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입력 2019.07.08 13:26
장마철이라 얘기하는 요즘 한창 노란 꽃을 피우는 나무가 있다. 영어 이름도 ‘Gold rain tree’ 황금비 나무이다. 떨어지는 빗방울에 노란 꽃잎들이 함께 흩날리며 떨어지니 황금비가 내리는 듯해 그런 이름이 붙었으리라. 상상만해도 황홀하다.
다른 계절에 피면 좋으련만 꼭 장마철 즈음에 피어 예쁜 꽃을 얼마 보지도 못하게 만들어 버리는 나무가 야속하다. 장마철만 되면 생각나던 그 나무가 이제 다른 의미로 다가왔다. 그렇지 않아도 궁금했는데 더 큰 의미로 다가온 모감주나무다.
작년 9월 우리나라엔 큰 변화가 있었다. 남북 정상회담 당시 문재인 대통령이 평양을 방문해 영빈관인 백화원 앞 정원에 기념식수를 했는데 그게 바로 모감주나무였다. 식수를 하며 “나무말이 번영인데 이 나무가 무럭무럭 자라 꽃도 풍성하게 피우고 결실을 맺고, 그것이 남북관계 발전에 함께 할 수 있기를 바란다”고 했단다.
올해 모감주나무꽃이 한창인 요즘, 마치 그 꽃에 화답이라도 하듯이 남북관계 발전에 큰 사건이 피어났다. 미국 트럼프 대통령과 북한 김정은 위원장, 그리고 문재인 대통령이 한자리에서 만난 것이다. 이제 그것이 튼실한 결실을 맺기를 바랄 뿐이다. 모감주나무 열매가 달릴 때 우리 민족에게 좋은 소식이 들렸으면 좋겠다. 평양의 모감주나무 안부가 더욱 궁금해지는 연유다.
모감주나무는 염주나무라고도 한다. 그 이유는 동그랗게 생긴 씨앗으로 불교에서 염주를 만들었기 때문이다. 이 씨앗이 들어있는 열매는 속이 텅 비어있고 껍질만 있는 형태로 마치 꽈리 열매와 닮았다. 그래서 열매째 떨어지면 둥둥 떠갈 수 있는 조각배가 된다. 이런 특기를 살려 모감주나무는 물길 주변에서 잘 발견된다. 내륙의 냇가나 강물을 따라 자라기도 하고, 바닷가 지형을 따라 자라기도 한다. 몇백 그루 넘게 함께 자란다고 하니 그리 까다로운 편은 아닌 듯싶다.
여름에 피는 꽃은 노란색으로, 포도송이처럼 모여 피는데 고깔처럼 위를 보며 솟는 모양이다. 한 송이 한 송이 꽃을 자세히 보면 참 희한하게 생겼다. 네 개의 노란 꽃잎이 암·수술이 모여있는 가운데는 붉은색을 띠며, 두 꽃잎은 마치 양팔을 벌리듯이 옆으로 활짝 벌리고 있고, 나머지 두 꽃잎은 토끼의 귀 마냥 위로 봉긋 솟아있다. 그러니 아래쪽은 꽃잎이 없는 셈이다. 열매는 처음에는 초록이었다가 점차 익어가며 갈색으로 변한다. 열매가 완전히 익으면 세 갈래로 갈라져 안에 검은 동그란 씨앗이 보이게 된다.
꽃이 예쁘고 열매가 독특해 심어 가꾸는 조경수로 사랑을 많이 받고 있다. 그래서 도시의 공원이나 주택가 단지 정원에도 많이 심고 고속도로 주변에도 많이 볼 수 있다.
모감주나무는 세계적으로 우리나라와 중국과 일본에만 서식하는 나무로 유명하다. 그래서 어디가 원산지인가라는 입씨름을 하고 있는 것 같은데, 안면도 같은 서해안지역에서 많이 모여 살고 있는 것으로 봐서 중국에서 바다를 건너 왔을 거라는 추측을 했으나 우리나라 내륙지역에 대규모 자생지들이 곳곳에 발견되면서 우리나라 자생종이라는 얘기가 우세하다. 예전엔 중국 한국 일본이 다 붙어있었다는 얘기도 있지 않은가. 발 없는 나무지만 씨앗은 어디든 갈 수 있는 능력들이 있으니 그 큰 땅덩어리 곳곳으로 퍼져 살아오지 않았을까 짧은 식견을 내어본다.
그런데 신기하게도 중국은 동쪽으로 치우쳐서 분포하고, 일본은 서쪽을 중심으로 분포하고 있다니 우리나라가 중심이 되지 않겠는가. 아무튼 어디까지나 사람에게나 관심 있는 주제지 나무에게 무슨 상관이 있으랴. 자라는 곳의 환경이 맞아 잘 살아갈 수 있으면 그것으로 나무는 족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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