쓴맛을 우려낸 뒤 나물로 먹거나 튀김으로도 해먹는다. 연한 시기를 지나면 잎과 가지에서 특유의 냄새가 난다. 이 냄새로 인해 일부에서는 개똥나무라 부르기도 하고, 또 다른 이야기로는 화약 냄새와 비슷해서 화약을 이용해 만드는 딱총을 연상해 딱총나무라고 불리게 됐다는 설도 있다.

 

한편, 가지를 부러뜨리면 ‘딱’ 소리가 나 딱총나무라는 얘기도 있는데 대부분의 나무는 부러뜨리면 딱 소리가 나서 딱히 와 닿지 않는다. 이외에도 나뭇가지로 딱총을 만든 데서 유래했다는 설도 있으나 딱총나무 줄기를 보면 그것 역시 딱히 설득력이 있어 보이지 않는다. 열매에 얽힌 이야기로는 구슬 모양의 딱총나무 열매가 밟히면 요란한 소리를 내기 때문에 이런 이름을 얻었다는 얘기도 있다. 이름에 얽힌 이야기가 많다는 것은 그만큼 어느 하나 확실하지 않다는 얘기와 같다. 어찌 됐던 요즘 숲에서 만나는 딱총나무의 빨간 열매는 보는 사람으로 하여금 참 기분 좋게 하는 마법을 부리고 있는 건 틀림이 없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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