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내가 좋아서 하는 일/나무칼럼-용인시민신문

향나무, 너처럼 향기품은 사람이고 싶다

by 늘품산벗 2015. 12. 8.

 

2015년 09월 21일 (월)

 

얼마 전 가수 개리와 정인이 부른 ‘사람냄새’라는 노래가 라디오에서 자주 울려 퍼지곤 했다.

 

사람냄새가 나

이 복잡한 세상

사람냄새가 나서

네가 너무 좋아져…

 

복잡한 세상에서 사람냄새가 나서 좋다는 연인의 고백이 담긴 노래이다. 냄새가 나지 않는 사람은 없는데 어떤 냄새가 나길래 좋다는 것일까?

 

사람에게 냄새가 있듯이 나무에게도 고유의 냄새가 있다. 대개 나무 냄새는 꽃이나 잎에서 나는데 그 향이 좋을 때도 있지만 우리 이맛살을 찌푸리게 하는 경우도 있다. 여기 온몸으로 향을 내는 나무가 있다.

 

이름도 그래서 향나무. 다행히 그 향이 사람을 기분 좋게 하는 상쾌함과 은은함으로 다가오기에 우리는 이 나무 이름도 긍정적으로 특징을 살려 향나무라 부른다. 옛날부터 이 향을 좋아하기도 하고 ‘청정’이라는 의미를 부여해 제례나 종교의식에, 몸과 마음을 정갈히 하는데 사용돼 왔다. 향나무 심재를 불에 태우면 더 진한 향기를 내기에 작게 토막 내 향료로 널리 쓰였다.

 

향나무는 어린 나무일 때는 뾰족뾰족한 바늘처럼 생긴 잎이 달리는데 손으로 만지면 제법 따끔거리며 아프다. 그러다 시간이 지나 7~8년이 되면 끝이 둥근 비늘잎이 같이 달린다. 나무가 자랄수록 바늘잎보다는 비늘잎이 많아진다. 큰 나무들은 대부분 부드러운 비늘잎이 빽빽하게 덮이고 새로 나는 가지 끝 정도에만 바늘잎이 생기게 된다.

 

사람도 이렇지 아니한가? 어렸을 땐 자기중심적으로 자신의 주장만을 펼치며 까칠하게 자란다. 그러다 점점 나이가 들면서 세상이 혼자 살아가는 것이 아니라는 것을 알고 참을 줄 알게 되며 주변을 살피게 되니 둥글둥글한 성품으로 바뀌게 되는 것이 대부분의 사람이리라.

 

물론 그렇지 않은 사람들도 있고, 정도의 차이가 있기도 하며 때론 그 둥글둥글함이 비겁해 보이기도 하는 게 세상이기는 하다.

 

향나무는 눈에 확 띄는 화려한 꽃을 피우지 않는다. 언제 피었는지도 모르게 작고 꽃잎도 없이 간단한 모양의 꽃을 피운다. 화려한 꽃잎으로 벌과 나비를 유혹하는 데 에너지를 쓰지 않고 꼭 필요한 기관만을 갖는 단순한 모양의 꽃을 만들어 바람의 힘을 빌린다.

 

향나무는 암꽃 수꽃이 한 나무에 피기도 하고 때론 암꽃만 피는 암나무, 수꽃만 피는 수나무가 되기도 하는데 요즘 결혼을 하지 않는 싱글족이 많아지는 세상에 향나무는 미리 유행을 감지한 것이 아닐까?

 

또한 향나무는 열매를 만드는데도 결코 서두르지 않는다. 꽃을 피우고 다음 해 동그랗고 검게 익는 열매를 세상에 내놓는다. 화려하고 짧게 사는 것보단 단순하게 오래 사는 인생을 택한 향나무는 2000년 이상 산다.

 

우리나라에서 향나무가 가장 많이 자생하는 곳은 울릉도이다. 그 외 지역에선 민가나 공원, 묘지 주변에 관상용으로 심어 논 나무를 보게 되는 것이 대부분이다. 그런데 우리가 쉽게 보는 향나무는 일본에서 온 가이즈카향나무이다.

 

우리 향나무는 구불구불 꼬이며 자유스럽게 자라는데 가이즈카향나무는 둥글게 둥글게 잘라 모양을 내며 쉽게 키울 수 있어 인기가 많다. 우리 향나무가 설 땅이 자꾸만 줄어드는 것 같아 안타깝다.

 

향이 나는 나무는 많다. 그런데 유독 향나무 향을 특별히 생각해 왔다. 온몸으로 은은한 향을 만들어 내니 세상만사 통달한 나무 같다. 그렇게 향을 풍기는 사람을 동경하지 않던가.

 

하늘이 하늘답게 보여 지듯이

바람이 바람답게 느껴지듯이

있는 그대로의 네 모습

꾸며지지 않은 네 모습

그 아름다움에 빠져들어

사람냄새가 나서 네가 너무 좋아져

 

사람이 사람답게 보여질 때 아름답고 사람냄새가 난다고 노래하고 있다. 사람으로서 마땅히 살아갈 때 풍기는 인품에서 사람냄새가 난다고 한다. 복잡한 세상에서 사람답기가 얼마나 어려운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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