분류 전체보기512 싱그러운 연두 ‘가죽나무’ 입력 2018.08.27 17:51 우리는 말장난으로 “책으로 배웠어” 라는 말을 쓴다. 직접 경험하지 않고 인쇄된 활자를 통해 간접적으로 배운 지식이 현실과 동떨어졌다는 것을 알게 됐을 때 사용하곤 한다. ‘연애를 책으로 배웠어’, ‘육아를 책으로 배웠어’ 따위. 필자도 나무 공부를 하며 도감과 책을 통한 배움과 예전부터 내려오는 조상의 지혜와 관습으로 쌓인 식물지식이 다른 경우를 많이 본다. 그 중에 대표적인 게 바로 가죽나무와 참죽나무이다. 우리가 먹는 나물 중에 ‘가죽나물’이라고 있다. 두릅처럼 봄에 나오는 나무의 새순을 먹는데 맛과 향이 아주 진한 맛난 나물이다. 처음 가죽나물을 먹게 됐을 때 선뜻 손이 가지 않았다. 익히 알고 있는 가죽나무는 냄새가 아주 강하여 쉽게 먹을 수 있는 나뭇잎이 아.. 2021. 7. 19. 노랑 꽃다발의 선비나무 ‘회화나무’ 입력 2018.08.17 20:54 처음 봤을 땐 눈에 익숙한 아까시나무인줄 알았다. 아까시나무 잎처럼 생긴 잎을 가진 나무여서 별로 눈여겨보지 않고 그러려니 넘어갔다. 두 번째 봤을 때 아까시나무 꽃 비슷한 꽃이 한 여름에 피어 이상하게 쳐다봤다. 더구나 꽃잎도 노란색이라 아까시나무가 아닌 것을 알았다. 세 번째 봤을 땐 열매의 모습을 보자마자 웃음이 터지고 말았다. ‘세상에, 나무에 초록색 줄줄이 비엔나 소시지가 달리다니!’ 이렇게 필자에게 웃음을 주며 다가온 회화나무는 알고 보니 함부로 웃으면 안 되는 근엄한 나무였다. 중국이 원산지인 회화나무는 우리나라 숲에선 자생하지 않고 누군가 이유와 의미를 두고 심었던 나무이다. 더구나 그 장소가 임금이 살던 궁이나 고관대작들이 살던 저택, 학자들이 뜻을 품.. 2021. 7. 19. 하늘을 향한 손짓, 능소화 하늘을 향한 손짓, 능소화 입력 2018.07.24 09:44 용인농촌테마파크에 능소화가 피었다. 따가운 햇살의 뜨거운 여름날을 견디고 있던 차에 큼지막하게 피어난 능소화는 화끈한 시원스러움으로 다가온다. 능소화 나무는 갈색 줄기가 서 있고, 위에 초록 나뭇잎이 얹혀있는 기본 공식을 깨고, 온통 초록 잎으로 둘러싸여 초록기둥으로 보인다. 사방으로 뻗은 나뭇잎과 줄기가 공포영화 속 괴물을 떠올리듯 기괴해 보이지만 크고 아름다운 주황색 꽃에 이내 마음을 열고 다가서게끔 하는 매력적인 꽃나무이다. 능소화는 덩굴나무이다. 덩굴나무는 제 혼자서 서질 못하고 누군가의 도움을 받아야만 한다. 칡이나 등나무처럼 제 줄기로 누군가를 휘감아야만 위를 향해 자랄 수 있는 덩굴나무가 있고, 포도나무나 머루나무처럼 덩굴손을 뻗.. 2021. 7. 19. 산에 사는 예쁜 수국 ‘산수국’ 입력 2018.07.10 10:11 그날은 무슨 맘을 먹었던 것일까? 쌩쌩 뚫린 터널로 통과하지 않고 박달재 옛길로 접어들어 굽이굽이 차를 타고 넘어오던 중이었다. 길가에 보라색 꽃이 눈에 띄어 잠시 차를 멈추고 하염없이 바라보았다. 딱히 보라색이라고 파란색이라고 규정짓지 못하는 오묘한 색깔이었다. 그 후로 그 꽃을 향한 짝사랑이 시작됐다. 주로 큰 나무 그늘 밑에서 1미터밖에 자라지 못하는 키 작은 나무이지만 여름철 우리 숲 곳곳에서 아주 아름다운 꽃을 피우는 ‘산수국’이다. 산에 사는 수국이라 그렇게 이름 붙여졌다. 대부분의 사람들은 수국은 알아도 산수국은 이름을 듣자 갸웃거린다. ‘그런 꽃이 있었어?’ 하며. 하지만 실제로 산수국을 숲에서 보게 되면 참 아름답고 예쁜 꽃이라는 생각에 누구나 손을 들.. 2021. 7. 19. 앵두건 앵도건 눈으로 맛있는 ‘앵두나무’ 입력 2018.06.19 09:25 잘 익은 앵두는 빨간 색이 반짝반짝 빛나며 탱탱하다. 옛날부터 전해져 내려오는 ‘나무노래’를 보면 앵두나무를 이야기할 때 앵돌아진 앵두나무라고 했다. ‘앵돌아지다’라는 말은 ‘못마땅하여 마음이 토라지다’란 뜻이다. 아마 어린 아이들이 앵돌아져 입술을 삐쭉삐쭉 거릴 때의 작고 귀여운 입술이 앵두를 닮아서일까? 그래서 아름다운 여인의 입술도 앵두같은 입술이라 했나보다. 앵두나무는 앵도나무라고 처음 불렸다. 중국이 고향인 나무다 보니 이름도 한자로 같이 왔다. 중국에서는 꾀꼬리가 먹는다 해서 꾀꼬리 ‘앵(鶯)’자를 쓰고 복숭아를 닮았다 해 복숭아 ‘도(桃)’자를 써서 앵도라고 불렀다고 한다. 그것이 시간이 지나면서 이 땅에선 앵두가 됐다. 그런데 이상하게도 국어사전에는 앵두.. 2021. 7. 19. 우리 동네 고급 나물 오이순나물, ‘고광나무’ 우리 동네 고급 나물 오이순나물, ‘고광나무’ 입력 2018.05.30 09:22 지금 살고 있는 집으로 이사 온 첫 해 이맘때 쯤, 우리보다 먼저 마당에 자리 잡고 있던 나무에 하얀 꽃이 폈다. 처음 보는 나무의 꽃이 어찌나 우아하고 아름다운 지 넋을 잃고 쳐다보고 있는데 지나가던 옆집 할머니가 툭 던지시듯 내뱉고 가셨다. “거 오이순나물이여. 봄에 해 먹으면 아주 맛나. 고급이지. 고급 나물” 오이순나물? 처음 듣는 나물 이름과 나무에 나물 이름이 붙은 것에 호기심이 발동해 열심히 검색했다. 그렇게 찾은 이름이 바로 고광나무다. 고광나무는 우리나라 숲 골짜기에서 자라는 나무로 물과 낙엽이 풍부한 기름진 땅을 좋아한다. 그런 자연의 나무가 우리 집에 있다니 너무 감격스러웠다. 그런데 동네를 둘러보니 동.. 2021. 7. 19. 닮은 듯 다른 가막살나무와 덜꿩나무 입력 2018.05.15 16:54 식물에 대해 공부하게 되면 참 난해할 때가 있다. 잎을 봐도 꽃을 봐도 만져 봐도 비슷비슷한데 서로 다른 이름을 가진 나무를 구분해야한다는 것이 참 어렵게 느껴진다. 비슷한 짝들이 있는데 많이 헷갈리는 것 중에 가막살나무와 덜꿩나무가 있다. 가막살나무는 ‘까마귀가 먹는 쌀’이라는 뜻으로 가막살이란 이름으로 불리게 됐고, 덜꿩나무는 ‘들꿩이 좋아한다’고 해서 그런 이름을 갖게 됐다고 한다. 참 신기하고 묘한 이름들이다. 공교롭게도 나무 이름에 똑같이 새 이름이 들어가는 것도 재미있다. 가막살나무와 덜꿩나무는 모두 이맘때인 5월에 꽃이 핀다. 하얀색 아주 작은 꽃이 자잘하게 모여 핀다. 좀 다른 점이 있다면 꽃 양이 가막살나무가 더 많다. 그래서 가을에 열매도 더 많이 맺.. 2021. 7. 19. 한국의 아이비 ‘송악’ 입력 2018.05.01 14:30 담장나무라고도 하는 ‘송악’을 용인에서 처음 본 것은 농촌테마파크에 지어놓은 초가집 담장에 걸쳐 자라고 있는 모습이었다. 돌담과 너무도 잘 어울려 ‘테마파크 관계자가 정말 장식을 잘 해놓았구나’ 생각을 했다. 숲에서 큰 나무에 붙어 자라는 담쟁이와 닮아있지만 줄기가 더 굵고 잎도 두꺼워 보이는 것이 마치 서양의 아이비와 비슷해 보였다. 그런데 검은색 포도마냥 달린 열매가 너무나 귀엽고 예뻐 보여 관심이 갔다. 그런데 나중에 알고 보니 원래 그렇게 자라는 덩굴나무로 우리나라 남쪽지방 해안가나 숲속에서 자생하는 송악이란 덩굴나무였다. 송악은 쉽게 말하면 한국의 아이비다. 원예식물로 많이 재배되고 있는 익숙한 아이비와 같이 전 세계적으로 많은 아이비가 있는데 우리나라에는 그.. 2021. 7. 19. 봄에 피는 눈꽃방망이 ‘조팝나무’ 입력 2018.04.16 17:02 어릴 적 우리 동네에선 조팝나무를 싸리나무라고 불렀다. 누구나 그렇게 불렀기에 당연히 그 이름인줄 알았다. 그 이름이 잘못됐다는 것을 안 것은 도감이라는 책을 보면서부터이니 사실 조팝나무보다 싸리나무로 부른 세월이 훨씬 길다. 그런데 필자와 같은 이가 꽤 많다는 사실을 알고 더 놀랐다. 그런 걸 보면 전국 여러 곳에서 조팝나무를 싸리나무라 불렀다는 것을 알 수 있다. 쭉쭉 뻗은 가는 줄기를 모아 엮어 만드는 싸리대문이나 더 가는 줄기로 만든 싸리빗자루에 쓰이는 진짜 싸리나무와 헷갈렸던 걸까? 싸리나무는 콩과식물로 보라색 꽃이 피며 콩 꼬투리가 달린다. 이에 반해 조팝나무는 장미과 식물로 하얀 꽃이 피며 작은 씨앗 네댓 개가 모여 달린다. 실물을 보면 두 나무는 너무나 .. 2021. 7. 18. 이전 1 ··· 15 16 17 18 19 20 21 ··· 57 다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