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이들은 놀이를 하면서 특정한 노래를 하거나 소리를 외치는 경우가 많다.
‘가위바위보’를 비롯해 모래집을 만들며 부르는 ‘두껍아 두껍아’, 고무줄을 하면서 부르는 ‘금강산 찾아가자’, ‘월남마차 타고 가는’ 등, 교과서에 나오는 동요들도 있지만 할머니로부터 어머니로, 그리고 아이들의 입에서 입으로 전해 퍼지는 노래가 더 많다.
동네 친구들과 뛰어놀게 되면서 자주 했던 놀이 중 하나가 바로 ‘무궁화꽃이 피었습니다’이다. 우리 곁에 피고 지는 많은 꽃들 중에 왜 무궁화꽃 이었을까? 문득 그것이 궁금해졌다.
학계에서 무궁화 원산지로 인도와 중국 쪽을 이야기한다. 아이러니하게도 무궁화를 나라꽃으로 여기는 한국에서는 아직 자생지는 발견되지 않았다. 무궁화는 오랜 세월 우리 민족을 상징하는 꽃으로 여겨왔다. 무궁화라는 꽃 이름이 있기 전엔 ‘목근’, ‘근화’하는 이름으로 많이 불리었는데 우리나라를 가리켜 ‘근화가 피는 나라’, ‘근화를 사랑하는 민족’ 이라고 부르기도 했다는 내용의 옛날 문서들이 중국과 신라시대의 기록으로 남아있다. 옛 자료를 보면 4세기 중엽 이 땅에는 가는 곳마다 무궁화가 만발했다 한다. 그만큼 우리 조상님들의 무궁화사랑은 오래되고 각별했다는 얘기다. 그러니 원산지를 거론하는 것이 머쓱해진다.
무궁화는 이 땅에서 오래 살아오면서 수많은 시문에 등장하며 문화의 꽃을 피워 왔다. 조선시대 과거에 급제한 사람에게 하사해 꽂는 어사화 역시 다홍, 노랑, 보라색의 무궁화였고 궁중에서 잔치가 있을 때도 신하들은 무궁화를 진찬화라 해서 꽂았다. 또한 일반 백성들에게는 무궁화가 피는 시기에 따라 그 해 서리가 앞당겨지거나 늦춰져 농사의 풍흉을 짐작해 볼 수 있었다 한다. 이외에도 정원수로, 생울타리로 많은 사랑을 받아왔으며 약용식물로도 유명했다. 나무껍질을 비롯해 씨앗과 꽃까지 여러 증상에 좋은 약재로 백성들의 삶속에 녹아 있었다.
그러다가 일제 치하에 이르러 일본은 여러 가지로 우리 민족성을 말살시키려 시도했는데 그 중 하나가 우리 민족이 사랑하는 꽃인 무궁화를 뿌리째 뽑아 불태우고 유언비어를 퍼뜨려 폄하한 것이다. 무궁화를 만지거나 보고 있으면 꽃가루가 눈에 들어가 눈병에 걸리거나 심지어 실명한다고 하고, 살에 닿으면 부스럼이 난다고 하며 우리 민족으로부터 무궁화를 떼어내려고 했다. 이젠 이런 낭설을 믿고 있는 사람이 없기를 믿어본다.
무궁화를 나라꽃으로 삼는다고 법령을 정하거나 하진 않았지만 오랜 세월 민족을 상징하는 꽃으로 여겨져 왔기에 무궁화는 자연스럽게 ‘무궁화 삼천리’라고 애국가에도 등장하고 국기의 국기봉도 무궁화 봉오리 모양이며 정부와 국회의 표장도 무궁화가 되며 나라꽃이 됐다. 또한 우리 생활에서도 무궁화는 쉽게 찾아볼 수 있다. 낭만적인 기차여행 ‘무궁화호’와 인터넷과 멀티미디어시설을 위한 우리나라 통신위성 ‘무궁화위성’, 이제는 찾아보기 힘들어진 1원짜리 동전에 새겨져 있는 무궁화, 나라에 공을 세웠을 때 받는 ‘무궁화훈장’, 그리고 아이들이 가장 좋아하는 놀이 중 하나 ‘무궁화꽃이 피었습니다’.
무궁화란 이름은 무궁화가 오랜 기간 동안 피어있기 때문에 붙여진 이름이다. ‘무궁 무궁 무궁화, 피고 지고 또 피어 무궁화’란 노래처럼 여름동안 내내 핀다. 거의 100일 가까이 피어있다고 한다. 그렇지만 한 송이의 수명이 그렇다는 것이 아니다. 무궁화 한 송이는 이른 아침에 피었다가 그날 저녁이 되면 꽃잎을 말아 닫고는 져버린다. 다음날 아침이 되면 다시 새로운 꽃송이가 활짝 피어나는 것이다. 새로운 에너지와 새로운 희망을 얘기하는 듯 수많은 꽃송이들이 계속 피어나면서 아름다운 무궁화 나무를 보여주는 것이다.
우리 민족이 어려운 시절을 보낼 때 무궁화꽃이 피어나듯이 우리민족이 다시 일어나기를 간절히 바라는 바람이 놀이가 된 것이 아닐까? 추측해 본다. 놀이는 시대를 반영한다고 하지 않던가.
다양성이 중요시되는 세상 속에서 아이들의 놀이에 이젠 무궁화꽃 뿐만이 아니라 앉은뱅이꽃, 접시꽃, 할미꽃, 해바라기꽃도 피었습니다가 등장했으니 참 재미있는 일이다.
꽃들이 피어나듯 우리네 마음에도 웃음꽃 행복꽃들이 피어나면 좋겠다. 오늘도 무궁화꽃이 피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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