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내가 좋아서 하는 일/나무칼럼-용인시민신문

이름을 불러주세요 “아아 그 아그배나무”

by 늘품산벗 2015. 12. 8.

 

 

 

 

이름을 불러주세요 “아아 그 아그배나무”

2015년 11월 09일 (월)

 

요즘 아파트 화단이나 공원을 지나다가 빨갛게 또는 노랗게 동글동글 열매를 주렁주렁 정말 많이도 달고 있는 나무를 보게 된다면 가까이 가서 확인하자. 배꼽이 있는지 없는지. 여기서 ‘배꼽’이라 함은 열매 아랫부분에 도너츠 모양으로 생긴 갈색 둥근 테를 말한다. 이는 사실 꽃이 지고 꽃받침이 떨어진 흔적이 남은 것으로 아그배나무를 알아보는 결정적인 단서이다.

 

크기는 작지만 모양은 영락없는 사과처럼 둥글고 빨갛다. 그래서 많은 사람들이 꽃사과로 오인하기도 한다. 그러나 사과와 배는 배꼽 모양이 좀 다르지 않은가. 배 배꼽은 안으로 쏘옥 들어간 모양이라면 사과 배꼽은 밖으로 튀어나와 있다.

아그배 배꼽은 사과처럼 튀어나와 있지 않아 사과보다 배를 닮아 작고 앙증맞은 ‘아가 배’라는 뜻으로 ‘아그배’라 불린다. 아이들이 장난처럼 ‘아아 그 배 나무!’ 하는 소리가 들리는 듯하다.

이름은 아그배이지만 배나무보다 사과나무에 가깝다는 생물학적 족보를 가졌다. 그래서 그런지 우리가 먹는 사과나무를 키우기 위해 접을 붙이는 대목으로 많이 쓰였다고 한다.

 

그런데 아그배나무는 거창한 이름을 하나 더 달고 있다. 바로 ‘생명의 나무’다. 1992년 브라질 리우에서 세계 정상들이 모여 지구환경회의를 했는데, 그때 이 회의에 참석했던 세계 열강들은 죽어가는 지구를 살릴 수 있는 최후의 보루는 바로 나무라고 결론을 지었다. 그 회의의 상징물로 ‘생명의 나무’를 인공조형물로 만들어 지정하고 기념식을 가졌다.

우리나라도 이를 계기로 생명의 나무 명명식을 가졌는데 인공조형물이 아닌 살아있는 나무를 선정했다. 그때 그 명예로운 이름을 받은 나무가 바로 아그배나무였다.

아그배나무의 어떤 특성 때문에 그런 이름을 받게 됐는지 알 수 없으나, 아무튼 그 이후로 지구 환경을 생각하는 사람들에게 아그배나무는 생명의 나무로서 특별한 의미를 갖게 됐다.

 

아그배나무는 우리나라가 고향인 나무로 주로 산지의 양지바르고 비옥하면서도 습한 기슭에서 볼 수 있는 나무였다. 그러나 화사한 꽃과 앙증맞은 열매를 보기 위한 조경용으로 사람들에게 관심을 받으면서 공원이나 아파트 정원에 많이 심어놓았기에 이젠 쉽게 볼 수 있게 됐다.

때로는 우리 아그배나무와 비슷한 중국출신의 꽃아그배나무도 보이는데 열매 모습에는 미세한 차이를 보이나 구분이 쉽지 않고 잎 모양으로 기준을 잡는다. 아그배나무는 잎 모양이 달걀모양인 것과 3~5갈래로 갈라진 잎이 한 나무에 같이 달리는데, 꽃아그배나무는 갈라진 잎이 없이 타원형의 한가지 모양만 있다고 한다.

 

5월에 피는 꽃은 짧은 가지에 연한 분홍빛이 도는 흰색으로 피었다가 점차 흰색이 된다. 그리곤 가을이 되면 빨간색 또는 노란색으로 열매가 달린다. 그 때쯤이면 잔치판이 열리는지 많은 새들이 모여든다. 필자가 아그배나무를 찾아간 날도 직박구리가 요란하게 울어댔다.

반짝반짝 윤이 나고 먹음직스러운 색을 지녔으나 맛을 보니 그리 썩 좋지는 않았다. 사람이 먹기엔 단맛보다 씁쓰름한 맛이 먼저 혀끝에 닿는다. 새들이 먹고 이동해 똥을 싸면서 씨앗들이 멀리 번식된다 하니 역시 새에게 양보해야 하나?

 

말랑말랑하게 잘 익은 건 먹을만하다는데 겨울이 되어 말라비틀어지기 전에 앙증맞은 열매를 설탕에 재워 기침 예방도 해보고 향긋한 과실주도 담가 예쁜 님과 함께 한잔 기울이는 달콤한 꿈을 꿔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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