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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직 한 번도 본 적 없는 잎갈나무 입력 2019.01.09 09:38 잎갈나무는 소나무과의 키가 큰 나무로 금강산 이북의 높은 산지와 고원에서 자라는 나무이다. 이를테면 백두산과 개마고원 지역이 대표적이다. 한국에는 일부러 심은 광릉수목원에서나 간신히 볼 수 있다 하니 아직 한 번도 본 적 없는 게 당연한 일일 게다. 언젠가 직접 만지며 볼 수 있는 날이 오기를 바라며 잎갈나무에 대한 그리움을 가져본다. 남한에서 볼 수 있는 잎갈나무는 모두 일본에서 들어온 일본잎갈나무이다. 잎갈나무는 추운 것을 좋아해 북쪽지역에 살고, 따듯한 일본지역에서 들어온 일본잎갈나무들이 우리나라 남부와 중부지방에 자리 잡고 살아가고 있다. 일본잎갈나무는 1904년 우리나라에 처음 들어와 초기에는 신작로의 가로수로 심었으나, 그 후 목재로 사용하기 위해 1960∼.. 2021. 7. 23.
중요한 순간 언제나 함께 한 ‘오동나무’ 입력 2018.12.26 10:09 어린 시절 숲에서 만난 오동나무는 엄청 큰 나무로 기억된다. 키도 훤칠하지만 잎이 엄청 컸다. 도형의 오각형을 연상시키는 잎은 그 압도적인 크기로 다른 나무와 구별됐다. 하지만 먹을 수 있는 열매도 없는 오동나무는 어린 필자에겐 그저 크기만 크지 쓸모없는 나무로 여겨졌다. 그러면서도 “오동잎 한 잎 두 잎 떨어지는 가을밤에”로 시작하는 대중가요를 들으며 오동나무는 익숙해졌다. 나이가 들어 오동나무에 대해 다시 생각하게 된 건 “딸을 낳으면 오동나무를 심는다”라는 이야기를 들은 후부터였다. 왜? 딸인 필자로서는 궁금해질 수밖에 없었다. 오동나무는 빨리빨리 자라는 나무로 유명하다. 보통 1년에 1~2미터 가까이 자란다고 하니 십수 년이 지나면 가구를 하나 만들 수 있을 정.. 2021. 7. 23.
돛단배 타고 멀리멀리 날아가렴, 벽오동아 입력 2018.12.11 12:01 겨울에 나무를 본다는 것은 남아있는 열매를 보거나, 다른 계절엔 눈길이 가지 않던 나무의 껍질을 보거나, 저마다 개성 있게 생긴 겨울눈을 보는 것이다. 잎이 다 떨어진 나뭇가지 사이로 나무의 본 모습이 드러난다. ‘아! 봄부터 열심히 살아온 나무는 일년 동안 이만큼 컸구나!’를 알 수 있는 시기이기도 하다. 그중에 아직 남아있는 열매를 보는 것은 마치 기대도 안했는데 덤으로 얻는 재미와 같다. 십여 년 전 이맘때 즈음 따듯한 남쪽을 여행하던 중 한 시골마을에 도착해 정겨운 풍경에 빠져 작은 골목길들을 오가다 한 나무를 만나게 됐다. 처음엔 나무껍질이 초록색을 띠며 서 있던 것이 눈길을 끌었다. 그러다 올려다본 나무 윗부분에 깜짝 놀라고 말았다. 마치 아직 채 떨어지지 .. 2021. 7. 23.
반갑구나, 푼지나무 입력 2018.11.27 12:40 같이 일하는 동료 선생님들과 용인시 처인구 원삼에 있는 용담저수지를 한 바퀴 돌기로 했다. 태교둘레길이라 해서 저수지 주변에 산책로를 잘 만들어놓았다. 건너편 야트막한 동산의 단풍과 물에 비치는 데칼코마니를 보며 감탄하고 걷는 호숫가 산책길은 너무나 멋진 풍경이었다. 약속 장소에 있던 큰 상수리나무에서는 제법 굵은 도토리가 떨어졌다. 동글동글한 게 어쩜 이리 예쁜 도토리가 있을까 하며 걷다가 잣나무들을 지나 또 다른 상수리나무 앞에 섰다. 키 큰 나무줄기엔 초록색 잎들이 상수리나무 꼭대기를 향해 손을 뻗듯이 기어 올라가고 있었다. 언뜻 보니 노박덩굴 잎과 비슷했다. 노박덩굴인가보다 하며 가볍게 지나려는데 뭔가 이상했다. 줄기에 가시가 있었다. 꽤 따끔한 가시였다. 노박.. 2021. 7. 23.
가을, 노랗게 물든 노란 황벽나무를 보다 입력 2018.11.12 17:30 아직 숲에서 황벽나무를 한 번도 본 적이 없다. 그래서 아련함과 아쉬움으로 남아 있는 나무이기에 더 마음이 가는지도 모르겠다. 숲이 아닌 곳에서 딱 두 번 본 적이 있다. 한번은 서해안 충남 서산의 웅도라는 섬으로 여행갔을 때 민박집 앞에서 만났다. 황벽나무는 본래 깊은 숲에 사는 나무라고 알고 있었는데, 섬의 마을 근처에서 만난 황벽나무는 너무도 충격이었다. 더구나 잎에는 노란 호랑나비의 알과 아직 까만 작은 애벌레들까지 있었다. 그리고 두 번째 만남은 보다 가까운 곳에서 이뤄졌다. 용인시 처인구 원삼면에 있는 농촌테마파크 곤충전시관이 있는 곳 앞을 지나가고 있는데, 화단 한쪽에서 호랑나비가 번데기에서 나비로 변하고 있는 순간을 보게 됐다. 번데기 껍질 속에서 몸이 .. 2021. 7. 23.
새들을 부르는, 열매도 예쁜 ‘찔레나무’ 입력 2018.10.31 10:46 “선생님 여기선 새소리가 많이 들려요” 처인구 백암에 있는 한 장애인시설에서 숲체험 교육을 하던 중 맨 앞에서 앞장서 가시던 영식씨가 갑자기 걸음을 멈추며 이야기한다. 가만히 서서 귀를 기울이니 새 소리가 요란하다. “그러네요. 가만히 들어볼까요? 저 새는 우리가 아는 속담 중에 ‘뱁새가 황새 쫓아가려다 가랑이 찢어진다’라고 하는 속담에 나오는 뱁새에요. 저렇게 작은 새가 다리가 긴 황새를 따라가려니 얼마나 힘들겠어요? 그러니 그런 속담이 나온 모양입니다. 그런데 저 뱁새의 정식 이름은 ‘붉은머리오목눈이’랍니다. 앞에 계신 선생님의 모자색처럼 머리가 붉은색이라서 그런 이름이 붙었다고 해요.” 한참을 새에 대해 이야기하고 나니 그제야 나무가 눈에 들어온다. 키가 작은 나.. 2021. 7. 20.
밤듸마을에서 보내는 밤나무 이야기 입력 2018.10.16 09:14 필자가 사는 마을의 이름은 ‘밤듸마을’이다. 마을사람들은 ‘밤뒤’라고도 하고 ‘밤디’라고도 부른다. 다른 말로는 ‘율곡’이다. 밤이 많은 동네라서 그런 이름이 붙었다 한다. 힘차게 솟아있는 아홉 봉우리 구봉산 굽이굽이와 그 동쪽 줄기에서 뻗어 나온 석술암산이 마을을 내려다보고 있다. 그 산자락 어딜 가도 요즘 밤이 지천이다. 올해는 밤이 풍년이다. 따가운 밤송이를 발로 부여잡고 깔 필요도 없다. 잘 익은 알밤들이 여기저기 툭툭 떨어져 있다. 그 밤들을 줍고 있노라면 마치 헨젤과 그레텔처럼 과자집으로 홀려가듯 뭔가에 홀리는 느낌이 들 정도로 몰두하게 된다. 옛날 옛적 수렵본능이 남아있어 이미 충분한 양을 주웠는데도 자꾸만 욕심을 부리게 된다. 그만큼 줍는 재미가 아주 쏠.. 2021. 7. 20.
두릅은 살아남아 꽃을 피우고 열매도 맺는다 입력 2018.09.24 10:33 해마다 봄이면 두릅을 따러 산에 오른다. 살고 있는 마을 앞산엔 마침 두릅이 지천이다. 한 바구니 따와 살짝 데쳐 초고추장에 찍어먹으면 그 향긋한 향과 아삭거리는 식감에 봄을 먹는 기분이 든다. 먹고 남으면 전을 부쳐 먹기도 하고, 라면에 넣어 먹기도 한다. 봄에 먹을 수 있는 최고의 음식이다. 이렇게 좋아하는 두릅은 두릅나무 새순으로 때를 잘 만나야 한다. 일찍 오르면 아직 너무 작은 두릅 순에 고민하게 된다. 딸까? 말까? 지금 안 따면 다른 사람이 따버려 다음에 와봤자 없을 텐데. 그것이 싫어 따게 되면 너무 작은 순을 모으게 된다. 과욕이다. 몇 번을 그렇게 하다 보니 이젠 딱 먹기 좋은 크기의 두릅을 만나면 신나고, 너무 작은 순을 만나면 이건 내 것이 아닌가.. 2021. 7. 20.
머루 먹어보셨나요? 입력 2018.09.19 09:47 “살어리 살어리랏다 청산에 살어리랏다, 멀위랑 다래랑 먹고 청산에 살어리랏다, 얄리얄리얄라셩 얄라리 얄라…” 정확한 작자와 연대를 알 수 없지만 고려시대 것으로 알려진 가장 유명한 고려가요 ‘청산별곡’에 나오는 첫 구절이다. 삶의 비애와 고뇌를 주된 내용으로 하며 당시 최대 히트곡이라 할 수 있다. 보면 욕심 부리지 않고 가장 소박한 먹을거리로 멀위랑 다래를 이야기하는데 여기서 나오는 멀위가 바로 머루다. 머루는 포도와 비슷하고 다래는 키위와 비슷한데 머루와 다래는 우리나라에 원래부터 있었던 고유종 나무들이고, 포도와 키위는 다른 나라에서 들어온 외래종 나무들이다. 포도가 일상과 더 가까워지면서 마치 굴러온 돌이 박힌 돌을 빼내어 버리듯 머루는 산에 사는 포도 즉 야생.. 2021. 7. 2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