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내가 좋아서 하는 일/생태칼럼-용인시민신문46

아파트단지 화단에서 숲 체험해요 아파트단지 화단에서 숲 체험해요 입력 2022.10.06 09:30 오전에 어린이집 아이들과 숲체험 나들이를 갔다. 숲체험이면 숲체험이지 굳이 나들이라고 수식어를 붙인 이유는 보통 사람들이 생각하는 숲으로 가는 체험이 아니라 아파트 단지 내에 있는 화단에서 하는 생태체험이기 때문이다. 그래도 아이들에겐 건물 안에 있다가 밖으로 나가는 것만으로도 신나는 나들이였다. 화단을 따라가며 아이들에게 ‘무슨 이야기를 해줄까? 무엇을 함께 볼까?’ 유심히 보았다. 그러다 눈에 띈 건 바닥에 떨어져 있는 스트로브잣나무 열매였다. “이게 뭘까?” “솔방울이요” “누구한테서 떨어진 걸까?” “소나무요” 아이들이 소나무와 잣나무를 구분하기란 거의 불가능하다. 그나마 비슷한 소나무라고 말해준 것만 해도 기특하다. “소나무는 .. 2022. 10. 24.
매미 소리에 여름이 온 것을 안다 2022.07.25 아침 10시 약속으로 부리나케 걸어가고 있었다. 앞에는 어린이집에 가는 아이와 엄마가 걷고 있었다. 남자 아이였는데 가면서 자꾸만 “여기, 여기. 여기”란 말을 하고 있었다. 말과 함께 아파트 담벼락을 가리키고 있었는데 뭐지? 궁금함에 아이가 가리키고 간 곳을 바라보니 세상에, 아파트 시멘트 담벼락에 매미 애벌레 허물들이 붙어있었다. 한두 마리도 아니었다. 가면서 보니 계속이었다. 나무줄기나 풀잎에 올라와 있는 매미 애벌레 허물은 많이 봤지만, 이렇게 길가 시멘트 담벼락에 붙어있는 모습은 왠지 낯설었다. 어디서 왔을까? 매미 애벌레들은 땅속에서 사는데, 바닥은 온통 보도블록과 아스팔트밖에 안 보이는데, 설마 담벼락과 보도블록 사이 불과 몇 센티미터 안 되는 그 작은 틈을 비집고 올라온.. 2022. 8. 3.
도시 새와 시골 새 2022.06.28 ‘시골 쥐와 도시 쥐(때론 서울쥐)’라는 우화가 있다. 서로의 집에 놀러 가서 겪게 되는 이야기로 시골 생활과 도시 생활의 차이점으로 일어난 해프닝을 담고 있다. 요즘 필자는 사정이 있어 일주일 중 평일에는 주로 도시인 용인 수지구에 있고, 주말엔 시골인 처인구 원삼면에 살고 있다. 그러다 보니 시골과 도심을 오가며 서로 다른 것에 대해 새삼 실감하고 있다. 그 두 마리의 쥐처럼 말이다. 오전에 시간이 날 경우엔 집 앞에 있는 광교산에 오른다. 물론 광교산은 용인과 수원에 걸쳐 있을 만큼 엄청 크고 넓어 뻗어 나간 한 자락에 잠시 오를 뿐이다. 도심 산은 진입이 좋다. 아파트 단지가 산 아래 있으면 출입문마다 산으로 올라가는 길이 나 있다.마을에서 난 길을 따라가면 산으로 올라가는 길.. 2022. 8. 3.
새 소리가 아니랍니다. 다람쥐 소리예요. 2022.06.08 오랜만에 광교산에 올랐다. 거의 다 내려와서 많이 들어본 익숙한 소리가 났다. “쪽 쪽 쪽 쪽” 새 소리가 아니라 다람쥐 소리라고 알고 있지만, 실제로 다람쥐가 소리를 내는 것을 본 적이 없었기에 좀 돌아가더라도 꼭 확인하고 싶었다. 소리가 들리는 쪽으로 향했다. 평소에 다람쥐는 나무 위로 높게 올라가기보다 땅에서 쪼르르 다니는 모습을 많이 보여줘 아래쪽을 유심히 살폈다. 그러나 이상했다. 분명 소리는 나무 위에서 나고 있었다. 이미 나뭇잎이 많이 우거져 나뭇가지 사이사이가 잘 보이지 않았지만, 그래도 혹시나 하는 마음에 소리가 들리는 쪽을 향해 목을 빼고 조심조심 살폈다. 필자의 움직임을 보고 있는지 조금이라도 가까이 가거나 움직이려 하면 바로 소리가 멈췄다. 조심성이 많은 다람쥐이.. 2022. 8. 3.
봄바람에 실려 오는 꽃가루의 급습에 당하다 봄이 너무 짧다. 한낮엔 땀이 날 정도로 갑자기 더워졌다. 며칠 전 여름옷 꺼내며 이대로 봄이 끝나는 걸까 조바심을 냈다. 그랬더니 전혀 엉뚱한 방향으로 아직 봄임을 상기시켜준다. 봄철의 불청객이라 불리는 꽃가루 알레르기이다. 기온이 높고 날이 맑으며 살랑살랑 바람이 불 때 꽃가루가 가장 잘 퍼진다. 딱 오늘이 그런 날이었다. 오전에 야외 공원에서 어린 친구들을 대상으로 숲체험이 있어 두 시간 가량을 보냈다. 그리고 돌아오는 길, 너무 힘들었다. 차 안에 있었지만 내 몸속에 이미 들어와 있는 꽃가루들로 인해 눈이 뻑뻑해지고, 가렵고, 붓고 빨갛게 충혈되기까지 했다. 전형적인 꽃가루 알레르기로 인한 결막염 증세였다. 집에 돌아오자마자 세수를 하고 옷을 갈아입고 나니 증세가 좀 나아졌다. 평소 같으면 환기를.. 2022. 5. 17.
드라마 속을 거니는 자연산책 - '옷소매 붉은 끝동'에서 찾은 꽃 이야기 2022. 03. 25 ‘너무 늦은 거 아닐까? 소위 말하는 뒷북치는 셈인데......’ 한참을 주저하며 망설여도 도저히 다른 생각이 떠오르지 않는다. 아니 이 소재가 주는 여운이 너무 강하여 다른 생각이 떠오르지 못하게 막고 있다. 이러다가 원고 마감 시한을 지키지 못하겠다는 조바심도 난다. 그러니 어쩔 수 없이 이 얘기를 꺼내야 겠다. 작년 11월, 12월 사람들 사이에 많은 인기가 있었던 사극 드라마가 있었다. ‘옷소매 붉은 끝동’ 이라는 조선시대 궁녀들의 이야기를 다룬 드라마였다. 물론 남자 주인공은 정조 이산이었지만 정조가 사랑했던 궁녀 성가 덕임과 그 주변 궁녀들의 이야기가 주된 흐름을 차지했다. 주변에서 재밌다고 추천을 하기도 했지만 필자는 다른 것에 정신이 팔려 보지를 못했고 드라마는 끝났.. 2022. 3. 28.
가장 먼저 피는 꽃, 복수초 2022. .2. 28 눈에 보이는 전경을 가만히 바라보다 ‘옛날엔 어땠을까?“ 생각하게 되는 경우가 가끔 있다. 이 도로가 뚫리기 전에 이곳은 어땠을까? 저 건물들이 들어서기 전에 이 땅에는 무엇이 있었을까? 만약 지금처럼 도시가 발달되지 않았을 때. 냇가의 물이 깨끗한 물로 흐르고 있었을 때, 산업의 발달로 인한 오염원들이 자연의 산과 들에 뿌려지지 않았을 때 그때는 어떤 모습이었을까? 궁극적인 궁금함은 생물학적 다양성이 얼마나 있었을까 이다. 요즘 멸종위기 식물, 희귀식물이라 일컫는 그 식물들이 흔하게 들판에 살고 있었을까? 궁금한 것이다. 지금은 식물원이나 국립공원에 가야 만날 수 있는 꽃들, 복수초, 바람꽃, 얼레지, 깽깽이풀 따위가 그냥 아무렇지도 않게 들판에 흐드러지게 피어있었을까? 지금 냉.. 2022. 3. 28.
벌새 아닙니다. 박각시입니다 벌새 아닙니다. 박각시입니다 입력 2021.11.03 09:20 파란 하늘과 선선한 바람. 찬란한 햇살이 한올한올 세어지는 소중한 시간이 흘러가고 있다. 어느덧 가을은 막차의 출발을 앞두고 있어 더욱 아쉽다. 구절초가 피고 지고, 국화가 피고 지고 또 피어 가을엔 역시 국화밖에 없다는 듯 이곳저곳에서 독보적으로 마당을 장악하고 있다. 마치 스페인 플라멩코 치마의 화려한 레이스를 닮은 메리골드가 마당 한곳을 당당하게 장식하고 있다. 그 메리골드 위로 갑자기 작은 새를 닮은 박각시가 들어왔다. 하던 일을 멈추고 동영상을 찍기 시작했다. 빨강노랑 메리골드 꽃 사이로 보이지도 않는 엄청 빠른 날갯짓을 하고 있는 이 작은 박각시에 매료됐다. 처음 박각시를 보았을 때 ‘이게 말로만 듣던 그 벌새? 세상에서 제일 작.. 2022. 2. 5.
소설같이 소설(小雪)에 눈이 내렸다 입력 2021.12.01 10:33 겨울이 시작되고 있다. 입동을 맞았을 때도 그리 겨울을 실감하지 못했다. 아직 그리 춥지 않았고, 마당 텃밭에도 작물들이 남아 자라고 있었다. 그러다 며칠 전 소설이 지났다. 소설은 말 그대로 작은 눈, 적은 눈이 온다는 절기로 첫눈이 올 때쯤과 맞먹는다. 그런데 올해 정말로 소설에 아주 작은 눈이 내렸다. 차마 눈이라고 말하기 쑥쓰러울 정도로 살짝 눈발만 날리다 말았다. 그리고 다음 날 또 다음날 삼일 연속 눈을 보았다. 하루가 지날수록 눈발이 세졌다. 결국 아침에 일어나 보니 마당에 작은 눈알갱이들이 쌓여있었다. 이렇게 스며들 듯이 눈이 오는 것인가? 원래 절기에 대해 민감한 사람이 아니었다. 어렸을 땐 겪어보지 못해 몰랐고, 청년기엔 관심이 없어 생각도 안 하고 .. 2022. 2. 5.