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눈으로 보고 향기 맡으니 마음이 풍요로운 ‘탱자나무’ 입력 2019.10.30 16:58 필자의 고향으로 가는 길에 한 육개장집이 있다. 그 집 육개장을 먹어본 적이 있는데 맛이 어떤지 기억보다 그 집 마당에 자라고 있던 탱자나무의 기억이 더 선명하다. 요즘 같은 가을날 파란 하늘과 어우러져 주렁주렁 달려있던 노란 탱자를 잊지 못한다. ‘꼭 먹어봐야 맛인가! 눈으로 보고 향기로 맡으니 마음이 풍요로운 맛이로다!’ 마음에 새긴 탱자의 맛은 그렇게 남아있다. 탱자는 생긴 건 꼭 작은 귤과 같은데 유자와 같은 노란색을 가졌다. 귤과 유자는 모두 겨울이면 사람들에게 과일로 사랑받는다. 그러나 탱자는 신맛이 강하고 단맛이 거의 없어서 생과일로는 먹기 힘들다. 대신 약으로 쓰인다. 유자나 귤 농사를 지을 때 접붙이는 밑나무로도 쓴다. ‘귤이 회수를 건너면 탱자가 된다.. 2021. 7. 28.
이름대로 사는 ‘청가시덩굴’ 입력 2019.10.16 14:23 용인중앙시장은 장날이라는 우리의 전통이 남아있는 용인의 몇 안 되는 전통시장 중 하나인데, 그 장을 구경하러 간 어느 봄날, 한쪽 구석에서 낯선 나물을 앞에 펼쳐놓고 팔고 계시는 할머니에게 마음이 쓰였다. 그 나물은 필자가 알고 있는 식물의 여린 순이었는데 시장에서 파는 건 처음 보았다. “할머니 이것도 먹어요?” “그럼 얼마나 맛있는데” “이거 다 얼마에요?” “오천원” “저 다 주세요” 한바구니 가득이 오천 원밖에 안 되다니, 그저 다 팔아드리는 방법을 생각한 것이 고작이었다. 그저 나물을 싸게 산 것 같아 횡재했다는 생각을 잠시 했다는 것과 할머니께 더 드리지 못한 미안함에 집으로 오는 내내 마음이 편치 않았다. 가시 때문이었다. 가시가 사나운 덩굴나무의 새순을 .. 2021. 7. 28.
다래 먹어보셨나요? 입력 2019.09.30 18:09 “살어리 살어리랏다 청산에 살어리랏다, 멀위랑 다래랑 먹고 청산에 살어리랏다, 얄리얄리얄라셩 얄라리 얄라…” 딱 작년 이맘 때 이 청산별곡을 부르며 머루나무에 대한 이야기를 지면을 통해 전했었다. 작은 포도처럼 생긴 머루 이야기를 하며 마당에 심은 머루나무에 대해 알렸는데, 그 머루나무가 올해에는 더 무성하게 잘 자라 머루 풍년을 맞이하게 됐다. 씨가 단단하지 않아 그냥 껍질과 씨까지 오도독 오도독 씹어 먹는 식감과 머루의 진한 새콤달콤한 맛이 어울려 괜찮았다. 정말 자연을 품은 맛이었다. 그런데 얼마 전 이웃이 먹어보라며 건넨 열매에 그 감동은 배가 됐다. 다래였다. 청산별곡처럼 머루랑 다래랑 먹을 수 있게 된 행복한 사람이 된 것이다. 다래는 다래나무에 열리는 대추.. 2021. 7. 28.
약재로 활용하는 '두충나무' 입력 2019.09.11 08:31 두충나무는 도심 주변에서 쉽게 볼 수 있는 나무는 아니다. 공원이나 관공서의 정원에서 두충나무를 발견하기는 쉽지 않다. 그러나 조금 외곽으로 나와 시골로 들어서면 마을 근처나 마을에서 숲으로 이어지는 언저리에 키 큰 나무가 무리지어 살고 있는 것을 볼 수 있다. 워낙 다용도로 쓰이는 약재로 사랑받고 있기에 사람들에게서 멀지 않은 곳에 심어놓았기 때문이다. 하지만 키가 너무 크기에 집안에 들이지는 않는다. 두충나무는 중국이 원산지로 식물분류학적으로 1속 1종의 중국 특산식물이다. 우리나라에 언제 들어왔는지 알 수 없지만 약 2000년 전부터 약재로, 차로 사람들이 건강식품이라 생각해왔던 식물이다. 주로 나무껍질을 이용하는데, 때론 뿌리의 껍질을 이용하기도 하고 잎과 열매.. 2021. 7. 27.
호랑나비 품은 ‘산초나무’ 입력 2019.09.06 10:38 결혼 후 신혼살림을 용인에서 시작했지만 곧 직장을 따라 타지로 나가 살다가 다시 용인으로 돌아와 살게 된 처인구 백암면 마당 있는 집. 우릴 환영이라도 하는 듯 선물이 어디선가에서 날아왔다. 흥부에게 박씨를 물어다 준 제비처럼 아마 어느 새가 전해주었으리라. 작은 씨앗에서 싹을 틔운 후 쑥쑥 자라 곧 작은 잎들이 줄줄이 마주 달렸고 가시가 돋았다. 정체를 보니 독특한 향이 나는 산초나무였다. 이듬해 1미터 넘게 자랐고 삼년 째 되니 필자 키에 조금 못 미치는 크기가 됐다. 아무리 나무라지만 이렇게 쑥쑥 자라는 모습이 마냥 대견하고 신기했다. 그러자 자연으로부터 선물이 또 배달됐다. 노랗고 동글동글한 좁쌀보다 작은 알이 잎에 붙어 있었다. 알에서 깨어난 애벌레는 산초나무.. 2021. 7. 27.
크기별로 대·중·소? 백로 식구들 입력 2021.07.27 11:10 몇 년 전까지만 해도 필자가 살고 있는 처인구 원삼면은 백로들을 좋아하는 사람들에게 있어 성지와 같은 곳이었다. ‘우리 용인에도 이렇게 큰 백로 서식지가 있다니’ 하며 찾아오는 사람들 모두 탄성을 질렀던 때가 있었다. 잣나무 수십여 그루에 한 그루당 대여섯 채의 둥지가 마치 아파트마냥 위 아래로 자리 잡고 있었다. 커다란 백로 둥지 마을이었다. 당연히 필자도 때 되면 찾아가 사람들과 함께 백로 둥지를 구경하고, 알에서 깨어 뽀얀 솜털 날리는 어린 백로 새끼들을 바라보는 황홀한 경험을 했다. 가끔 황로도 섞여있어 백로와 황로에 대해 구별도 하며 사람들과 공유하는 즐거움이 있었다. 그러던 어느 해 갑자기 단 한 마리도 그곳에 둥지를 틀지 않았다. 정말 갑작스럽게 모두 사라.. 2021. 7. 27.
큰 느티나무도 이 작은 열매에서 시작됐다 입력 2019.07.24 10:33 눈을 감고 ‘느티나무를 생각해보세요’ 라고 하자. 대부분의 사람들은 마을 공터에 있는 커다랗게 가지를 벌리고 있는 느티나무를 떠올릴 것이다. 백 년, 이백 년 살아오며 아름드리나무가 돼 마을 사람들을 모두 품어줄 그늘을 만들어 주는 마을 쉼터를 역할을 하는 나무이다. 뜨거운 여름이면 그늘에 모여 앉아 할아버지들은 내기 장기를 두셨고, 할머니들은 부채질을 하며 이야기꽃을 피우셨다. 학교 운동장에도 꼭 느티나무가 있었다. 나무 그늘 아래에서 아이들은 고무줄을 하며 놀았고, 운동장 흙바닥에 나뭇가지로 그어가며 사방치기나 땅따먹기를 하며 놀았다. 이런 너무 오래전 얘기인가? 용인사람이라면 이런 걸 떠올릴 수도 있다. 용인엔 작은 도서관이 많은데, 그 중에 가장 유명한 도서관 .. 2021. 7. 26.
모감주나무, 평양에서도 꽃이 피었을까 입력 2019.07.08 13:26 장마철이라 얘기하는 요즘 한창 노란 꽃을 피우는 나무가 있다. 영어 이름도 ‘Gold rain tree’ 황금비 나무이다. 떨어지는 빗방울에 노란 꽃잎들이 함께 흩날리며 떨어지니 황금비가 내리는 듯해 그런 이름이 붙었으리라. 상상만해도 황홀하다. 다른 계절에 피면 좋으련만 꼭 장마철 즈음에 피어 예쁜 꽃을 얼마 보지도 못하게 만들어 버리는 나무가 야속하다. 장마철만 되면 생각나던 그 나무가 이제 다른 의미로 다가왔다. 그렇지 않아도 궁금했는데 더 큰 의미로 다가온 모감주나무다. 작년 9월 우리나라엔 큰 변화가 있었다. 남북 정상회담 당시 문재인 대통령이 평양을 방문해 영빈관인 백화원 앞 정원에 기념식수를 했는데 그게 바로 모감주나무였다. 식수를 하며 “나무말이 번영인데.. 2021. 7. 26.
꽃보다 열매, 매실나무 입력 2019.06.25 17:20 글을 쓰기 위해 책상에 앉아 컴퓨터 자판을 두드리다 바로 멈춘다. 이렇게 이름이 헷갈릴 수도 있을까? 매실나무? 매화나무? 뭐가 맞을까? 인터넷을 통해 검색해보니 의견이 분분하다. 학계나 농업 관련 기관에서는 매실나무가 많았고, 정서적이거나 문화적 성향을 띠는 기관에서는 매화나무가 많았다. 두 이름을 다 쓰는 경우도 많았다. 꽃인 매화와 열매인 매실 어느 한쪽으로 기울기엔 사람들에게 끼치는 영향이 막상막하다. 필자는 국립수목원과 국립생물자원관의 의견에 따라 매실나무라고 우선 부르겠다. 올 봄엔 용인보다 더 앞서서 매화를 보겠다고 섬진강변으로 달려갔다. 산과 들에 온통 하얀 매화가 잔뜩 피어 있었다. 또 토종 홍매화를 보겠다고 순천의 금둔사까지 찾아갔다. 그렇게 매화여행.. 2021. 7. 25.