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입력 2021.05.03 17:05
“음 향이 좋네요. 이 나물 이름이 뭐에요?”
“파드득이요”
“네? 뭐요?”
“파드득이요. 파드득나물입니다”
나물 이름을 알려주면 별 이상한 이름이 다 있다는 듯이 꼭 되물어 오는 나물이 있다. 이름 하여 파드득나물. ‘파드득’ 하면 마치 새가 깜짝 놀라 갑자기 날아오를 때 나는 푸드득 소리를 연상하게 하지만, 이와 전혀 관련이 없는 듯하다. 도대체 왜 파드득이지? 아무리 생각해도 알 수가 없다. 다만 여러 가지로 생각해볼 때, 군락을 이뤄 여럿이 자라고 있는 것을 보면 유난히 싱그럽게 푸르른 모습을 보며 파드득이란 이름이 생기지 않았을까? 혹자는 잎의 식감이 보드득 뽀드득 거려 파드득이란 이름으로 변했다는 이야기도 있다. 아무튼 이름에 얽힌 정확한 사연은 알려져 있지 않다. 파드득 말고 ‘반디나물’이라고도 부른다.
파드득나물은 사람들에게 참나물로 오해를 받는다. ‘참’ 이라는 글자가 주는 신뢰감과 우월감으로 인해 참나물은 무척 맛나고 몸에 좋은 나물이란 편견을 생기게 한다. 그러나 참나물은 쉽게 구할 수 있는 나물이 아니다. 재배하기도 쉽지 않고 야생에서 구하기는 더 어렵다. 비교적 깊은 산속에서 산다고 한다. 그러다 보니 이와 닮은 파드득나물을 가져다가 참나물이라 포장해 팔고 있는 현실이다. 덧붙이자면 시중에 팔고 있는 참나물은 우리 땅에 살고 있는 진짜 파드득나물도 아니다. 일본의 파드득나물 씨를 가져와 참나물로 유통하고 있는 경우가 많다. 그 사실을 알고 있는 필자는 마트에서 우연히 참나물이라 쓰여 있는 걸 보게 되면 더 유심히 살펴본다. 그러면서 진짜 참나물도 아니고 우리 파드득나물도 아닌 것을 발견한다. ‘아, 이것이 일본에서 건너온 파드득이구나.’ 참나물은 줄기가 붉은 빛이 돌고 파드득은 초록색이다.
어쨌든 파드득나물은 우리 집 마당에서 어엿하게 한 자리를 차지하고 있다. 파드득은 뙤약볕보다 그늘을 좋아하는 음지식물로 약간 습한 땅에서 더 잘 자란다. 봄에 싹이 올라올 때면 야들야들하고 반짝반짝 빛나는 연둣빛으로 잎이 나오기 시작하는데 무척 귀엽고 예쁘다. 뿌리에서 긴 잎줄기가 뻗어 나와 그 끝에 세 잎이 모여난다. 그래서 삼엽채라는 별명을 갖고 있다.
뿌리에서 그런 잎줄기가 여럿이 나와 옆으로 성장하며 퍼진다. 웬만큼 잎이 커지면 줄기를 손으로 툭 꺾어 수확하는데, 미나리과 식물답게 특유의 향이 있다. 미나리과 식물, 다른 말로 산형과 식물들은 각자 독특한 향이 닮은 듯하면서 다르다. 미나리, 방풍, 바디나물, 어수리, 궁궁이, 구릿대. 당귀, 기름나물 등 다양한 풀들이 각자 독특한 향과 맛으로 나물계를 주름잡고 있다. 그 중에서 필자와 가족들이 가장 좋아하는 나물이 바로 파드득나물이다.
파드득나물은 생으로도 먹고 살짝 데쳐 무쳐먹기도 한다. 초록 잎이라 데쳐먹는 것보다 생으로 먹는 것이 영양분의 파괴가 적다. 고기를 먹을 때 쌈으로 싸먹기도 하고, 샐러드로 먹기도 한다. 매콤 달콤 새콤하게 고춧가루, 식초, 간장, 매실청 등의 양념으로 무쳐먹어도 맛나고, 오리엔탈 소스나 다른 드레싱 소스로 샐러드를 만들어도 맛있다. 양이 너무 많을 때에는 살짝 데쳐 들기름, 소금, 마늘, 깨로 순하게 무쳐먹기도 하는데 생으로 먹을 때와 또 다른 향과 맛을 느낄 수 있다. 손님들이 오면 처음엔 바비큐 고기를 먹다가 나중엔 쌈채소 먹는데 푹 빠져 한 광주리를 순식간에 비우고 만다. 그렇게 우리 집은 쌈채소 맛집이다. 여기에 주인공이 파드득나물이라 해도 과언이 아니다.
봄부터 여름까지 먹다보면 어느새 꽃줄기가 올라와 꽃을 피우는데 흰색의 작은 꽃이 자잘하게 모여 핀다. 그러면 잠시 먹는 것을 멈춘다. 이미 잎도 거세고 질겨져 먹기에 불편하긴 하지만 꽃대를 잘라내고 다시 작은 잎을 키워 먹을 수도 있다. 그러나 이젠 양보하기로 한다. 꽃을 피우고 열매가 달리면 다 익은 열매는 떨어져 새로운 싹을 틔운다. 발아율이 아주 높아 몇 포기만 심어놓아도 몇 년 안가 아주 잘 퍼진다. 그래서 매년 봄이면 주변 이웃들에게 파드득나물 전도사가 돼 나눠주기에 바쁘다. 한번 먹어보면 좀처럼 헤어 나올 수 없는 파드득나물 맛의 세계로 초대합니다. 이제 시작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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