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내가 좋아서 하는 일/나무칼럼-용인시민신문

세련된 줄무늬 열매를 가진 ‘개옻나무’

by 늘품산벗 2021. 7. 25.
  •  입력 2019.02.14 10:49

 

개옻나무 열매

 

나무 공부를 하면서 겨울엔 어떻게 나무를 구분할 수 있을까 궁금했다. 꽃과 열매도 없고 잎도 없는 나무 모습에서 어떻게 이름을 찾아낼 수 있을까? 해답은 자세히 들여다보기다. 다른 계절처럼 특징이 눈에 확 들어오지 않기에 겨울엔 가까이에서 자세히 살펴봐야 한다. 겨울나무에서 볼 수 있는 모습은 겨울눈과 엽흔이라 불리는 나뭇잎이 달렸다가 떨어진 흔적, 그리고 나무껍질의 모습이다. 이외에도 나무의 수형이라 해서 나뭇가지로 이뤄지는 나무의 뻗는 모습을 보고도 어느 나무인가 구분할 수 있다.

 

그런데 해도 해도 헷갈리고 잘 외워지지 않는 짝이 있다. 바로 개옻나무와 붉나무이다. 다른 계절엔 확연히 구분하지만 겨울이 되면 비슷한 겨울눈과 수형, 비슷한 엽흔을 가진 두 나무가 자꾸만 헷갈렸다. 그런데 확연히 두 나무를 구분 지어 주는 특징이 있었으니 바로 열매다. 개옻나무 열매는 아주 예쁘게 생겼다. 우스갯소리지만 만약 앙드레김 선생님이 보셨다면 이렇게 얘기했을 것이다. “음, 아주 모던하고 세련되고 스트라이프 무늬가 아주 멋져요” 하고.

 

개옻나무는 옻나무과 나무이다. 옻나무는 만지면 알레르기를 일으켜 몹시 가렵고 부어오르는 것으로 유명하다. 그러나 개옻나무는 아주 예민한 사람들에게나 반응할 뿐 보통 사람들에겐 괜찮다. 필자도 개옻나무를 많이 만져봤지만 아직 옻이 오르는 반응을 보인 적은 없다. 그래도 혹시 모르니 평소에 옻을 많이 타는 사람은 조심해야 한다. 우리나라에서 볼 수 있는 옻나무로는 옻나무, 개옻나무, 붉나무, 검양옻나무 따위가 있다.

 

알레르기만 일으키는 골칫덩이 옻나무였다면 이렇게 친숙하진 않았으리라. 우리 민족은 옻나무가 갖고 있는 좋은 효과를 알아 음식에 이용했으니 대표적인 음식이 옻닭이다. 옻닭은 닭을 삶을 때 옻나무 줄기나 껍질을 넣고 푹 고아 내는 것을 말한다. 이렇게 닭을 옻과 함께 달여서 먹는 이유는 맛뿐만 아니라 닭이 옻의 독성을 줄여주기 때문이란다. 그러나 아무리 오랜 시간 고아도 독성이 완전히 사라지지 않고 알레르기 반응을 보이는 경우가 많다 하니 각자 체질을 알고 먹어야 할 것이다. 필자의 어머니도 옻닭을 드실 땐 반드시 알레르기 약을 미리 드신다.

 

옻닭보다 유명한 것은 옻칠이다. 옻칠은 나무나 쇠 재질의 물건에 윤을 내기 위해 칠하는 물감 같은 것인데, 바로 옻나무와 개옻나무 줄기에서 얻어낸 수액을 바른다. 옻나무에 상처를 내면 흐르는 유액이 금방 산화해 흑색으로 변하는데 이를 이용한다. 옻칠을 하면 색을 입히는 것뿐만 아니라 방수와 방습효과도 있다. 또 방충효과와 부패방지에도 효과가 있다고 한다. 이런 효과를 우리 민족은 일찍부터 알아 기원전 고조선 청동기 때부터 사용했다. 여러 고분들과 무녕왕릉, 천마총, 안압지, 고려 팔만대장경, 조선 나전칠기에 이르기까지 우리민족 역사 대부분의 시기에서 옻칠된 유물들이 발견됐고, 오랜 세월 동안 중요한 생활의 일부로 자리 잡았다.

 

앞에 ‘개’자가 들어간 이유답게 개옻나무보다 옻나무가 더 생산성이 높아 옻칠을 얻기 위해서 옻나무를 중국에서 들여와 마을 가까이 심어 기르게 됐다. 반면 개옻나무와 붉나무는 우리나라 자생종으로 숲에 들어가면 쉽게 볼 수 있다.

숲에서 보는 개옻나무는 키가 크지 않고 줄기가 가늘다. 가느다란 줄기가 막대기처럼 꽂혀 있고, 그 윗부분에서 가지가 사방으로 뻗어 나가 잎이 달린다. 잎은 기다란 붉은색 잎줄기에 양쪽으로 나란히 열 장 넘게 달리고 끝부분에 가장 큰 잎이 아이 손바닥만 하게 하나 달려있다. 즉 줄기에서 사방으로 뻗어 나간 잎자루에 잎이 달리는데 끝으로 갈수록 커지는 구조이다. 참 영특하다. 개옻나무는 햇빛을 아주 좋아하는 나무인데, 햇빛을 많이 받기 위해 가운데 겹치는 부분은 잎을 작게 하고 가장자리에는 되도록 많은 햇빛을 받기 위해 잎을 최대로 키운다. 효율적으로 햇빛을 받기 위한 지혜다. 그래서 나무 수형이 마치 우산과 같다.

 

오뉴월에 꽃이 피는데 작은 연두색 꽃들이 포도송이처럼 모여 달린다. 그리고는 가을에 열매로 익어 갈색 껍질로 둘러싸이고, 그 시간이 지나면 갈라지고 벗겨져 속에 있는 씨앗이 모습을 드러낸다. 콩알보다 작은 둥글지만 납작한 열매는 하얀 바탕에 검은 줄무늬가 세로로 나 있다. 마치 깔끔하고 멋진 셔츠 무늬를 떠오르게 한다. 개옻나무는 이 갈색 씨앗껍질에 까끌까끌 털이 있고 옻나무는 털이 없다. 겨울에도 열매를 달고 있는 개옻나무는 산새들의 좋은 먹이가 된다.

 

개옻나무의 꽃말은 옻나무와 같은 ‘현명’이라고 한다. 옻칠이라는 긴요한 생활의 지혜가 담겨있지만, 잘못하면 심한 알레르기가 생기니 현명하게 살피라는 경계의 뜻이 아닐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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