내가 좋아서 하는 일202 하얀 눈 위에 누구 발자국? 입력 2020.01.14 10:11 요즘 어느 영상 광고에서 2020년이라는 숫자에 선을 살짝 긋고 ‘go go’ 라는 영어단어로 바꿔 표현하는 것을 봤다. 참 기발하다는 생각과 함께 ‘그래, 새해인데 힘차게 다시 시작해야지’ 하는 다짐을 품어본다. 처음 에 연재를 시작하며 쓴 글이 있다. ‘사람들이 식물에 대한 이야기를 어디서나 누구와도 쉽게 스스럼없이 하기를 바란다. 어젯밤 드라마에서 본 남자주인공의 얼굴을 떠올리며 열열이 이야기를 하듯, 사고 싶은 가방 디자인을 이야기하며 행복한 미소를 짓듯, 날 닮아 똑똑하고 착한 아들 이야기를 자랑 아니게 은근슬쩍 하듯, 쉽게 나무 이야기를 하고 풀 이야기하기를 바란다. 그렇게 풀과 나무가 우리 일상에 가까워지기를 바란다’라고. 이 바람이 널리 퍼졌기를 바라며 .. 2021. 7. 29. 신갈나무 알림기 입력 2019.12.31 14:35 2019년을 이틀 남겨놓고 올해의 마지막 신문이 발행된다. 2014년부터 6년에 걸쳐 ‘숲과들의 나무 이야기’를 통해 우리가 살고 있는 용인이 위치한 중부지방에서 볼 수 있는 나무에 대한 이야기를 해왔다. 글을 쓰는 것이 쉽지 않은 일이었고, 떠오르지 않는 생각과 사진의 부족함에 머리를 쥐어짜고 컴퓨터를 헤매다녔다. 하지만 그러면서 나무에 대해 더 많은 생각을 하게 되고, 많이 배우고 감동받았다. 나무라는 단어만 떠올려도 머릿속에선 숲의 모습이 자라락 펼쳐졌고, 푸르름 속에 들어가 있는 필자를 상상하며 기분이 좋아졌다. 숲의 기억은 그런 것이다. 2019년 어떤 나무에 대한 이야기를 마지막으로 할까 생각하다가 신갈나무가 떠올랐다. 우리나라에서 가장 많은 나무, 숲에서 .. 2021. 7. 29. 겨울엔 겨울나무를 보러 숲에 가자 입력 2019.12.19 09:42 직업상 숲에서 하는 일이 많다 보니 사람들이 묻는다. 겨울에도 숲에 가느냐고. 물론이다. 겨울엔 겨울에만 볼 수 있는 것을 찾아 간다. 그동안 울창한 나무숲에 가려져 있던 울퉁불퉁한 산 표면의 모양이 드러난다. 어디가 움푹 들어간 골짜기이고, 볼록 솟아난 능선인지를 알 수 있게 된다. 나무들 사이로 저 멀리까지 산의 속살을 한눈에 볼 수 있다. 우거진 풀숲에 가려져 엄두도 내지 못했던 곳으로 성큼성큼 걸어 들어간다. 숲 이곳저곳을 직접 보며, 산의 살 내음을 맡으며 속으로 들어가는 기분이 좋다. 나무도 마찬가지다. 겨울이 되어 잎들이 다 떨어지고 앙상한 가지만 남아있을 때 비로소 나무의 민낯이 보인다. 그동안 싱그런 잎, 화려한 꽃, 앙증맞은 열매에 시선을 빼앗겨 보지.. 2021. 7. 29. 홍시도 좋고 곶감도 좋아라! 감나무 입력 2019.12.10 17:29 겨울이 시작되자마자 고뿔에 걸려 20일 이상을 고생했다. 심한 코막힘으로 두통까지 와서 아무 일도 할 수 없다가 다 나아갈 즈음 과일이 먹고 싶어졌다. 마침 집에 있던 단감을 깎아 먹고 나니 개운해지고 몸이 가벼워지는 느낌이 들었다. 역시 과일은 몸에 생기를 돌게 해준다. 감은 가을에서 겨울로 넘어가며 달달함으로 우리를 행복하게 해주는 과일이다. 가을엔 달콤하면서 사각거리는 단감을 맛보고, 겨울이 되면서 말랑말랑한 홍시가 나오고, 긴긴 겨울밤 쫄깃쫄깃한 곶감이 단맛의 끝을 보여준다. 옛이야기 속에서 호랑이보다 더 강력한 과일이라고 입증되지 않았던가. 이외에 수정과에도 넣고, 감식초도 만드는 감은 여러모로 매력적인 과일이다. 감나무에 달리는 열매인 감은 모양과 맛이 사뭇.. 2021. 7. 29. 혹시나 보았다가 역시나! '오갈피나무' 혹시나 보았다가 역시나! '오갈피나무' 입력 2019.11.28 13:38 어렸을 때 친구가 산 너머에 살아 자주 산을 오르락내리락 했지만 한 번도 눈여겨보질 않았다. 어린아이였으니까 생각도 못했다. 이제는 직업적으로 십여 년 넘게 숲엘 다니고 있지만 한 번도 보질 못했다. 예전엔 관심도 없고 욕심도 없어 나 같은 사람 눈에 띌까 기대도 안했는데, 요즘은 가끔 생각하며 숲을 걷는다. 한번 만나봤으면 좋겠다고. 만나면 “심봤다!” 외치는 산삼 말이다. 그런 필자에게 ‘혹시?’ 하다가도 ‘설마’가 ‘역시’가 되는 나무가 하나 있다. 삼은 아무리 약효가 뛰어나고 오래 산다 해도 여러 해를 사는 풀이지 나무는 아니다. 어릴 때 새 잎이 트는 모습을 보면 삼과 비슷한 모습을 가진 나무가 있다. 그러니 만나고 싶은.. 2021. 7. 29. 자연이 건네는 화사한 위로, 단풍나무 입력 2019.11.12 09:57 정신없이 살다보니 어느새 가을이 되었고, 곧 겨울이 올까 봐 조바심이 든다. 겨울은 곧 한해의 끝을 상징하기에 “이렇게 또 무엇 하나 제대로 한 것 없이 나이를 한 살 더 먹게 되는 건가?” 이런 조바심 말이다. 이럴 때 잠깐 한숨 쉬어가라며 집 밖으로 부른다. 산과 들이 알록달록 따듯한 위로를 건넨다. 단풍나무가 손을 흔들면서 말이다. 우리나라 나무들은 대부분 봄에 새로 잎을 키워내고 꽃이 피고 열매를 맺고 가을이 되어 잎을 떨구는 과정을 매년 되풀이한다. 물론 그 주기가 달라 항상 초록잎을 달고 있는 것처럼 보이는 나무들도 있지만 그들도 같은 과정을 거친다. 아무튼 모든 나무는 그렇게 살아간다. 봄에 나무가 키워낸 잎이 여름에 최선을 다해 나무를 키운다. 그 일이 .. 2021. 7. 29. 눈으로 보고 향기 맡으니 마음이 풍요로운 ‘탱자나무’ 입력 2019.10.30 16:58 필자의 고향으로 가는 길에 한 육개장집이 있다. 그 집 육개장을 먹어본 적이 있는데 맛이 어떤지 기억보다 그 집 마당에 자라고 있던 탱자나무의 기억이 더 선명하다. 요즘 같은 가을날 파란 하늘과 어우러져 주렁주렁 달려있던 노란 탱자를 잊지 못한다. ‘꼭 먹어봐야 맛인가! 눈으로 보고 향기로 맡으니 마음이 풍요로운 맛이로다!’ 마음에 새긴 탱자의 맛은 그렇게 남아있다. 탱자는 생긴 건 꼭 작은 귤과 같은데 유자와 같은 노란색을 가졌다. 귤과 유자는 모두 겨울이면 사람들에게 과일로 사랑받는다. 그러나 탱자는 신맛이 강하고 단맛이 거의 없어서 생과일로는 먹기 힘들다. 대신 약으로 쓰인다. 유자나 귤 농사를 지을 때 접붙이는 밑나무로도 쓴다. ‘귤이 회수를 건너면 탱자가 된다.. 2021. 7. 28. 이름대로 사는 ‘청가시덩굴’ 입력 2019.10.16 14:23 용인중앙시장은 장날이라는 우리의 전통이 남아있는 용인의 몇 안 되는 전통시장 중 하나인데, 그 장을 구경하러 간 어느 봄날, 한쪽 구석에서 낯선 나물을 앞에 펼쳐놓고 팔고 계시는 할머니에게 마음이 쓰였다. 그 나물은 필자가 알고 있는 식물의 여린 순이었는데 시장에서 파는 건 처음 보았다. “할머니 이것도 먹어요?” “그럼 얼마나 맛있는데” “이거 다 얼마에요?” “오천원” “저 다 주세요” 한바구니 가득이 오천 원밖에 안 되다니, 그저 다 팔아드리는 방법을 생각한 것이 고작이었다. 그저 나물을 싸게 산 것 같아 횡재했다는 생각을 잠시 했다는 것과 할머니께 더 드리지 못한 미안함에 집으로 오는 내내 마음이 편치 않았다. 가시 때문이었다. 가시가 사나운 덩굴나무의 새순을 .. 2021. 7. 28. 다래 먹어보셨나요? 입력 2019.09.30 18:09 “살어리 살어리랏다 청산에 살어리랏다, 멀위랑 다래랑 먹고 청산에 살어리랏다, 얄리얄리얄라셩 얄라리 얄라…” 딱 작년 이맘 때 이 청산별곡을 부르며 머루나무에 대한 이야기를 지면을 통해 전했었다. 작은 포도처럼 생긴 머루 이야기를 하며 마당에 심은 머루나무에 대해 알렸는데, 그 머루나무가 올해에는 더 무성하게 잘 자라 머루 풍년을 맞이하게 됐다. 씨가 단단하지 않아 그냥 껍질과 씨까지 오도독 오도독 씹어 먹는 식감과 머루의 진한 새콤달콤한 맛이 어울려 괜찮았다. 정말 자연을 품은 맛이었다. 그런데 얼마 전 이웃이 먹어보라며 건넨 열매에 그 감동은 배가 됐다. 다래였다. 청산별곡처럼 머루랑 다래랑 먹을 수 있게 된 행복한 사람이 된 것이다. 다래는 다래나무에 열리는 대추.. 2021. 7. 28. 이전 1 ··· 5 6 7 8 9 10 11 ··· 23 다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