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내가 좋아서 하는 일/나무칼럼-용인시민신문95

설레는 볼의 홍조같은 빨간 꽃, 명자나무 입력 2019.04.17 09:33 얼마 전 서울 천호동의 한 공원에 가게 됐다. 그날은 마침 날씨도 따듯해 공원으로 산책 나온 사람들, 운동 나온 사람들, 그리고 사람이 그리워 나오신 어르신들까지 공원이 평일 점심인데도 북적거렸다. 필자가 사는 곳이 용인 처인구의 한적한 시골 마을이다 보니 마치 장날 나온 것마냥 사람들이 많이 모인 공원이 어색할 정도였다. 그런데 사람들만 북적거리는 것이 아니었다. 노란 개나리, 분홍 진달래, 크고 하얀 목련, 작년 빨간 열매가 가득 달린 채 피워낸 노란 산수유, 분홍과 연둣빛을 띠는 하얀 매화, 작은 밥풀같은 흰색 조팝, 빨간 명자꽃까지 4월 초의 공원이 형형색색 화려한 꽃단장을 하고 있었다. 너무나 급작스러운 꽃잔치에 좀 당황스러웠다. 본디 자연은 경쟁 속에서도 조.. 2021. 7. 25.
손톱만한 초록잎이 키워낸 연두꽃 ‘회양목’ 입력 2019.04.03 09:05 짧은 봄이 시작됐다. 들에 나가 냉이를 캔 지 얼마 되지도 않았는데 벌써 냉이꽃이 피었다고 난리다. 냉이와 함께 꽃다지, 광대나물도 피어나고 개불알풀이 한창이다. 숲에 가니 괭이눈이 기지개를 펴고 있고, 제비꽃과 현호색이 피어나기 시작했다. 올해는 복수초와 너도바람꽃을 볼 수 있는 행운도 찾아 왔다. 풀꽃만 피어나는 것이 아니다. 나무에도 꽃이 피고 있다. 생강나무는 일찌감치 노란 꽃을 피웠고 개암나무도 암꽃 수꽃 나란히 피고 있다. 브로콜리처럼 생긴 딱총나무의 꽃봉오리도 올라와 있다. 매화, 산수유, 영춘화도 피고 있고 성미 급한 진달래마저 한두 송이 보이기 시작한다. 맘이 급해진다. 우리나라에 피는 꽃 중에서 70%가 봄에 핀다고 하지 않던가. 짧은 봄이 휙 가기 .. 2021. 7. 25.
세상에 알려진 지 100년, 미선나무 입력 2019.03.14 10:02 3·1운동 및 상하이 임시정부 수립 100주년을 맞은 올해는 여기저기서 큰 의미를 두고 행사가 치러졌다. 그런데 100주년이 되는 것이 또 있다. 1919년 세상에 알려진 아름다운 우리 꽃나무가 있으니 바로 미선나무다. 1917년 식물을 연구하던 정태현이 처음 충북 진천에서 미선나무를 발견하게 된다. 미선나무는 1속 1종의 식물로 전 세계에서 우리나라에만 있는 특산식물이었으니 처음 본 새로운 식물이 얼마나 놀라웠을까? 그런데 1919년 일본인 나카이에 의해 전 세계 학계에 보고되며 만국공용인 ‘Abeliophyllum distichum Nakai’라는 학명을 갖게 됐다. 본디 학명 끝에는 최초 발견자의 이름이 들어가기 마련인데, 우리 꽃 임에도 불구하고 일본사람 이름이.. 2021. 7. 25.
어느새 봄 마중 나왔구나! 노란 영춘화 입력 2019.02.26 09:22 지난 여름 기록적인 더위에 겨울에도 추울 거라 했다. 그러나 생각보다 싱거운 추위를 맛보여주며 하루하루 지나가는 이번 겨울에, 내심 다행이기도 하고 걱정스럽기도 한 나날들을 보내다가 갑자기 퍼붓는 눈 소식과 찬 바람에 다시 얼어붙고 말았다. 그런데도 여기저기에서 지인들이 전하는 꽃소식에 마음은 바빠지고 있다. 봄이 오려나보다. 얼마나 손꼽아 기다리는 봄인지 봄 꽃소식을 헤아려본다. 복수초, 노루귀, 앉은부채, 괭이눈 같은 풀꽃들과 매화, 올괴불나무꽃, 풍년화, 영춘화, 생강나무꽃, 산수유꽃, 히어리 따위의 나무꽃들이 곧 ‘나 여기 있소’ 하며 피는 소식을 알려올 것이다. 봄은 그렇게 꽃 소식을 타고 온다. 그 중에서 이름부터 봄꽃이라고 일찍부터 바지런을 떠는 ‘영춘화’.. 2021. 7. 25.
세련된 줄무늬 열매를 가진 ‘개옻나무’ 입력 2019.02.14 10:49 나무 공부를 하면서 겨울엔 어떻게 나무를 구분할 수 있을까 궁금했다. 꽃과 열매도 없고 잎도 없는 나무 모습에서 어떻게 이름을 찾아낼 수 있을까? 해답은 자세히 들여다보기다. 다른 계절처럼 특징이 눈에 확 들어오지 않기에 겨울엔 가까이에서 자세히 살펴봐야 한다. 겨울나무에서 볼 수 있는 모습은 겨울눈과 엽흔이라 불리는 나뭇잎이 달렸다가 떨어진 흔적, 그리고 나무껍질의 모습이다. 이외에도 나무의 수형이라 해서 나뭇가지로 이뤄지는 나무의 뻗는 모습을 보고도 어느 나무인가 구분할 수 있다. 그런데 해도 해도 헷갈리고 잘 외워지지 않는 짝이 있다. 바로 개옻나무와 붉나무이다. 다른 계절엔 확연히 구분하지만 겨울이 되면 비슷한 겨울눈과 수형, 비슷한 엽흔을 가진 두 나무가 자꾸.. 2021. 7. 25.
겨울에 주목받는 침엽수, 주목 입력 2019.01.23 13:04 침엽수에 대한 이야기를 하고 싶었다. 나무 이야기를 하게 되면 꽃이나 열매가 많은 사람들이 관심을 갖는 대상이고 이야깃거리가 풍부하다 보니, 숲과 들에 사는 나무 이야기도 주로 그 시절에 피는 꽃이나 열매가 달리는 나무로 소재를 택했다. 그런데 지금과 같은 겨울, 중부지방인 용인에선 꽃도 열매도 보기 힘들다. 아직 꽃소식은 들리지 않고 그저 꽃망울을 터트릴 순간을 기다리는 꽃눈만이 눈에 띌 뿐이다. 열매를 만난다 해도 지난 가을에 달린 열매가 마르고 딱딱해지고 색이 바랜 모습만 보일 뿐이다. 그래서 겨울엔 꽃과 열매가 없어도 멀리서 초록색으로 눈에 띄는 침엽수에 대해 이야기하려고 마음을 먹었다. 우리 주변엔 의외로 침엽수가 많다. 소나무, 잣나무, 전나무, 향나무, 노.. 2021. 7. 23.
아직 한 번도 본 적 없는 잎갈나무 입력 2019.01.09 09:38 잎갈나무는 소나무과의 키가 큰 나무로 금강산 이북의 높은 산지와 고원에서 자라는 나무이다. 이를테면 백두산과 개마고원 지역이 대표적이다. 한국에는 일부러 심은 광릉수목원에서나 간신히 볼 수 있다 하니 아직 한 번도 본 적 없는 게 당연한 일일 게다. 언젠가 직접 만지며 볼 수 있는 날이 오기를 바라며 잎갈나무에 대한 그리움을 가져본다. 남한에서 볼 수 있는 잎갈나무는 모두 일본에서 들어온 일본잎갈나무이다. 잎갈나무는 추운 것을 좋아해 북쪽지역에 살고, 따듯한 일본지역에서 들어온 일본잎갈나무들이 우리나라 남부와 중부지방에 자리 잡고 살아가고 있다. 일본잎갈나무는 1904년 우리나라에 처음 들어와 초기에는 신작로의 가로수로 심었으나, 그 후 목재로 사용하기 위해 1960∼.. 2021. 7. 23.
중요한 순간 언제나 함께 한 ‘오동나무’ 입력 2018.12.26 10:09 어린 시절 숲에서 만난 오동나무는 엄청 큰 나무로 기억된다. 키도 훤칠하지만 잎이 엄청 컸다. 도형의 오각형을 연상시키는 잎은 그 압도적인 크기로 다른 나무와 구별됐다. 하지만 먹을 수 있는 열매도 없는 오동나무는 어린 필자에겐 그저 크기만 크지 쓸모없는 나무로 여겨졌다. 그러면서도 “오동잎 한 잎 두 잎 떨어지는 가을밤에”로 시작하는 대중가요를 들으며 오동나무는 익숙해졌다. 나이가 들어 오동나무에 대해 다시 생각하게 된 건 “딸을 낳으면 오동나무를 심는다”라는 이야기를 들은 후부터였다. 왜? 딸인 필자로서는 궁금해질 수밖에 없었다. 오동나무는 빨리빨리 자라는 나무로 유명하다. 보통 1년에 1~2미터 가까이 자란다고 하니 십수 년이 지나면 가구를 하나 만들 수 있을 정.. 2021. 7. 23.
돛단배 타고 멀리멀리 날아가렴, 벽오동아 입력 2018.12.11 12:01 겨울에 나무를 본다는 것은 남아있는 열매를 보거나, 다른 계절엔 눈길이 가지 않던 나무의 껍질을 보거나, 저마다 개성 있게 생긴 겨울눈을 보는 것이다. 잎이 다 떨어진 나뭇가지 사이로 나무의 본 모습이 드러난다. ‘아! 봄부터 열심히 살아온 나무는 일년 동안 이만큼 컸구나!’를 알 수 있는 시기이기도 하다. 그중에 아직 남아있는 열매를 보는 것은 마치 기대도 안했는데 덤으로 얻는 재미와 같다. 십여 년 전 이맘때 즈음 따듯한 남쪽을 여행하던 중 한 시골마을에 도착해 정겨운 풍경에 빠져 작은 골목길들을 오가다 한 나무를 만나게 됐다. 처음엔 나무껍질이 초록색을 띠며 서 있던 것이 눈길을 끌었다. 그러다 올려다본 나무 윗부분에 깜짝 놀라고 말았다. 마치 아직 채 떨어지지 .. 2021. 7. 23.