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내가 좋아서 하는 일/나무칼럼-용인시민신문

알싸한 향기로 기억되는 노란 꽃나무, 생강나무

by 늘품산벗 2021. 7. 13.
  •  입력 2017.03.27 11:27

나무이야기 원고를 쓸 때가 다가오면 이번엔 어떤 나무에 대해 써보지? 요즘 어떤 나무가 핫한가 생각해본다. 봄이 다가오고 있음을 분명히 느끼고 있는 요즘, 가장 핫한 나무는 생강나무이다.

아직 이 나무를 다뤄보지 않았다는 것이 의아할 정도로 '당연히 벌써 썼겠지' 하며 의심해 볼 만큼 이맘때가 되면 당연히 떠오르는 나무이다. 뚜렷한 특징을 갖고 있으면서도 사람들에게 널리 알려져 있지 않는 대표적 우리나무 생강나무에 대한 이야기를 시작해보자.

 

봄에 피는 대표적인 노란 나무꽃을 이야기한다면 바로 생강나무와 산수유나무와 개나리일 것이다. 생강나무에 비해 산수유나무가 더 유명하다보니 숲에서 만난 생강나무를 보고도 산수유나무라 부르는 사람이 많다. 그러나 산수유는 열매를 약으로 쓰기 위해서 중국에서 들어온 나무다. 대부분 집 근처에 심고 생강나무는 우리나라에 자생하는 나무로 주로 산에 산다. 그러니 두 나무를 구분하는 기준점이 되는 것 중에 하나가 어디에 사느냐이다.

 

또한 생강나무와 산수유나무의 꽃 생김새로도 구분을 하는데 산수유나무는 꽃 한송이에 암술 수술이 제 구실을 하며 함께 있는 양성화인데 반해 생강나무 꽃은 암·수꽃이 따로 있는 단성화이다. 또한 산수유꽃은 꽃자루가 길어 나뭇가지로부터 꽃이 튀어나와 보이는데 생강나무 꽃은 꽃자루가 짧거나 거의 없어 나뭇가지에 딱 달라붙어 핀다. 이제 숲에서 노란 꽃을 보고 산수유나무라 부르는 우를 범하지 말아주길 바란다. 듣는 생강나무가 서운하다.

 

이른 봄 무채색으로 가득한 숲에 처음으로 노란색을 칠하며 나무에 꽃이 피기 시작한다. 용인 산에는 생강나무가 많아 조금만 숲에 들어가면 여기저기에서 쉽게 발견할 수 있다. 생강나무 꽃은 노란색으로 암꽃이 피는 암나무와 수꽃이 피는 수나무가 따로 있다. 대개 보면 수나무의 꽃은 가지에 푸짐하게 달린다. 개수도 많고 여럿이 모여 피는 반면 암꽃은 피는 꽃 숫자도 적어 가지에 듬성듬성 뭉쳐서 달린다. 그래서 수그루가 훨씬 노란색이 진해 보인다.

 

생강나무는 나무에서 생강냄새가 난다고 해서 생강나무이다. 처음 생강이란 이름을 듣고 우리가 양념으로 쓰는 그 생강냄새가 나는 나무라 생각한다면 오해이다. 양념으로 먹는 생강은 여러해살이풀로서 연한 조릿대처럼 생겼다. 단지 생강나무는 잎, 나뭇가지, 꽃에서 생강냄새가 난다 해서 생강나무란 이름이 붙었다.

 

이른 봄 꽃을 피우는 나무들의 공통점이 있다. 이들은 대부분 지난 여름부터 겨울눈을 만들기 시작해 잎눈과 함께 좀 더 큰 꽃눈을 만든다. 겨울이 지나고 따듯한 햇살이 비치며 기온이 오르기 시작하면 꽃눈이 벌어지며 바로 꽃을 피운다. 그리고 나서 꽃이 웬만큼 피었다 싶을 때 잎눈이 벌어지며 새잎이 나오기 시작한다. 우리나라 식물이 가장 많이 꽃을 피우는 시기가 봄이라는 상황 속에서 생존과 번식을 위해 이들이 택한 건 시간차 공격이다. 많은 꽃들이 피기 전에 먼저 벌과 나비들을 불러들이기 위한 목적으로 생강나무, 벚나무, 목련, 진달래, 매화나무, 산수유나무들이 모두 이런 선택을 했다.

지난해 축적한 에너지를 꽃눈에 꽁꽁 싸매고 있다가 봄소식과 함께 장렬하게 터뜨리고 마는 이 꽃들은 그래서 급하다. 이에 반해 늦게 꽃을 피우는 나무들은 잎을 먼저 틔우고 에너지를 모아 꽃을 피운다. 느긋하다. 이렇듯 나무에도 성격이 있다.

 

강원도에서는 생강나무를 동백나무라고 부른다. 추운 기온 탓에 남쪽지방 빨간 동백꽃이 피는 동백나무가 자랄 수 없기에 당연히 동백기름도 얻을 수 없었다. 그런데 생강나무 열매에서 기름을 얻을 수 있었고 그래서 동백나무라 불러버렸다. 그런데 이것이 오해를 불러일으켰다.

너무도 유명한 김유정 소설 ‘동백꽃’의 마지막 장면에서 ‘나’와 점순이가 “산 중턱에 한창 피어 퍼드러진 노란 동백꽃속으로 폭 파묻혀 버렸다. 알싸한, 그리고 향긋한 그 냄새에 나는 땅이 꺼지는 듯이 온 정신이 고만 아찔하였다.”라고 나온다. 알싸하고 노란 동백꽃이라고 분명 했건만 사람들은 이 동백꽃을 남쪽 지방의 빨간 동백꽃으로 당연히 넘겨짚고 말았다.

이후 많은 노력으로 동백꽃이 노란 생강나무꽃을 가리킨다고 알려지게 됐지만 아직도 동백꽃 책의 겉표지에는 빨간 동백꽃이 피어있는 경우를 자주 본다. 실제로 조사를 해보니 노란 생강나무가 책표지에 있는 경우는 극히 드물었다. 제대로 된 표지를 보면 눈물나게 반가울 정도였다. 참 황당하다. 책 겉표지 디자이너는 책을 읽어보지도 않고 디자인을 한 것인지 한심스럽기까지 하다. 가장 한심한 건 빨간 동백꽃 모양에 색깔만 노랗게 칠해놓은 어린이용 만화책까지 있었다. 명작을 어린이들이 쉽게 접근하게 하기 위한 만화이지만 이런 왜곡은 어떻게 받아들여야할까? 많은 사람들에게 자연의 이야기를 더 많이 들려줘야 할 이유로 보태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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