본문 바로가기

내가 좋아서 하는 일/나무칼럼-용인시민신문95

가장 먼저 꽃소식을 알리는 ‘풍년화’ 입력 2018.02.06 09:19 너무 추워 아이들과 집에만 있었다. 방학이 돼 여행을 가자는 얘기도 있었지만 바람이 세게 불고 기온이 뚝 떨어진 날씨에 어딜 가나 집만한 곳이 없다고 아이들을 달랬다. 이런 필자를 밖으로 나오라 손짓하는 소식이 들렸으니 바로 아랫녘에서 올라오는 꽃소식이다. 겨울철 꽃소식은 봄이 온다는 희망을 달고 온다. 이 추위도 이제 얼마 후 작별을 얘기할 것이다. 이번에 들려온 꽃 소식은 자연의 숲이 아닌 공원이나 식물원, 수목원에서 살고 있는 중국에서 온 납매와 일본에서 온 풍년화였다. 이들은 낯선 땅에 와서도 잘 적응했고 이따위 추위쯤이야 하며 노란 꽃망울을 터뜨렸다. 이로 보아 이들의 조상은 분명 우리 땅보다 추운 곳에서 살던 꽃나무일거라 조심스레 유추해본다. 용인의 땅에 살.. 2021. 7. 18.
만나면 괜히 반가운 ‘측백나무’ 입력 2018.01.23 09:50 여느 식물원이나 수목원을 가보면 관람객의 흥미를 끌기 위해 만들어지는 곳 중 하나로 미로원을 꼽을 수 있다. 장소의 특색에 맞게 나무를 빽빽하게 심어 담장을 만들어 미로를 만드는데, 이때 대표적으로 많이 심는 나무가 측백나무이다. 이는 생울타리로 많이 쓰였던 측백나무의 특성을 살린 예이다. 그러나 처음엔 계획해 묘목을 심었건만 시간이 지나며 군데군데 누렇게 말라 죽어버린 측백나무를 보게 된다. 안타깝다. 그래서 그런가, 어느 순간 우리 측백나무보다 미국에서 들어온 서양측백나무를 주변에서 많이 볼 수 있게 됐다. 공원이나 아파트 정원 등에서 보는 측백나무들 대부분이 서양측백나무이다. 좀 더 생존력이 강해서라는 경제적 이유가 그 원인이라 생각된다. 그러던 와중에 용인시 기.. 2021. 7. 18.
겨울을 살고 있는 나무들 입력 2018.01.08 15:58 일년 중 가장 춥다는 소한과 대한 사이의 날들이다. 1월 5일이 소한이고 보름후인 20일이 대한이다. 말로만 치면 대한이 가장 추울 거라 생각하지만 통계적으로 보면 소한 무렵이 더 춥다고 한다. 이는 많은 절기가 중국의 영향을 받아 생겼기에 중국의 기후를 기준으로 삼아 생긴 오차다. 아무튼 소한과 대한 사이가 가장 추운 겨울날임에는 틀림이 없다. ‘소한 추위는 꾸어다가도 한다’, ‘대한이 소한 집에 가 얼어 죽는다’라는 속담을 보면 소한이 얼마나 추운가와 그 추위를 달게 여기는 조상님들의 여유가 느껴진다. 겨울은 겨울답게 추워야 한다. 겨울 날씨가 추우면 이후 풍년이 들고 질병이 없다고 했다. 반대로 겨울이 따뜻하면 그 후 흉년이 들고 질병이 창궐하게 된다고 한다. 겨.. 2021. 7. 18.
소원과 감사를 빛내주는 가문비나무 입력 2017.12.26 15:53 올해도 크리스마스가 다가오며 곳곳에서 트리가 반짝반짝 흥겨운 분위기를 연출하고 있다. 크리스마스트리는 중·북부유럽에서 처음 시작됐다고 한다. 수확의 기쁨을 기리며 농산물을 장식하는 전통풍습과 종교의식에서 살아있는 동물을 제물로 바치는 것을 바꾸고자 시도하는 과정에서 나무를 장식하는 관습으로 이어지다가 기독교와 결부돼 현재에 이르렀다는 설이 있다. 딱히 기독교를 믿는 가정이 아니더라도 산타할아버지가 주는 선물과 크리스마스트리는 한해를 마무리하며 행복한 기분을 느끼게 하고 새해를 맞는 설렘을 부추긴다. 독일을 비롯한 겨울이 있는 나라에서 시작된 크리스마스트리에 어울리는 나무로는 어떤 나무가 있었을까? 나뭇잎이 다 떨어진 채 앙상한 나뭇가지만 남은 나무보다는 초록색 잎이 달.. 2021. 7. 17.
붉은 색 열매, 알알이 복을 담는 ‘남천’ 입력 2017.12.12 09:26 얼마 전까지만 해도 시원한 아이스커피가 생각나더니만 찬바람 불고 눈까지 내리니 따뜻한 차 한 잔 손에 잡고 온기를 즐기는 겨울이 됐다. 추운 게 딱 질색인 필자지만 겨울이 좋은 이유가 하나 있다. 일 때문에 다른 계절엔 짬을 못 내다가 겨울이 되면 좀 한가해지며 입버릇처럼 얘기하는 집시병이 도진다. 내가 살아보지 못한 이 세상 어딘가가 궁금하다. 그래서 매년 따듯한 남쪽으로 핸들을 돌린다. 주로 남해안을 따라 여행을 하게 되는데, 전라도 끝 진도나 경상도 끝 부산 중 맘에 끌리는 한 곳을 정해 집중적으로 파고드는 여행을 한다. 남천을 처음 만난 곳도 남해안 어딘가 여행 중이었다. 한 겨울인데 빨간 열매가 수북이 달린 키 작은 나무가 눈에 띄었다. 이름도 나무 이름치고는.. 2021. 7. 17.
서리가 내려도 여전히 붉은 열매 '낙상홍' 입력 2017.11.27 17:44 아이는 아침에 눈을 뜨자마자 물어본다. “눈 왔어요?” 날씨가 추워지는 것이 싫어 겨울이 달갑지 않은 어른에 반해 아이는 눈 오기를 기다리며 차가운 겨울을 반갑게 기다린다. 아직 첫눈이 오지 않은 초겨울 아침, 모처럼 시간이 되어 아이의 학교 가는 길 길동무가 돼 주기로 한다. 집에서 나와 찻길을 건너 시멘트 농로를 따라 가다보면 아이가 다니는 작은 시골학교에 도착한다. 오늘은 논 주변을 빙 돌아가는 농로 대신 가로질러 갈 수 있는 지름길을 택했다. 평소엔 뱀이 나올까 무서워 가지 말라했던 논둑길이 겨울이 다가오니 안전한 지름길이 됐다. 논둑길엔 서리가 내려 하얗게 눈꽃이 피었다. 올해 생이 끝나지 않고 내년까지 이어가는 풀들은 잎들을 납작 엎드려 살아내고 있었다. 꽃.. 2021. 7. 17.
빠르구나 화살나무 입력 2017.11.13 16:05 전해 내려오는 노래 중에 ‘나무노래’라는 노래가 있다. ‘가자가자 갓나무 오자오자 옻나무 너하구 나하구 살구나무 낮에 봐도 밤나무 불 밝혀라 등나무 그렇다고 치자나무 깔고 않아 구기자나무’ 나무 이야기가 계속된다. 정말로 나무의 모습과 특성에 그럴듯하게 가사를 지었다는 생각에 절로 무릎을 탁 치게 된다. 그중에 요즘 들어 유난히 생각하는 가사가 있다. ‘빠르구나 화살나무’다. 이제 11월 중순을 달리고 있고, 곧 달력은 한 장밖에 남지 않는다. 어느새 2017년도 이렇게 빠르게 지나갔구나. 화살같이. 식물을 구분할 때 우리는 ‘동정한다’라고 하며 그 구분점이 되는 특성을 동정 포인트라고 부른다. 화살나무는 동정 포인트가 확실해 한 번 확인하고 나면 쉽게 헷갈리지 않는다.. 2021. 7. 17.
떼굴떼굴 도토리가 달리는 상수리나무 입력 2017.10.30 15:41 가을을 대표하는 나무에는 뭐가 있을까? 나무이야기를 쓰려고 책상에 앉아 곰곰이 생각해본다. 뭐니 뭐니 해도 가을은 단풍과 열매의 계절이다. 지난 호에 홍은정 씨가 단풍에 대해 글을 썼으니 이번엔 열매에 대한 이야기를 풀어볼까 한다. 가을 열매를 이야기 하라하면 빼놓을 수 없는 것이 도토리다. 도토리가 달리는 나무를 우리는 참나무라 불렀다. 참나무는 어느 한 종(種)을 지칭하는 것이 아니라, 참나무과 참나무속에 속하는 여러 나무를 가리키는 명칭이다. 도토리라는 열매가 얼마나 중요했기에 ‘진짜, 으뜸, 정말’이라는 뜻의 ‘참’자를 나무 이름에 붙였을까 짐작해 볼 수 있다. 처음엔 열매 하나만을 보며 이것도 참나무 저것도 참나무 이렇게 불렀으리라. 그런데 좀 더 자세히 들여.. 2021. 7. 17.
세 개가 하나 되어 붉게 타오른 복자기 입력 2017.10.18 10:22 명절과 국경일로 이뤄진 긴 가을방학을 마치고 일상으로 돌아오니 할 일이 산더미처럼 쌓여 쓰나미로 몰려온다. 하루살이처럼 동동거려도 하나하나 해결해나가는 자신이 대견스러워질 때쯤 동백의 법화산 한 자락에서 복자기를 만났다. 대부분의 나무 이름에는 끝에 ‘나무’라는 말이 들어가는데 복자기는 무슨 연유인지 그 말이 빠지고 그냥 복자기다. 모르는 사람들은 그게 나무 이름인지 짐작도 못하게 말이다. 그러거나 말거나 어느새 붉게 물들어 바닥에 한가득 떨어져 있는 나뭇잎들이 가을이 무르익었음을 알려줬다. 파란 하늘을 우러르며 가을을 느끼고, 노란 황금물결이 넘실거리는 논을 보며 가을에 눈이 부셨는데 이제 붉은 잎이 가을에 빠지게 만든다. 복자기가 붉게 물드는 가을이다. 복자기는 단.. 2021. 7. 17.