내가 좋아서 하는 일202 혼자보다 여럿이 좋아! 벌개미취 입력 2020.09.23 11:32 보라색 꽃을 좋아한다. 봄에 피는 용담이나 구슬봉이를 좋아하고, 여름에 피는 산수국을 좋아한다. 그러다 가을이 오면 벌개미취가 내 마음에 들어온다. 언젠가 동해바다를 보러 떠난 여행에서 빠른 고속도로를 택하지 않고 돌아 돌아 가는 국도를 따라 간 적이 있다. 강원도 태백쯤이었던 걸로 기억한다. 구불구불 고갯길을 한참 올라가 마침내 정상 터널을 지나 내리막길로 막 들어서려 할 때다. 눈앞에 펼쳐지는 보라색 꽃들의 세상에 차를 멈출 수밖에 없었다. 작지만 여럿이 모여 온 땅을 덮어버릴 기세로 끝없이 펼쳐져 있었다. 그때만큼 연하지만 강렬한 보라를 본 적이 없었다. 그 광활함에서 벌개미취의 매력을 느낄 수 있었다. 하나하나도 예쁘지만 함께 있어 더 예쁜 꽃 벌개미취다. 그렇.. 2021. 7. 31. 나물계 단짝 노란 곰취와 하얀 참취 입력 2020.08.26 11:38 톰과 제리, 흥부와 놀부, 짬뽕과 짜장면, 송대관과 태진아처럼 따로 또 같이 어울리는 것들이 있다. 나물계에도 그러한 단짝이 있으니 바로 ‘곰취’와 ‘참취’다. 하나로도 훌륭하지만 둘이 있어 더 풍성한 이야깃거리를 만든다. 긴 장마에 지쳐갈 때쯤 마당 한 쪽에서 거센 비에도 아랑곳 않고 꽃을 피워낸 곰취와 참취를 보았을 때 ‘아! 이제 너희들의 계절이 왔구나’ 싶었다. 곰취와 참취는 우리 입맛을 자극하는 대표적인 봄나물이다. 둘 다 국화과 여러해살이 풀로 봄에는 새 잎을 내고, 여름엔 아름다운 꽃을 피우고, 가을엔 수많은 씨앗을 만들어 내고 겨울에 조용히 자취를 감추어 버린다. 그리고는 이듬해 봄에 그 자리에서 새롭게 시작한다. 지극히 당연한 이야기지만 나물이라는 쓰임.. 2021. 7. 31. 토마토가 빨갛게 익어 가면 의사들의 얼굴은 파랗게 질려간다 입력 2020.07.21 09:57 처음부터 토마토를 좋아한 건 아니었다. 과일도 아닌 것이 과일 행세를 하는 듯 식탁에 올라오는 것이 싫었고, 채소도 아닌 듯 보이는 게 여러 음식에 채소처럼 들어가 맛을 보태는 게 어색했다. 첫 아들을 임신했을 때 음식에 대해 유난을 떤 적이 딱 두 번 있었다. 임신 초기에 먹으려고 요리했던 꽁치구이가 갑자기 냄새가 너무 역해 견딜 수 없었다. 꽁치가 있는 부엌에 들어갈 수조차 없어 방에서 꼼짝 않고 있다가 저녁에 남편이 퇴근하고 와서 꽁치를 치워주고 나서야 간신히 방을 나올 수 있었다. 그러다 임신 중기가 될 무렵 갑자기 정말, 어느날 갑자기 토마토가 먹고 싶어졌다. 평소엔 거들떠보지도 않던 토마토를 꼭 먹어야 하는 갈망이 됐다. 그렇게 먹게 된 강원도 영월 지인의 .. 2021. 7. 31. 자기 몸 일부를 자손을 위해 떼어주는 '매미나방' 입력 2020.06.23 16:44 사는 곳이 시골이다 보니 매일 참새소리에 아침을 맞고, 눈을 뜨면 초록을 보게 된다. 그렇게 자연과 가깝게 살다 보니 의도하지 않아도 자연의 풍경이 일상으로 들어오게 되는데, 개인적으로 곤충에 대한 관심이 많아 집에 찾아오는 곤충에 대해 자세히 보게 된다. 그러다 몇 년 전부터 해마다 특정한 곤충이 유난히 눈에 많이 띄는 현상을 발견하게 됐다. 처음 그 조짐을 느끼게 된 것은 ‘매미나방’이었다. 매미나방 애벌레들이 유난히 많이 보여 참 유별나다고 생각했다. 그러며 한편으론 걱정했다. 올해 이렇게 애벌레들이 많으니 내년엔 또 얼마나 많아질까? 그런데 그 다음해엔 의외로 매미나방 애벌레들이 많이 보이지 않았다. 의아하기도 했지만 다행이란 생각도 했다. 어떤 해엔 새까만 검.. 2021. 7. 31. 백당나무와 불두화 입력 2020.05.26 16:46 코로나19로 인해 봄을 제대로 맞지도 못했는데 자연과 날짜는 봄에서 여름으로 넘어가며 5월 달력을 흔들고 있다. 윤사월이 있어 음력 사월이 두 번이나 있는 올해는 코로나 상황을 악화시키지 않기 위해 불교계의 결단으로 부처님 오신날 행사를 두 번째 사월초파일로 연기해놓았다. 앞집 담장 너머로 가지를 뻗어 하얀 공 모양의 탐스러운 꽃송이들을 드리우고 있는 나무가 있다. 부처님 머리를 닮았다 해서 이름지어진 ‘불두화’다. 두 손을 모아 만든 공만한 크기로, 하얀색 꽃잎이 자잘하게 모여 커다란 한 송이 꽃처럼 보인다. 나무에 주렁주렁 달려있는 모습을 보면 정말 탐스럽게 느껴진다. 그런데 자세히 들여다보면 이상한 점을 발견할 수 있다. 꽃잎은 있는데 당연히 있어야 할 암술과 수.. 2021. 7. 31. 지금이 딱! 나물 먹을 때 입력 2020.04.28 10:38 봄이 오자 마당을 살피며 어떤 싹들이 나왔나 보고, 나무의 새순이 얼마나 자랐는지 보는 것이 매일 매일의 일이 됐다. 점심을 먹고 아이들과 주변 숲으로 산책을 하는 것 또한 취미이자 운동이 됐다. 확진자가 되지 않으려다보니 ‘확찐자’가 되었다는 우스갯소리를 떠올리며 더욱 부지런히 몸을 놀리고 있다. “호미만 있으면 봄엔 굶어죽지 않는다” “들에 나는 풀은 애기똥풀 빼고 다 먹을 수 있다” 라고 할 정도로 봄이 되면 산과 들엔 파릇파릇 여러 나물이 돋아난다. 싱싱한 나물을 먹을 수 있는 때는 따로 있다. 식물이 자라 줄기가 억세지고 꽃이 피면 더 이상 나물로 먹으면 안 된다. 맛이 써지고 질겨져 식감이 좋지 않다는 이유도 있지만, 꽃이 피는 식물을 먹는다는 건 식물에게 .. 2021. 7. 31. 구봉산에서 만난 봄 입력 2020.03.31 10:25 아이들과 매일 집에 있다 보니 지루하기도 하고, 아이들의 에너지를 소모시켜야 밤에 잠을 잘 재울 수 있을 것 같아 산책을 자주 나가는 습관을 기르고 있다. 매일 점심을 먹고 나서 소화도 시킬 겸 바람도 쐴 겸 동네 숲으로 간다. 구봉산 임도로 산책을 갔다. 구봉산은 용인시 처인구 원삼면에 있는 산으로 아홉 개의 봉우리가 있다 해서 구봉산이다. 산봉우리를 하나 하나 찾아가는 등산로도 있지만, 임도도 잘 정비돼 있다. 임도는 일반 등산로보다 넓은 길로 차가 다닐 수 있을 정도의 폭을 갖고 있고, 산을 관리하기 위해 인위적으로 만들어진 길이다. 구봉산 임도는 크게 북쪽 임도와 남쪽 임도로 나눠지는데, 남쪽 임도는 산 정상을 기준으로 남쪽에 펼쳐져 있어 백암면 용인대장금파크와.. 2021. 7. 29. 알아서 좋은 것도 있지만 몰라도 느낄 수만 있다면 입력 2020.03.04 16:23 제주도에 가게 됐었다. 안 좋은 상황이었지만 갑작스런 기회로 이때가 아니면 갈 수 없다는 생각에 서둘러 예매하고 다음날 도착한 제주도. 사람 사는 곳이 다 거기가 거기라고 많은 것이 비슷했지만 또 많은 것이 달랐다. ‘나무 이야기’를 쓰며 나무에 대한 관심이 더 많아진 터에 제주에서도 나무에 대한 호기심은 멈출 줄 몰랐다. 제주도에 도착 후 가로수를 보며, 한라산 언저리 도로를 달리며, 사려니숲길에서, 동백나무 가득한 마을 돌담길에서, 노란 귤이 달려 있는 감귤농장을 지나며, 강정마을에서, 천제연폭포 아래에서, 검은 돌 가득한 바닷가에서 만나는 모든 식물을 눈에 담으려 했다. 그러다 호기심과 궁금증은 곧 무지로 인한 답답함으로 돌아왔고 어느 순간 스트레스가 됐다. 바다.. 2021. 7. 29. 자연에 예민하신가요? 입력 2020.02.04 10:57 지인의 SNS에 봄 소식이 떴다. 필자가 글을 쓰고 있는 시점은 아직 1월, 달력 첫 장의 날짜이건만 벌써 용인의 숲에서 도롱뇽 알을 발견했다는 소식이었다. 도롱뇽은 어미가 알을 물속에 낳으면 깨고 나와 올챙이로 자라 어른이 되면 뭍으로 올라가 생활하는 양서류에 속하는 손바닥 길이도 채 안 되는 크기의 귀여운 동물이다. 제주에서도 10년 전에는 2월 하순에야 산란하던 제주도롱뇽과 북방산개구리들이 요즘엔 1월 중순에 산란하는 경우가 생겨 우려스럽다는 기사를 본 게 엊그제 같은데, 용인에서 1월 하순에 산란한 알을 보다니 이건 많이 심각하다는 생각이 들었다. 필자가 가지고 있는 사진들을 살펴보니 대부분 3월에 알 사진이 많아 항상 그 시기쯤 알을 보러 갔던 생각이 난다. .. 2021. 7. 29. 이전 1 ··· 4 5 6 7 8 9 10 ··· 23 다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