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내가 좋아서 하는 일/나무칼럼-용인시민신문

혹시나 보았다가 역시나! '오갈피나무'

by 늘품산벗 2021. 7. 29.

혹시나 보았다가 역시나! '오갈피나무'

  •  입력 2019.11.28 13:38

 

 

어렸을 때 친구가 산 너머에 살아 자주 산을 오르락내리락 했지만 한 번도 눈여겨보질 않았다. 어린아이였으니까 생각도 못했다. 이제는 직업적으로 십여 년 넘게 숲엘 다니고 있지만 한 번도 보질 못했다. 예전엔 관심도 없고 욕심도 없어 나 같은 사람 눈에 띌까 기대도 안했는데, 요즘은 가끔 생각하며 숲을 걷는다. 한번 만나봤으면 좋겠다고. 만나면 “심봤다!” 외치는 산삼 말이다. 

그런 필자에게 ‘혹시?’ 하다가도 ‘설마’가 ‘역시’가 되는 나무가 하나 있다. 삼은 아무리 약효가 뛰어나고 오래 산다 해도 여러 해를 사는 풀이지 나무는 아니다. 어릴 때 새 잎이 트는 모습을 보면 삼과 비슷한 모습을 가진 나무가 있다. 그러니 만나고 싶은 마음이 커진 요즘엔 아쉬움이 들게 하는 나무가 되고 말았다. 바로 ‘오갈피나무’다. 

오갈피나무의 어린나무는 봄이 되어 새잎이 나올 때 다섯 개의 잎을 손바닥처럼 활짝 펼치며 나오는데, 그 모습이 삼 잎과 닮았다. 오갈피나무 잎이 더 반짝거리고 야들야들해 보이는 느낌이 다르다면 다를까 정말 닮았다. 그래서 필자가 생각해낸 구별법은 잎 밑 부분을 보는 것이다. 오갈피나무는 잎자루 끝이 갈색 나무줄기에 닿아 있어 풀인 삼과 구별할 수 있다. 그렇게 두근거리는 심장을 가라앉힌 게 몇 번인지. 그래서 오갈피나무보고 절한다는 말이 있나 보다. 섣불리 김칫국부터 마신 게 필자만이 아니었으리라. 

오갈피나무는 오가피나무라고 하는데, 잎이 다섯 개씩 모여 자라고 껍질의 효용가치가 높아 그런 이름이 붙었다. 오갈피나무는 뿌리, 줄기, 잎, 열매까지 거의 모든 부분이 약재로 쓰이는데, 잎과 열매는 음식 재료로도 쓰인다. 오갈피나무가 속한 두릅나무과에는 두릅나무, 오갈피나무, 황칠나무, 음나무, 독활, 삼 등이 있는데 음식이나 약재로 유명한 풀과 나무들이 많다. 그러다보니 숲에서 자생하는 경우도 있지만 마을에서 심어 기르는 경우가 더 많다.

봄에 나는 부드러운 새잎을 나물로 먹는다. 같은 두릅나무과인 두릅나물이나 개두릅이라고도 부르는 음나무순, 그리고 오갈피나무 순을 비슷한 방법으로 나물로 먹는데, 두릅나물에 비해 음나무나 오갈피순은 쓴맛이 강해 살짝 데친 뒤 찬물에 담가 잠시 우려먹으면 부드러우면서 향긋하게 먹을 수 있다. 물론 오히려 몸에 좋다며 쓴맛을 즐기는 사람은 생으로 쌈을 싸서 먹기도 한다. 장아찌나 튀김으로도 먹고 곤드레나물처럼 밥에 섞어 먹기도 하는데, 이를 ‘오가반’이라고 부른다. 요즘엔 찻잎을 덖어 차로 마시기도 한다. 

사실 오갈피나무보다 더 유명한 나무가 가시오갈피나무다. 역시 가시오가피나무라고도 하는데 가시가 몇 개 없는 오갈피나무에 비해 가시오갈피나무는 바늘처럼 가늘고 긴 가시들이 줄기에 촘촘히 나 있다. 옛날 구 소련에서 가시오갈피나무가 산삼에 버금가는 좋은 성분을 가지고 있다고 발표한 뒤부터 많은 사람들의 주목을 받았다. 현대에도 약, 음료 등 여러 가지 형태로 사랑받고 있다. 가시오갈피가 주로 북쪽 지역에 사는 것과 다르게 오갈피나무는 우리나라 전국에 분포하고 있으며 주로 산 골짜기에 난다.

가을이면 볼 수 있는 독특한 모양의 열매도 재미있다. 오갈피나무 꽃은 여름에 피는데, 작은 여러 송이가 동그란 공 모양으로 모여 펴서는 가을에 하나하나 길쭉한 계란 모양의 작은 열매가 돼 촘촘히 모여 검은 공 모양으로 뭉쳐 달린다. 만화에서 나오는 도깨비방망이 같기도, 무서운 철퇴 같기도 하다. 이것으로 술을 빚기도 한다. 몸에 좋다는 말을 듣고 필자는 설탕에 재워 청을 만들어 지인들에게 선물하기도 했다. 열매는 놔두면 겨울 내내 새들의 좋은 먹이가 된다.

필자의 집 뒷마당엔 정오 무렵부터 서너 시간 동안만 햇살과 그 외 그늘이 있어 잘 자라는 작은 나물 밭이 있고, 그 한가운데 장이 담긴 항아리들이 모여 있는 장독대가 있다. 장독대 가는 길에 꼭 걸리적거리는 나무가 있어 베어버렸는데 나중에 보니 하필이면 오갈피나무였다. 다행히 다음 해에 새로 싹이 나오고 언제 그랬냐는 듯이 새 가지가 높게 뻗어 처음과 같은 모양이 됐다. 생명력이 강한 나무다. 그 후로 봄이면 새로 나오는 잎을 따서 나물로 무쳐 먹는데 쌉싸름한 맛이 기가 막힌다. 조금 커진 잎은 장아찌를 담가 고기 먹을 때 곁들이니 아이들도 좋아한다. 멀리 있는 산해진미보다 내 손에 닿는 나물 반찬이 더 맛나지 않겠는가. 겨울이 시작되자마자 예민한 기관지가 반응을 한다. 멀리 있는 산삼을 기다리느니 가까이 있는 오갈피나무 껍질이라도 다려 따끈한 차로 달래 보련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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