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내가 좋아서 하는 일/생태칼럼-용인시민신문46

사람과 공존하는 동막천과 탄천의 새들 입력 2021.12.29 09:15 얼마 전 수지에 사는 친구 둘과 함께 동막천부터 탄천까지 걷게 되었다. 쌀쌀한 날씨 중에 다행히 살짝 날이 풀린 아침이어서 걷기에 좋았다. 같은 용인이지만 필자가 살고 있는 시골 풍경과 잘 정비된 도시의 하천 공원 산책길은 용인을 남동쪽 끝과 북서쪽 끝으로 가로지르는 대각선 길이만큼 달랐다. 시골 하천은 그냥 자연스럽다는 콘셉트 아래 아예 손을 안대거나 뭔가를 했어도 방치되어 있는 경우가 많아 가까이 다가가기엔 한계가 있다. 그러나 도시의 하천주변엔 진입로도 잘 되어 있고, 흐르는 물을 따라 산책로와 자전거도로도 있다. 또한 군데군데 의자나 편의시설이 잘 되어 있어 날이 좋은 날, 꽃이 피는 날, 때때로 앉아있고 싶게 만든다. 동막천의 물은 맑게 흐르고 있었고, 산책로.. 2022. 2. 5.
동네 ‘산책’이 아이들을 키웠어요 입력 2022.01.26 10:00 아이들이 다니던 초등학교는 처인구의 시골 작은 학교로, 학부모로서 여러 가지 일이 많았다. 아이들이 농사체험을 하는 것을 도와주기 위해 학부모들과 담당 선생님이 동아리를 만들어 활동해왔는데, 가을걷이를 마치고 마지막 정리를 하기 위해 모인 날이었다. 그 자리에서 새로운 모임에 대한 제안이 나왔다. 필자가 하는 일이 생태강사, 생태활동가이다 보니 처음엔 자기 아이들을 맡길 테니 교육을 시켜달라는 것이었다. 그래서 다시 제안을 했다. 우리 아이들도 함께할 테니 부모와 아이들 가족 구성원이 모두 참여하는 모임을 만들자고. 우리가 살고 있는 지역의 숲과 들, 마을에 대해 알아가는 탐사모임을 만들자는 것이었다. 모두 찬성했다. 부모들도 자연에 대한 학구열과 호기심이 많고, 놀기.. 2022. 2. 5.
닮은 듯 다른 화려한 건축가, 무당거미와 호랑거미 입력 2021.10.07 10:30 생태강사를 하며 곤충을 좋아하게 되어 각종 나비와 나방, 그리고 풀잠자리까지 키워보았다. 그러면서 여러 애벌레나 곤충을 만질 수도 있게 되고 그들을 사랑스런 눈으로 바라볼 수 있게 되었다. 그러나 쉽게 친해지지 않는 존재가 있으니 바로 거미였다. 거미는 곤충도 아니지만 마치 외계생물체나 괴물 같은 기괴함이 느껴지는 이질적인 생물이었다. 그래서 평생 친해질 수 없을 줄 알았는데, 이젠 눈앞에서 자세히 보며 그 살아가는 모습을 궁금해 할 정도로 거미에 대해 관심과 애정이 생겼다. 물론 아직 ‘아이, 예뻐라’ 하며 손에 담을 정도는 아니다. 아무튼 이렇게 거미에 대해 조금씩 마음의 문을 열게 한 것이 바로 화려한 색감의 무당거미와 호랑거미였다. 가을바람이 불어오는 요즘 거미.. 2021. 10. 22.
참나무잎 뭉텅이의 비밀, 도토리거위벌레 입력 2021.09.01 09:10 코로나19로 인한 일상의 여러 가지 변화는 가족의 생활 모습도 바꾸어 놓았다. 학교를 가지 못하는 온라인 수업과 재택근무가 많아지자 소리와 화면이 방해받지 않는 공간으로 각자 컴퓨터, 노트북, 패드와 휴대폰을 들고 들어가 버렸다. 분명 한 집안에 있음에도 불구하고 각자 시간표대로 쉬는 시간과 점심시간을 따로 가졌고, 그나마 저녁이 돼서야 식구들의 얼굴을 볼 수 있었다. 감옥도 아닌데 각자 독방에 갇혀 생활하는 신세가 되었다. 아이들이 커지니 이러한 경향은 더 커졌다. 주말이 되어서야 서로 비는 시간을 맞출 수 있게 되었고, 그 때가 되면 “오늘 뭐하지? 몇 시까지 돼?”를 묻게 되었다. 지난 일요일에 서로 공통분모의 시간이 마침내 세 시간가량 생겼다. 뭐 할까 하다가 .. 2021. 10. 22.
참나물이 아니라 ‘파드득나물’이랍니다 입력 2021.05.03 17:05 “음 향이 좋네요. 이 나물 이름이 뭐에요?” “파드득이요” “네? 뭐요?” “파드득이요. 파드득나물입니다” 나물 이름을 알려주면 별 이상한 이름이 다 있다는 듯이 꼭 되물어 오는 나물이 있다. 이름 하여 파드득나물. ‘파드득’ 하면 마치 새가 깜짝 놀라 갑자기 날아오를 때 나는 푸드득 소리를 연상하게 하지만, 이와 전혀 관련이 없는 듯하다. 도대체 왜 파드득이지? 아무리 생각해도 알 수가 없다. 다만 여러 가지로 생각해볼 때, 군락을 이뤄 여럿이 자라고 있는 것을 보면 유난히 싱그럽게 푸르른 모습을 보며 파드득이란 이름이 생기지 않았을까? 혹자는 잎의 식감이 보드득 뽀드득 거려 파드득이란 이름으로 변했다는 이야기도 있다. 아무튼 이름에 얽힌 정확한 사연은 알려져 있지.. 2021. 7. 31.
대한과 입춘 사이- 대한에 매듭짓고 입춘에 새로 시작하길 입력 2021.01.27 09:43 글을 쓰고 있는 시점인 오늘(20일)은 절기상 ‘대한’이다. 명절도 아니고 그깟 절기가 대수냐고 할 수도 있겠지만 알면 알수록 오묘하고 슬기로운 생활의 지침서가 바로 절기다. 옛날 대다수 사람들이 농사를 짓고 자연에 기대어 살아가던 시절 날씨와 자연의 변화는 아주 중요하지만 사람들이 어쩔 수 없는 신의 영역이었다. 그런데 오랜 세월동안 많은 사람들이 신들 세상의 법칙을 관찰하고 읽어내어 함께 쌓아온 집단 지성의 결과물이 바로 절기다. 절기에 따라 날씨가 어떨 것이다 예측이 되고, 자연의 모습이 어떨 것이다 짐작이 갔다. 그래서 이때쯤이면 농사를 어떻게 준비하고, 또 어떻게 짓고 갈무리 할 것인지 알려줬다. 농사 외에도 그 절기에 따라 ‘무엇을 먹고, 어떻게 살림 채비를.. 2021. 7. 31.
독수리 무용담 입력 2020.12.29 09:50 필자에게 겨울은 파란 하늘에 높이 뜬 독수리를 본 순간부터 시작된다. 양 날개를 활짝 편 채 날개 끝 깃털들이 하나하나 뻗어있는 검은 독수리의 그 우아하면서도 위엄 있는 비행을 봐야만 비로소 겨울이 왔음을 실감한다. 그렇게 독수리는 찬바람과 함께 찾아오는 겨울철새이다. 용인시 처인구 남동쪽은 산과 강, 그리고 들이 함께 어우러져 생태적으로 생물 다양성이 풍부하다. 그러니 먹이사슬계의 상위층인 새들도 많고, 그 중 가장 으뜸인 수리과의 수리들과 매들을 자주 볼 수 있다. 이들을 우리는 맹금류라고 부른다. 우리나라에는 24종의 맹금류가 있는데, 대부분 고기를 뜯어먹기 좋게 끝이 구부러진 부리와 날카로운 발톱, 그리고 예리한 눈을 갖고 있다. 곤충이나 개구리, 물고기, 새나.. 2021. 7. 31.
우리 동네 골칫거리 고라니가 멸종위기? 입력 2020.11.25 10:21 고라니 소리를 처음 들었다. 그렇게 숲에서 수많은 고라니를 봤어도 꽁지 빠지게 도망가는 녀석들만 봐왔기에 정작 그들이 어떻게 소리를 내는지, 어떤 말을 하는지 한 번도 들어보질 못했다. 그런데 드라마 ‘사이코지만 괜찮아’에서 고문영과 문강태의 달콤한 로맨스를 방해하는 슈퍼악당처럼 등장하는 것이 바로 고라니 소리였다. 송아지소리 비슷하기도 하고, 큰 개가 짓는 소리 같기도 한 “아악 아아악” 하는 소리에 깜짝 놀랐다. 아! 고라니는 이렇게 소리를 내는구나. 고라니 모습을 알고 있기에 그 소리가 너무 낯설었다. 우리가 보통 사슴 하면 가냘프고 여린 이미지를 생각하는데, 고라니는 우리나라 사슴종류 중에 가장 크기가 작다는데 그런 그들이 그렇게 우렁찬 소리를 낸다니 의외였다... 2021. 7. 31.
억새와 갈대 그리고 달뿌리풀 입력 2020.10.28 10:05 노랗고 빨갛게 예쁘게 피는 국화 꽃송이들이 아니더라도 가을에 예뻐 보이는 풀들이 있다. 꽃이 지며 만들어낸 열매와 씨앗들이 무리지어 바람에 흔들리며 춤을 추는 듯 보이는 풍경이 파란 가을 하늘이 배경이 될 땐 예쁨을 넘어 멋짐으로 보인다. 평소엔 그냥 길쭉하게 자라는 풀떼기처럼만 보이더니 가을이 되면 산꼭대기 평원에서, 강가 둑에서 여럿이 떼로 모여 장관을 연출하는 억새와 갈대가 그들이다. 그렇게 가을엔 국화꽃놀이, 단풍놀이도 가지만 억새와 갈대를 보러 가기도 한다. 전국에는 억새평원이라 해서 산꼭대기가 평평하게 생긴 곳에 억새가 모여 장관을 이루는 곳이 여럿 있다. 그 중에 밀양 사자평, 창녕 화왕산, 장흥 천관산, 포천 명성산, 그리고 서울 상암동 하늘공원 등이 유.. 2021. 7. 31.