쥐똥나무, 어쩜 이름을 이렇게 지었을까? 나무 이름에 ‘똥’ 자가 들어간 것도 우스운데 더구나 쥐라니. 다행히 어린 시절 쥐똥을 본 적이 있는 필자는 이 나무에서 쥐똥스러운 것을 찾아보려했다.
처음 쥐똥나무를 본 것은 뜨거운 한낮의 여름 도심지 길가에 가로수인지 화단인지 무리지어 자리 잡은 모습이었다. 작은 잎들을 달고 있는 이 나무는 키가 고만고만한 게 내 허리춤만큼 자라고 있었다. 그냥 그런 작은 나무인가보다 했다. 그러다 가을이 되자 작은 잎들이 하나 둘 노랗게, 주황으로 단풍이 들기 시작했다.
그 때 내 눈에 보이게 된 것이 바로 쥐똥이었다. 콩알보다 작은 크기로 까맣게 주렁주렁 달려 있는 열매는 ‘내가 이래서 쥐똥나무요’라고 말하는 듯 했다. 그래서 쥐똥나무구나. 그렇게 지나갔다. 쥐똥나무에 대한 인상은.
봄이 지나고 여름이 시작될 즈음 어디서 향기로운 꽃향기가 났다. 달콤하면서 산뜻하고 맛있으면서 향긋했다. 주변을 살펴보니 작고 하얀 꽃들이 자잘하게 많이 피어있다. 길쭉한 꽃부리에 끝은 네 갈래로 갈라져 젖혀있다.
꽃에 꿀도 많은지 벌들도 분주하다. 나무를 둘러보니 그 쥐똥들이 달렸던 쥐똥나무다. 이런 세상에! 쥐똥에서 이렇게 앙증맞은 꽃이 피다니! 이 깊고 향긋한 꽃향기에 쥐똥이라는 이름은 숨겨놓고 싶었다.
쥐똥나무는 공해에도 강하고, 가지를 쳐도 새 가지가 크게 자라지 않아 가지치기한 사람의 의도에서 크게 벗어나지 않고 모양을 유지한 채 자라게 돼 가로수로 인기가 많아 서울을 비롯한 많은 도시에서 찻길과 인도를 구분 짓는 가로수로 많이 심어져 있었다.
그런데 차도 많아지고 도시가 복잡해지면서 쥐똥나무에게 내주는 땅이 아까웠는지 많이 사라지게 됐다. 다른 가로수들이 키를 키워 높이 자라 사람들과 부딪치지 않지만 쥐똥나무는 키를 높이 키우는 가로수가 아니다보니 사람들의 필요성에서 밀리게 된 것 같다.
그렇지만 여전히 주택이나 공원, 학교 등의 담장으로 많이 사랑받고 있다. 필자의 집 근처에는 커다란 저수지가 있고 저수지 근처에는 많은 전원주택들이 자리 잡고 있다.
여러 집이 담장으로 쥐똥나무를 심어놓았는데 그 쥐똥나무들의 가지 아래쪽에 가시가 나 있었다. 이 가시들은 처음부터 가시로 나오지 않고 나무가 오래 묵으면서 아래쪽에 난 작은 가지들이 가시로 변하는 것 같다. 마치 매실나무처럼 말이다.
산에 오르면 자생하는 쥐똥나무를 쉽게 볼 수 있다. 그런데 평소 아파트 화단이나 담장에서만 쥐똥나무를 접했더라면 깜짝 놀랄 것이다. 인위적으로 가지치기를 하지 않기에 자연스럽게 가지를 뻗고 자라는 쥐똥나무는 마치 춤을 추며 팔을 뻗는 듯 사방팔방 뻗어있다.
키도 제법 커 사람 키를 훌쩍 넘어 자라있다. 마치 ‘이게 나의 본 모습이에요’ 하는 듯하다. 그 속삭임이 담장을 지날 때면 되새겨지며 아릿하다.
'내가 좋아서 하는 일 > 나무칼럼-용인시민신문' 카테고리의 다른 글
곁에 두어 지키고 싶은 산사나무 (0) | 2015.12.08 |
---|---|
향나무, 너처럼 향기품은 사람이고 싶다 (0) | 2015.12.08 |
이름을 불러주세요 “아아 그 아그배나무” (0) | 2015.12.08 |
백일의 깨달음! 배롱나무 (0) | 2015.09.08 |
무궁화꽃이 피었습니다 (0) | 2015.08.28 |
댓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