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내가 좋아서 하는 일/생태칼럼-용인시민신문

크기별로 대·중·소? 백로 식구들

by 늘품산벗 2021. 7. 27.
  •  입력 2021.07.27 11:10

 

몇 년 전까지만 해도 필자가 살고 있는 처인구 원삼면은 백로들을 좋아하는 사람들에게 있어 성지와 같은 곳이었다. ‘우리 용인에도 이렇게 큰 백로 서식지가 있다니’ 하며 찾아오는 사람들 모두 탄성을 질렀던 때가 있었다. 잣나무 수십여 그루에 한 그루당 대여섯 채의 둥지가 마치 아파트마냥 위 아래로 자리 잡고 있었다. 커다란 백로 둥지 마을이었다. 당연히 필자도 때 되면 찾아가 사람들과 함께 백로 둥지를 구경하고, 알에서 깨어 뽀얀 솜털 날리는 어린 백로 새끼들을 바라보는 황홀한 경험을 했다. 가끔 황로도 섞여있어 백로와 황로에 대해 구별도 하며 사람들과 공유하는 즐거움이 있었다.

 

그러던 어느 해 갑자기 단 한 마리도 그곳에 둥지를 틀지 않았다. 정말 갑작스럽게 모두 사라져버렸다. 마치 공포영화의 한 장면처럼 흔적만 있을 뿐 단 한 마리도 볼 수 없었다. 정말 갑작스럽게. ‘올해만 그런가? 무슨 일 있나? 조금 더 기다려야 하나?’ 했지만 그 다음해가 되어도 또 그 다음해에도, 지금까지도 이제 그곳은 백로가 더 이상 찾아오지 않았다. 도대체 왜 이런 일이 벌어진 것일까? 그저 주변의 거대한 송전탑, 고속도로 건설현장이 멀지않은 곳에 있어 그 영향인가? 추측할 뿐이다. 원인도 밝혀지지 않은 채 그렇게 백로 번식지, 둥지마을은 사라졌다.

 

큰 둥지마을만 없어졌을 뿐이지 백로가 사라진 건 아니라서 주변 저수지나 하천, 그리고 논에서 여전히 백로를 볼 수 있는 건 다행이다. 백로는 말 그대로 온 몸이 흰색 깃털로 덮혀 있다. 털이 없는 눈과 부리 그리고 다리에만 색이 있다. 이에 반해 왜가리는 흰색, 회색, 검정색 깃털이 있다. 이외에 학이니 황새니 하는 새들은 몸에, 머리에, 날개 끝에 색깔이 있는 깃털이 난다. 그래서 온통 하얀 백로와 구분이 된다. 아무것도 없이 온몸이 하얀 깃털이면 그게 백로다.

 

백로들은 주로 논이나 하천, 저수지, 호수 등 습지 근처에서 살며 먹이활동을 한다. 하천이나 논에 들어가 물고기나 개구리, 올챙이, 곤충류 등을 잡아먹는다. 그 외 시간엔 나무 위에 올라가 있는 모습을 자주 볼 수 있다.

 

농사를 짓느라 바빴을까? 조상님들이 논에 찾아오는 백로들에게 이름을 좀 성의 없이 너무 건성으로 지어준 듯하다. 아니면 그것이 가장 큰 구분점이었던 걸까? 단순히 몸집 크기에 맞추어 대·중·소로 구분해버렸다. 가장 큰 백로를 대백로, 가장 작은 백로를 쇠(소)백로, 그리고 중간은 중백로라 한다. 그런데 중백로보다 크고, 대백로보다 작은 녀석이 나타났다. 난감했다. 그렇다고 크기의 기준에서 벗어난 이름을 지을 수 없었다. 그래서 지어진 이름이 중대백로, 참 거시기하다.

 

그렇다면 이들이 우리가 구분하기 편하게 한꺼번에 나타나 서로 키 재기를 하고 있는 것도 아닐 텐데 어떻게 대·중·소를 알아볼 수 있을까? 다행히 백로들 중에는 철새가 있다. 그래서 특정한 계절에만 우리나라를 찾아온다.

대백로는 겨울철새다. 늦가을에 우리나라에 와서 겨울을 나고 봄이 되면 왔던 곳으로 되돌아가는데, 겨울 물가에서 몸집이 엄청 큰 백로를 보게 되면 대부분 대백로다. 그런데 가끔 중대백로가 겨울철새로 오는 경우도 있다. 이때 더 큰 쪽이 대백로이고, 조금 작은 쪽이 중대백로다. 그런데 살다보면 못 먹어서 작은 대백로도 있을 수 있고, 잘 먹어서 큰 중대백로도 있을 것이다. 그래서 둘을 확실하게 구분하는 구분점은 다리다. 다리가 온통 까만색이면 중대백로, 다리 위쪽이 흐린 노란색이거나 주황색으로 보이면 대백로이다. 대백로가 더 흔하다.

 

 

그런데 대부분의 중대백로는 중백로와 함께 여름에 우리나라에서 번식하기 위해 찾아오는 여름철새이다. 이 둘의 구분점은 부리다. 부리 앞부분은 둘 다 검은색인데, 눈 밑에서 시작하는 부리 안쪽과 일부가 중대백로는 초록색을 띠고, 중백로는 노란색이다. 크기도 차이가 있어 중대백로보다 중백로가 많이 작다.

 

중백로보다 더 작은 쇠백로도 있다. 쇠는 작다는 뜻의 소가 변해 쇠백로인데, 중백로보다 약간 작아 구분이 어렵다. 하지만 발을 보면 금방 알 수 있다. 백로들이 대부분 까만색 다리 밑에 까만 발을 갖고 있는데, 쇠백로만 깜찍하게 노란색이다. 날아갈 때 보면 노란 발이 눈에 확 띤다. 아이들이 노란 장화를 신었다고 놀려댄다. 작은 쇠백로에게 노란 장화가 잘 어울린다. 쇠백로는 여름철새로 찾아오기도 하지만 텃새로 이 땅에서 계속 살아가는 개체가 많아 사계절 쉽게 보인다.

 

쇠백로보다 약간 작은 크기로 머리가 노랗게 보이는 황로도 있다. 황로도 여름철새로 봄에 와서 가을에 가는데 백로들과 함께 어울려 있다. 모두 하얀데 혼자 노랑브릿지 한 것 같은 개성 있는 황로다. 일년 논농사를 짓기 위해 모내기 전 논을 갈아엎을 때, 트랙터 뒤에 졸졸 따라다니는 쇠백로와 황로들이 떠오른다. 정말 귀여운 풍경이다.

 

세상은 온통 혼란과 고통 속에 힘겨운 나날을 보내고 있건만 푸르름 속에 하얀 백로들의 모습은 대조적으로 평화롭다. 언젠가 다시 백로들이 돌아오기를 바라며, 어디선가 잘 살고 있을 백로들을 향해 짝사랑의 마음을 담아 보낸다.

 

백로들의 둥지. 아파트처럼 위아래로 산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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