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내가 좋아서 하는 일/나무칼럼-용인시민신문

홍시도 좋고 곶감도 좋아라! 감나무

by 늘품산벗 2021. 7. 29.
  •  입력 2019.12.10 17:29

 

 

겨울이 시작되자마자 고뿔에 걸려 20일 이상을 고생했다. 심한 코막힘으로 두통까지 와서 아무 일도 할 수 없다가 다 나아갈 즈음 과일이 먹고 싶어졌다. 마침 집에 있던 단감을 깎아 먹고 나니 개운해지고 몸이 가벼워지는 느낌이 들었다. 역시 과일은 몸에 생기를 돌게 해준다. 

감은 가을에서 겨울로 넘어가며 달달함으로 우리를 행복하게 해주는 과일이다. 가을엔 달콤하면서 사각거리는 단감을 맛보고, 겨울이 되면서 말랑말랑한 홍시가 나오고, 긴긴 겨울밤 쫄깃쫄깃한 곶감이 단맛의 끝을 보여준다. 옛이야기 속에서 호랑이보다 더 강력한 과일이라고 입증되지 않았던가. 이외에 수정과에도 넣고, 감식초도 만드는 감은 여러모로 매력적인 과일이다. 

감나무에 달리는 열매인 감은 모양과 맛이 사뭇 달라 여러 가지 이름으로 불린다. 단감, 연시, 홍시, 반시, 대봉, 곶감. 이렇게 많은 이름을 갖고 있는 열매가 또 있을까? 마치 명태, 생태, 북어, 황태. 코다리, 노가리 등 여러 이름을 갖고 있는 명태처럼 과일계의 명태다. 

모양, 먹는 시기와 방법, 맛도 다르지만 공통적으로 잘 익은 감은 달다. 곶감은 마르면 마를수록 단맛이 분으로 빠져나와 하얗게 변하기까지 한다. 예전엔 이 하얀 분을 모아 음식의 감미료로도 사용했다고 한다. 이렇게 맛난 감을 무턱대고 귤 까먹듯이 먹어버리면 큰 코 다친다. 감에는 디오스프린이라는 탄닌 성분이 있어 많이 먹게 되면 변비가 생긴다. 실제로 필자의 지인도 맛있다고 하루에 몇 개씩 과하게 먹다가 탈이 나서 병원까지 가야 했다. 역으로 식이섬유가 많아 장에 좋다고도 하니 아이러니하다. 욕심 부리지 말고 적당히 먹으라고 하는 감나무의 충고 같다. 

 

이 충고를 잘 받아들였던 우리 조상님들은 까치밥이라 해서 감을 다 따지 않고 몇 개를 남겨놓아 새들에게 돌아갈 열매를 남겨뒀다. 그런데 달리 생각하면, 까치밥은 보통 높은 가지 위에 달린 감을 더 이상 따지 않고 남겨두는 것인데, 감나무는 가지가 약하다 보니 잘 부러져 사람이 올라가 딸 수도 없어 너무 높이 달린 것은 기분 좋게 포기하라는 뜻일 것이다. 오죽하면 감나무에서 떨어지면 3년 내에 죽거나 중상을 입는다는 속설을 만들 정도로 감나무에 올라가는 것을 경고하는 가르침이 있다. 그래서 감은 대개 커다란 장대를 가지고 높이 뻗어서 딴다. 

 

감을 먹다 보면 나오는 씨앗 모양이 감마다 다르게 생겼다. 대체로 납작한 물방울 모양처럼 한쪽은 뾰족하고 다른 한쪽은 둥글게 생겼는데 단감 씨앗은 통통한 물방울처럼, 홍시는 홀쭉한 물방울처럼 생겼다. 통통한 감 씨는 힘을 잘 줘 콕 깨물면 둘로 쪼개지는데 그 안에 작은 싹이 들어있다. 아주 귀엽다. 어렸을 때부터 자주 했던 놀이로 언제 봐도 예쁘다. 생명의 신비라 할까! 씨앗에 나무가 들어있다는 것을 실감할 수 있다. 


 

감나무 씨 안에 드어 있는 싹. 너무 예쁘다

 

감나무는 유전학적으로 참 특이한 나무다. 크고 맛난 감을 먹었다고 해서 그 씨앗을 심어도 그와 같은 감이 나오지 않고 작고 볼품없는 감이 달린다. 오래전 조상들은 그 사실을 알아내고는 땅에서 자라고 있는 감나무나 고욤나무 줄기에 크고 맛있는 감이 달리는 감나무 가지를 접붙이는 방법으로 맛난 열매를 이어왔다. 고려시대 책에서도 나오는 것으로 봐선 그 이전부터 써온 방법임을 알 수 있다. 이러한 방법을 통해 다양한 감나무들을 만들어낼 수 있었다. 우리나라에 살던 재래종 감나무는 작고 떫은 감이 달리는 종으로 홍시가 돼야 먹을 수 있었는데, 일본에서 단감 종류가 들어오면서 다양한 감나무가 재배됐다. 상황이 이렇다 보니 숲에서는 고욤나무를 볼 수 있고 감나무는 마을 집 근처에서나 볼 수 있다. 

감나무는 해거리라 해서 한 해씩 걸러 열매가 많이 달리거나 적게 달리거나 하는 것이 있는데 이와 관련한 재미난 풍습이 있다. 까치설날에 두 사람이 한 조가 돼 감나무를 향해서 한 사람이 “열릴 테냐 안 열릴 테냐, 열리지 않으면 베어버릴 테다” 하면서 낫이나 도끼로 나무껍질에 상처를 내고, 다른 한 사람이 “열리겠나이다. 열리겠나이다” 하며 감나무를 대신해 대답하면서 상처에 팥죽을 뿌려준다. 때로는 뿌리 부근에 소금을 뿌리는 일도 있는데 이런 풍습이 해거리를 해결해준다고 믿었다. 

감나무는 따듯한 지역에서 잘 자란다. 그래서 경상도와 전라도 충청도에서는 감나무를 쉽게 볼 수 있다. 하지만 우리가 살고 있는 용인은 어느 곳에서는 감나무가 자라고 또 어느 곳에서는 추워서 감나무가 자라지 못하는 경우가 있다. 그래서 감나무가 자라는 곳이 햇볕이 잘 들고 따듯한 곳이라는 것을 알 수 있다. 

열매는 물론이고 감나무 잎에도 비타민이 많아 차로 사랑받는다. 감잎차라 해서 겨울철 감기 예방에 좋다. 필자의 아들이 어렸을 적 아토피가 심해 피부가 많이 건조할 때, 올리브유와 함께 감잎차 우려낸 것을 섞어 온몸에 로션처럼 발라주었던 기억이 있다. 감잎차도 좋고 단감, 홍시, 곶감도 좋다. 맛난 감 많이 먹고 건강하게 겨울을 났으면 좋겠다. 고뿔은 정말 싫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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