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내가 좋아서 하는 일/생태칼럼-용인시민신문

알을 남기고 사라진 그들

by 늘품산벗 2022. 12. 27.
  •  입력 2022.12.08 10:10
11월 말이 12월 초로 바뀌며 겨울이 점점 다가오고 있다. 날씨앱에서 갑작스런 기온 하강에 어제보다 섭씨 10도가 넘게 떨어졌다고 선명한 마이너스 숫자를 전한다. 추위를 유난히 타기에 이제 밖에 나가기가 두려워진다. 특히 온도 차에 민감해 따듯한 실내에 있다가 차가운 실외로 나가면 어깨가 안으로 접히고, 몸이 쪼그라들어 갈비뼈가 부러지는 느낌이 들 정도로 심하게 추위를 느낀다. 그래서 따듯한 겨울나기에 신경이 많이 쓰인다.

봄, 여름, 가을, 겨울 사계절의 이름을 부를 때 볼게 생겨 봄, 열매가 열려 여름, 색을 갈아 가을이라는데, 겨울은 겨우 살아 견디기에 겨울이 되었다고 한다. 다른 계절에 비해 많이 험난한 시기이다. 이렇게 추운 겨울이 되면 다들 어떻게 지낼까? 자연에서 겨울을 어떻게 맞이하고 있을까?

얼마 전까지만 해도 눈에 띄었던 무당거미, 호랑거미들이 사라졌다. 큰 배가 빵빵했던 사마귀들도 사라졌다. 많은 거미와 곤충들이 확연하게 자취를 감췄다. 대신 그들이 있던 자리에 알이 모인 알집들이 생겼다. 무당거미는 나뭇가지 사이에 크게 줄을 연결해 집을 짓고 살았다. 이슬이 내리면 거미줄에 대롱대롱 노란 이슬이 맺혀 있었다.

날이 추워져 서리가 내릴 때쯤 암컷 무당거미들이 근처 나무줄기에 알을 낳았다. 알은 진분홍색으로 동그랗게 생겨 몇백 개를 뭉쳐 낳는다. 알 사이사이에 하얀 가루 같은 것이 덮여있다.  빨간 앵두에 슈가파우더를 뿌린 듯 아주 예쁘다. 그리곤 하얀 거미줄로 솜이불을 덮듯 꼭꼭 감싸고, 그 위에도 거미줄을 쳐 나무껍질에 잘 붙여 놓는다. 그렇게 사력을 다하곤 암컷 무당거미는 생을 마감한다. 엄마의 염원을 담은 따듯한 알집에서 알 상태로 겨울을 나고 봄에 깨어나 각자 흩어져 거미로 살아간다. 그렇게 무당거미는 한 해를 산다.

알 사이사이 하얀 가루 같은 것이 덮여있는 무당거미 알집

무당거미와 비슷하게 생긴 호랑거미는 마치 찢어진 나뭇잎처럼 생긴 알집을 만든다. 더구나 거미줄로 공중에 매달아 놓아 나뭇잎 조각이 바람에 날려 대롱대롱 거미줄에 걸려있는 것 같다. 비교적 날이 따듯한 가을에 알집을 만들어 보온에 신경을 쓰지 않는다.  대신 가을에 알집에서 깨어난 작은 거미들이 알집에서 뭉쳐 겨울을 나고 봄이 되면 집에서 빠져나와 흩어진다. 호랑거미는 초록색 알집을 만들고 꼬마호랑거미는 갈색 알집을 만든다. 긴호랑거미는 독특하게 작은 항아리 모양의 알집을 만든다.

작은 항아리 모양의 긴호랑거미 알집

이름보다 예쁘게 생긴 새똥거미는 가운데가 볼록한 호리병 같은 길쭉한 알집을 만든다. 알집이 하나 달려 있는 경우도 있지만, 여러 개가 같이 달려 있는 경우도 있다. 숲에서 새똥거미 알집을 만나면 왠지 기분이 좋다. 보물주머니를 발견한 것 마냥 들뜬다. 참 나도 이상하다.

 

사마귀도 알집을 만든다. 주로 나뭇가지나 풀줄기 등에 알을 낳는데 주변 상황에 따라 담벼락이나 바위에도 낳는다. 사마귀는 종류에 따라 알집 모양이나 크기가 다르다. 몸집이 큰 왕사마귀는 큰 알집을 만들고 작은 좀사마귀는 작게 알집을 만든다. 이 알집 하나에 몇백 개의 알이 들어있다. 사마귀가 알을 낳는 장면을 본 적이 있는데 참 경이로웠다. 배 끝에서 알이 나오는데 알과 액체를 함께 낳아 지그재그로 왔다갔다하며 차곡차곡 쌓는다. 시간이 지나면 액체가 굳는다. 보통 자연에서 사마귀는 두세 번 알집을 만든다고 한다. 그리곤 생을 마감한다.

왕사마귀 알 낳는 장면
 

 

겨울 숲에서 쉽게 발견할 수 있는 알집들을 살펴보았다. 겨울이라 끝이 아니듯 생명도 자신의 온 힘을 다해 새로운 생명을 위한 방편을 마련해놓고 다시 자연으로 돌아간다. 너무 추워 움츠리겠지만 내년 봄을 살아갈 준비를 해야 할 때다. 생은 계속 이어진다. 일년살이든 백년살이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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