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내가 좋아서 하는 일/나무칼럼-용인시민신문

하얀 목련은 다시 피어나고

by 늘품산벗 2021. 7. 13.
  •  입력 2017.04.10 10:06

 

누구에게나 인생의 노래가 하나쯤은 있다. 기분이 울적할 때면 생각나고, 깊은 밤 고요함 속에 생각나고, 누구를 떠올리면 그 노래가 생각난다. 아는 우 모씨(굳이 이렇게 밝혀 달라 했기에)는 봄이 되면 생각나는 노래가 있는데 군대에서 처음 들었다고 한다. 최전방에서 군복무를 하며 남과 북의 긴장상태 속에서도 풀숲에 누워 하늘을 바라볼 낭만을 느낄 수 있는 청년 시절 대북방송을 통해 흘러나온 노래가 양희은의 ‘하얀 목련’이었다. 노래를 듣는 순간 그 왠지 모를 쓸쓸함에 가슴이 미어졌고, 그것이 봄이 오면 생각나는 인생의 노래가 됐다.

 

올해도 봄은 찾아왔고 봄꽃들은 하나둘씩 피어나고 있다. 목련은 많은 사람들이 좋아하는 꽃이라 주변에서 쉽게 볼 수 있다. 봄이 오면 잎보다 꽃이 먼저 피는 목련과 백목련, 잎이 나온 후 초여름에 꽃이 피는 산목련과 일본목련이 있다. 산목련은 엄연한 식물 이름으로 함박꽃나무라고도 부르는데 남쪽지방의 깊은 산에 많이 산다. 산에 있는 목련이라고 다 산목련이라 부르면 안 된다는 말이다. 일본목련은 이름에서 알 수 있듯이 일본에서 온 목련나무인데 겨울눈이 아주 크고 길쭉하며 잎 또한 그러해 숲에서 쉽게 구별이 된다. 또 흰색이 아닌 자주색 꽃이 피는 자목련과 겉은 자주색인데 안은 흰색인 꽃잎이 달리는 자주목련도 있다. 또 꽃잎이 십여 장이 돼 별처럼 보이는 별목련도 있다. 이 중 목련과 산목련만이 우리나라에 자생한다.

 

대부분의 사람들은 백목련을 보며 목련이라 여긴다. 둘 다 흰색이지만 백목련이 오히려 약간 노란빛을 띄는 흰색이다. 목련은 우리 산하에 자생하는 반면 백목련은 중국이 원산이고 대부분 공원이나 정원에서 심어 가꾼다. 목련은 꽃잎이 여섯 내지 아홉 장으로 백목련에 비해 가늘고 긴데 꽃잎 아래쪽에 붉은 선 무늬가 보이며 아래로 늘어진다. 백목련은 6개의 꽃잎과 그와 똑같이 생긴 3장의 꽃받침으로 마치 꽃잎이 9장처럼 보이며 활짝 피어도 아래쪽이 벌어지지 않는다. 백목련과 함께 많이 기르고 있는 자목련도 중국 원산이다. 꽃을 좋아하는 개인의 취향을 뭐라 할 수는 없겠지만 그래도 우리 꽃 우리 나무가 점점 뒷방으로 밀려나는 것을 보며 맘이 편치 않다.

 

목련들의 열매는 각각 독특한 모양을 하고 있기로 유명한데 씨앗이 열매에서 떨어져 나올 때 가느다란 실을 달고 나와 늘어지며 바람을 타고 멀리 이동한다는 공통점이 있다. 목련 가지에서는 꽃만큼이나 진한 향기가 난다. 그래서 여름철 장마가 길어 집안에 습기가 가득하면 목련가지로 불을 떼어 나쁜 냄새와 함께 습기를 없애기도 했다. 목련의 좋은 향기에 병마가 쫓겨 간다는 벽사 신앙으로 집집마다 장마가 닥치기 전에 으레 목련나무로 된 장작을 준비했다고 한다.

 

‘하얀 목련이 필 때면 다시 생각나는 사람 / 봄비 내린 거리마다 슬픈 그대 뒷모습 / 하얀 눈이 내리던 어느 날 우리 따스한 기억들 / 언제까지 내 사랑이어라 내 사랑이어라 / 거리엔 다정한 연인들 혼자서 걷는 외로운 나 / 아름다운 사랑 얘기를 잊을 수 있을까 / 그대 떠난 봄처럼 다시 목련은 피어나고 / 아픈 가슴 빈 자리엔 하얀 목련이 진다.’

양희은은 과거 난소암 선고를 받은 뒤 이 노래를 만들었다고 한다. 어느 날 친구에게 편지가 왔는데, ‘오늘 너와 똑같은 병으로 세상을 뜬 사람의 장례식장에 다녀왔다. 잘 살고 있니? 싸워서 이겨’라는 내용으로 편지를 보내왔단다. 편지를 읽으며 감정을 녹여 이 노래를 만들었다고 한다. 왜 하필 하얀 목련이었을까? 꽃이 활짝 피어있는 목련나무는 보는 이로 하여금 따듯하고 화사한 기분을 갖게 한다. 활짝 핀 나뭇가지 아래에서 연인과 사랑을 나누고 싶어질 것이다. 그런데 사랑하는 사람을 떠나보내고 혼자 보는 하얀 목련은 그 화려함에 쓸쓸함과 외로움의 감정이 북받쳐오지 않을까? 오늘따라 봄비도 내리고 노래 가사는 입안에서 계속 맴돈다.

 

목련은 공룡이 살던 시대 화석에도 발견되는 아주 오랫동안 살아온 나무다. 각종 자료에는 제주도와 남쪽 섬에 자생한다고 하는 목련이 용인 숲에서도 심심치 않게 발견된다. 필자가 살고 있는 처인구 원삼의 구봉산에서도 많은 목련나무를 볼 수 있어 반갑다. 매번 구봉산에 오르며 목련나무가 있음을 확인했지만 아직 한 번도 꽃을 본 적은 없다. 목련은 백목련보다 보름쯤 일찍 꽃망울이 터져 더욱 빨리 봄을 알려준다 하니 서둘러야겠다. 동네에 백목련이 피기 전에 숲으로 목련을 만나러 가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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