본문 바로가기

분류 전체보기512

독수리 무용담 입력 2020.12.29 09:50 필자에게 겨울은 파란 하늘에 높이 뜬 독수리를 본 순간부터 시작된다. 양 날개를 활짝 편 채 날개 끝 깃털들이 하나하나 뻗어있는 검은 독수리의 그 우아하면서도 위엄 있는 비행을 봐야만 비로소 겨울이 왔음을 실감한다. 그렇게 독수리는 찬바람과 함께 찾아오는 겨울철새이다. 용인시 처인구 남동쪽은 산과 강, 그리고 들이 함께 어우러져 생태적으로 생물 다양성이 풍부하다. 그러니 먹이사슬계의 상위층인 새들도 많고, 그 중 가장 으뜸인 수리과의 수리들과 매들을 자주 볼 수 있다. 이들을 우리는 맹금류라고 부른다. 우리나라에는 24종의 맹금류가 있는데, 대부분 고기를 뜯어먹기 좋게 끝이 구부러진 부리와 날카로운 발톱, 그리고 예리한 눈을 갖고 있다. 곤충이나 개구리, 물고기, 새나.. 2021. 7. 31.
우리 동네 골칫거리 고라니가 멸종위기? 입력 2020.11.25 10:21 고라니 소리를 처음 들었다. 그렇게 숲에서 수많은 고라니를 봤어도 꽁지 빠지게 도망가는 녀석들만 봐왔기에 정작 그들이 어떻게 소리를 내는지, 어떤 말을 하는지 한 번도 들어보질 못했다. 그런데 드라마 ‘사이코지만 괜찮아’에서 고문영과 문강태의 달콤한 로맨스를 방해하는 슈퍼악당처럼 등장하는 것이 바로 고라니 소리였다. 송아지소리 비슷하기도 하고, 큰 개가 짓는 소리 같기도 한 “아악 아아악” 하는 소리에 깜짝 놀랐다. 아! 고라니는 이렇게 소리를 내는구나. 고라니 모습을 알고 있기에 그 소리가 너무 낯설었다. 우리가 보통 사슴 하면 가냘프고 여린 이미지를 생각하는데, 고라니는 우리나라 사슴종류 중에 가장 크기가 작다는데 그런 그들이 그렇게 우렁찬 소리를 낸다니 의외였다... 2021. 7. 31.
억새와 갈대 그리고 달뿌리풀 입력 2020.10.28 10:05 노랗고 빨갛게 예쁘게 피는 국화 꽃송이들이 아니더라도 가을에 예뻐 보이는 풀들이 있다. 꽃이 지며 만들어낸 열매와 씨앗들이 무리지어 바람에 흔들리며 춤을 추는 듯 보이는 풍경이 파란 가을 하늘이 배경이 될 땐 예쁨을 넘어 멋짐으로 보인다. 평소엔 그냥 길쭉하게 자라는 풀떼기처럼만 보이더니 가을이 되면 산꼭대기 평원에서, 강가 둑에서 여럿이 떼로 모여 장관을 연출하는 억새와 갈대가 그들이다. 그렇게 가을엔 국화꽃놀이, 단풍놀이도 가지만 억새와 갈대를 보러 가기도 한다. 전국에는 억새평원이라 해서 산꼭대기가 평평하게 생긴 곳에 억새가 모여 장관을 이루는 곳이 여럿 있다. 그 중에 밀양 사자평, 창녕 화왕산, 장흥 천관산, 포천 명성산, 그리고 서울 상암동 하늘공원 등이 유.. 2021. 7. 31.
혼자보다 여럿이 좋아! 벌개미취 입력 2020.09.23 11:32 보라색 꽃을 좋아한다. 봄에 피는 용담이나 구슬봉이를 좋아하고, 여름에 피는 산수국을 좋아한다. 그러다 가을이 오면 벌개미취가 내 마음에 들어온다. 언젠가 동해바다를 보러 떠난 여행에서 빠른 고속도로를 택하지 않고 돌아 돌아 가는 국도를 따라 간 적이 있다. 강원도 태백쯤이었던 걸로 기억한다. 구불구불 고갯길을 한참 올라가 마침내 정상 터널을 지나 내리막길로 막 들어서려 할 때다. 눈앞에 펼쳐지는 보라색 꽃들의 세상에 차를 멈출 수밖에 없었다. 작지만 여럿이 모여 온 땅을 덮어버릴 기세로 끝없이 펼쳐져 있었다. 그때만큼 연하지만 강렬한 보라를 본 적이 없었다. 그 광활함에서 벌개미취의 매력을 느낄 수 있었다. 하나하나도 예쁘지만 함께 있어 더 예쁜 꽃 벌개미취다. 그렇.. 2021. 7. 31.
나물계 단짝 노란 곰취와 하얀 참취 입력 2020.08.26 11:38 톰과 제리, 흥부와 놀부, 짬뽕과 짜장면, 송대관과 태진아처럼 따로 또 같이 어울리는 것들이 있다. 나물계에도 그러한 단짝이 있으니 바로 ‘곰취’와 ‘참취’다. 하나로도 훌륭하지만 둘이 있어 더 풍성한 이야깃거리를 만든다. 긴 장마에 지쳐갈 때쯤 마당 한 쪽에서 거센 비에도 아랑곳 않고 꽃을 피워낸 곰취와 참취를 보았을 때 ‘아! 이제 너희들의 계절이 왔구나’ 싶었다. 곰취와 참취는 우리 입맛을 자극하는 대표적인 봄나물이다. 둘 다 국화과 여러해살이 풀로 봄에는 새 잎을 내고, 여름엔 아름다운 꽃을 피우고, 가을엔 수많은 씨앗을 만들어 내고 겨울에 조용히 자취를 감추어 버린다. 그리고는 이듬해 봄에 그 자리에서 새롭게 시작한다. 지극히 당연한 이야기지만 나물이라는 쓰임.. 2021. 7. 31.
토마토가 빨갛게 익어 가면 의사들의 얼굴은 파랗게 질려간다 입력 2020.07.21 09:57 처음부터 토마토를 좋아한 건 아니었다. 과일도 아닌 것이 과일 행세를 하는 듯 식탁에 올라오는 것이 싫었고, 채소도 아닌 듯 보이는 게 여러 음식에 채소처럼 들어가 맛을 보태는 게 어색했다. 첫 아들을 임신했을 때 음식에 대해 유난을 떤 적이 딱 두 번 있었다. 임신 초기에 먹으려고 요리했던 꽁치구이가 갑자기 냄새가 너무 역해 견딜 수 없었다. 꽁치가 있는 부엌에 들어갈 수조차 없어 방에서 꼼짝 않고 있다가 저녁에 남편이 퇴근하고 와서 꽁치를 치워주고 나서야 간신히 방을 나올 수 있었다. 그러다 임신 중기가 될 무렵 갑자기 정말, 어느날 갑자기 토마토가 먹고 싶어졌다. 평소엔 거들떠보지도 않던 토마토를 꼭 먹어야 하는 갈망이 됐다. 그렇게 먹게 된 강원도 영월 지인의 .. 2021. 7. 31.
자기 몸 일부를 자손을 위해 떼어주는 '매미나방' 입력 2020.06.23 16:44 사는 곳이 시골이다 보니 매일 참새소리에 아침을 맞고, 눈을 뜨면 초록을 보게 된다. 그렇게 자연과 가깝게 살다 보니 의도하지 않아도 자연의 풍경이 일상으로 들어오게 되는데, 개인적으로 곤충에 대한 관심이 많아 집에 찾아오는 곤충에 대해 자세히 보게 된다. 그러다 몇 년 전부터 해마다 특정한 곤충이 유난히 눈에 많이 띄는 현상을 발견하게 됐다. 처음 그 조짐을 느끼게 된 것은 ‘매미나방’이었다. 매미나방 애벌레들이 유난히 많이 보여 참 유별나다고 생각했다. 그러며 한편으론 걱정했다. 올해 이렇게 애벌레들이 많으니 내년엔 또 얼마나 많아질까? 그런데 그 다음해엔 의외로 매미나방 애벌레들이 많이 보이지 않았다. 의아하기도 했지만 다행이란 생각도 했다. 어떤 해엔 새까만 검.. 2021. 7. 31.
백당나무와 불두화 입력 2020.05.26 16:46 코로나19로 인해 봄을 제대로 맞지도 못했는데 자연과 날짜는 봄에서 여름으로 넘어가며 5월 달력을 흔들고 있다. 윤사월이 있어 음력 사월이 두 번이나 있는 올해는 코로나 상황을 악화시키지 않기 위해 불교계의 결단으로 부처님 오신날 행사를 두 번째 사월초파일로 연기해놓았다. 앞집 담장 너머로 가지를 뻗어 하얀 공 모양의 탐스러운 꽃송이들을 드리우고 있는 나무가 있다. 부처님 머리를 닮았다 해서 이름지어진 ‘불두화’다. 두 손을 모아 만든 공만한 크기로, 하얀색 꽃잎이 자잘하게 모여 커다란 한 송이 꽃처럼 보인다. 나무에 주렁주렁 달려있는 모습을 보면 정말 탐스럽게 느껴진다. 그런데 자세히 들여다보면 이상한 점을 발견할 수 있다. 꽃잎은 있는데 당연히 있어야 할 암술과 수.. 2021. 7. 31.
지금이 딱! 나물 먹을 때 입력 2020.04.28 10:38 봄이 오자 마당을 살피며 어떤 싹들이 나왔나 보고, 나무의 새순이 얼마나 자랐는지 보는 것이 매일 매일의 일이 됐다. 점심을 먹고 아이들과 주변 숲으로 산책을 하는 것 또한 취미이자 운동이 됐다. 확진자가 되지 않으려다보니 ‘확찐자’가 되었다는 우스갯소리를 떠올리며 더욱 부지런히 몸을 놀리고 있다. “호미만 있으면 봄엔 굶어죽지 않는다” “들에 나는 풀은 애기똥풀 빼고 다 먹을 수 있다” 라고 할 정도로 봄이 되면 산과 들엔 파릇파릇 여러 나물이 돋아난다. 싱싱한 나물을 먹을 수 있는 때는 따로 있다. 식물이 자라 줄기가 억세지고 꽃이 피면 더 이상 나물로 먹으면 안 된다. 맛이 써지고 질겨져 식감이 좋지 않다는 이유도 있지만, 꽃이 피는 식물을 먹는다는 건 식물에게 .. 2021. 7. 31.