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내가 좋아서 하는 일/나무칼럼-용인시민신문

해피 크리스마스! 하늘 가까이에 사는 우리 나무 ‘구상나무’

by 늘품산벗 2017. 6. 8.
  •  입력 2016.12.21 10:15

 

“올해는 크리스마스트리 바꾸는 거지? 집에 있는 건 너무 오래 됐어.”

아들은 이제 자기 키보다 작아진 플라스틱 크리스마스트리가 싫증 났는지 졸라댄다. 예전에 외국 영화에서 크리스마스라 해서 아빠가 숲에 들어가 그럴듯한 나무를 잘라와 형형색색 구슬을 달며 장식을 하고는 행복한 웃음을 짓는 가족이야기를 보며 부러워한 적이 있었다. 그런데 만약 정말 그게 현실이 돼 뒷동산에 올라 나무를 잘라 온다면 어떨까? 생각만 해도 끔찍하다. 보름 남짓 장식용으로 쓰고 버려지기엔 나무 생명의 가치가 존엄하다. 그래서 올해도 아들을 달래본다. 그냥 있는 플라스틱 트리를 쓰자고. 석유로 만든 플라스틱이라 맘에 걸리지만 그래도 7년 동안이나 우리집 크리스마스 분위기를 전담해온 트리에 감사하다.

 

실제로 외국에선 살아있는 나무를 잘라서 장식을 하고 기간이 끝나면 땔감으로 사용했다고 한다. 이는 독일에서 연말 나무에 장식을 하며 소원을 빌고 감사하는 풍습에서 시작됐다고 한다. 이후 유럽 전역에 퍼지며 기독교와 맞물려 크리스마스 문화로 자리 잡아 전 세계로 퍼지게 됐다. 우리나라에서도 종교적 의미를 넘어서 연말이라는 분위기와 결합돼 산타할아버지와 크리스마스트리는 최고의 문화 아이템이 됐다.

 

요즘 전 세계적으로 가장 인기 있는 크리스마스트리용 나무로 구상나무와 전나무를 뽑는다. 특히 구상나무는 ‘코리아전나무’로 불리며 많은 사랑을 받고 있다. 이름이 말해주듯이 구상나무의 원산지는 코리아, 우리나라이다. 어떻게 우리 나무가 세계적 명성을 떨치게 됐을까? 그 이면을 알게 되면 세계적 명성이 마냥 기쁘지 않다. 많은 것들이 그렇듯이 우리가 신경 쓰지 못하고 있을 때 외세에 의해 주권을 빼앗긴 대표적인 사례다.

 

구상나무는 오랜 세월 이 땅에서 살아왔다. 그러나 사는 곳이 몇 개의 산 정상부로 한정돼 있다 보니 많은 사람들이 알아보질 못했다. 오히려 이 나무의 가치를 알아본 것은 미국인 식물학자 윌슨이었다. 제주도 한라산에서 구상나무를 본 윌슨은 아직까지 알려지지 않은, 전 세계에서 유일하게 한반도에만 사는 나무라고 1920년 식물학회에 보고하면서 구상나무는 세계 무대에 등장하게 된다. 그러면서 많은 외국인들이 아름다운 모습에 반해 종자를 가져가게 됐고 이후 많은 품종개량을 거치면서 전문 크리스마스트리용으로 재배됐다. 그 결과 우리 나무임에도 불구하고 산업적, 경제적 소유권은 외국에서 행사하게 됐다. 소위 말하는 로열티를 우리가 지불해야 하는 지경이 됐다. 정말 ‘지켜주지 못해 미안해’해야 하는 나무이다. 이제라도 관심을 갖자는 것이 어색하지만 어쩔 수 없다. 늦었다고 후회하는 지금이 가장 빠른 때라는 말처럼 말이다.

 

구상나무는 소나무처럼 가늘고 긴 잎이 사계절 늘 푸르게 달려있으며 잘 자라면 20미터나 되는 큰 나무로 자란다. 대부분의 침엽수가 그렇듯이 차가운 기온에 익숙한 나무다. 구상나무가 우리 땅과 인연을 맺게 된 것은 마지막 빙하기 때다. 마지막 빙하기 때 추운 날씨를 타고 구상나무는 제주도까지 내려가 전국적으로 살았지만 빙하기가 풀리자 점점 기온이 올라가게 되고 구상나무는 기온이 높은 평지에는 살 수가 없어 상대적으로 온도가 낮은 고산지역에만 살아남게 됐다. 그렇게 구상나무는 오랜 세월동안 한반도의 여름 정도는 거뜬히 견뎌낼 수 있는 적응력을 갖게 됐다.

 

현재 구상나무는 한라산과 무등산, 지리산, 덕유산, 속리산 등 남부와 중부지방의 높은 산에만 살아남았다. 최근에 소백산에서도 구상나무 100여 그루가 자생하고 있다는 것이 밝혀지는 기쁜 소식이 있었다. 문제는 지구온난화로 갑작스레 기온이 올라가고 있다는 점이다. 한라산과 지리산의 구상나무는 벌써 많은 개체가 하얗게 말라 죽어버렸다. 구상나무가 살 수 있는 땅은 점점 산꼭대기로 좁아지고 언젠가 산꼭대기에서도 쫓겨나면 어디로 가야한단 말인가? 세계자연보전연맹(IUCN)이 선정한 멸종위기종으로 보호되고 있으나 멸종이라는 최악의 단계를 밟지 않을까 심히 우려된다.

모두가 행복을 바라는 크리스마스에 최고의 별을 달고 있는 구상나무에게도 행복한 은총이 가득한 크리스마스가 되길 바라본다.(구상나무 이야기는 다음회에도 계속됩니다.)

하늘 가까이에 사는 우리 나무 ‘구상나무’

 입력 2016.12.27 10:06

지난달 말 환경이나 생태를 다루는 신문에선 특종이 터졌다. 세계자연보전연맹(IUCN)이 선정해 멸종위기종으로 보호되고 있는 구상나무가 소백산에서 100여 그루 자생하고 있다는 사실이 밝혀진 것이다. 전세계에서 우리나라, 그것도 제한된 지역에만 살고 있는, 더구나 지구온난화로 기온 상승이 이어지면서 생존에 위협을 받고 있는 구상나무로선 살 수 있는 지역이 더 확장됐다는 소식이 정말 반가운 일이 아닐 수 없다.

 

그런데 의아한 독자들도 있을 것이다. “어? 우리 아파트 화단에 구상나무 있던데”, “우리 학교 정원에도 있어요.” 맞다. 아름다운 자태 덕분에 크리스마스트리용으로 유명세를 치른 구상나무는 그 덕에 많은 품종 개량을 거쳐 높은 산꼭대기뿐만 아이라 평지에도 살 수 있게 됐으며 남부지방 뿐만 아니라 우리가 살고 있는 용인에서도 쉽게 볼 수 있는 나무가 됐다. 만약 공원이나 정원에 나갔는데 겨울에도 푸르른 상록 침엽수를 보게 되고 잎 앞은 짙은 초록색인데 반해 뒷면이 하얀빛, 은빛으로 빛나며 잎 끝이 뾰족하지 않고 아기 엉덩이마냥 가운데가 쏙 들어간 볼록볼록이고, 잎이 가지에 붙는 것이 한쪽으로 기울거나 편편하지 않고 사방으로 둥글게 붙어있다면 구상나무일 확률이 크다. 이와 비슷한 나무로 전나무가 있는데 용인의 시나무로 지정돼 많은 사람들에게 익숙한 전나무 잎 끝은 따가운데 비해 구상나무의 잎 끝은 둥글어 따갑지 않다. 구상나무를 만나면 꼭 나뭇가지를 살짝 뒤집어 잎들의 뒷면을 보길 바란다. 선명한 초록색과 은빛으로 대비되는 색감은 신비로운 느낌을 준다. 사실 이 은빛은 잎 뒷면에 있는 숨 쉬는 구멍으로 ‘기공조선’이라 부르는 하얀 줄이다. 다른 나무에 비해 유난히 희고 선명해 이러한 느낌을 선사한다.

 

구상나무의 이름을 유추하는 세 가지 이야기가 있다. 하나는 열매에서 바늘 모양의 돌기가 갈고리처럼 꼬부라진 모양을 닮았다 해서 갈고리 구(鉤)자를 써서 구상나무라는 이름이 됐다는 설과 ‘열매가 하늘을 보는 나무’라는 뜻으로 열매를 뜻하는 한자 구(毬)와 위를 뜻하는 한자 상(上)을 더해 만든 이름이라는 설이 있다. 마지막으로 우리나라에서 구상나무의 최대 자생지인 제주도 말에서 나왔다는 설이다. 제주도 사람들은 푸른 제주 앞바다에 사는 보라색 성게를 닮은 열매와 잎을 가진 나무를 보며 그 보라색 성게의 이름 ‘쿠상(또는 쿠살)’에서 ‘쿠상낭’ 이라고 불렀다고 한다. 낭은 나무를 뜻하는 제주말이다. 그것이 변해 현재 구상나무가 됐다는 설이다. 무엇이 가장 유력한지는 학자들마다 다른데 이는 구상나무의 존재 자체가 워낙 알려지지 않았고 기록이나 문헌에도 나와 있는 경우가 거의 없어 옛 이름에 대한 근거가 없기 때문일 것이다. 그런데 논란의 여지 속에서도 구상나무는 한자 이름을 갖고 있지 않다. 오롯이 한글 ‘구상’이다. 그런 면에 있어 가장 오랫동안 가깝게 구상나무를 봐온 제주 사람들에게 한표를 던지고 싶은 필자의 사심이다.

 

구상나무에도 꽃이 핀다. 다른 소나무과 식물들과 마찬가지로 꽃잎이 따로 없어 화려한 꽃을 기대하는 선입견으로 알아보지 못할 뿐 봄이 무르익을 즈음 빨강, 노랑, 자주, 분홍 등 다양한 색의 수꽃과 짙은 자줏빛의 암꽃이 핀다. 열매는 자주, 검정, 빨강, 초록 등 다양한 색에 솔방울이나 잣방울처럼 생겼는데 더 길쭉한 모양에 벌어지지 않아 단단해 보인다. 이 열매들이 나뭇가지 위에 달려 하늘을 향해 솟아있는 모습을 보면 늠름한 기상이 서려보이기도 하고 귀엽기도 하다.

 

마치 하늘 가까이 사는 구상나무기에 하늘의 이야기를 전하듯, 하늘에 이야기를 고하듯 하늘과 땅의 전령사인 듯 서있다. 그런데 요즘 그 열매를 보면 촛불이 생각난다. 우리가 관심을 갖지 않고 있는 사이에 누군가는 우리의 것들을 빼앗아 자기 뱃속을 채우고 있었다. 뒤늦게 그것을 바로잡고자 촛불을 들었다. 구상나무도 촛불을 든다. 열매를 곧추 세우고 말한다. ‘다시는 지켜주지 못해 미안해하는 일을 만들지 말라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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