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4년 9월
처음 용인시민신문에서 생태칼럼을 써달라는 부탁(?)을 받고 같이 일하던 동료들과 번갈아 쓰기로 했다. 글재주가 많지는 않지만 사람들과 내가 알고 있는 것들을 나누고 이야기하는 것을 좋아하는 성격에 대뜸 하기로 해놓고는 걱정이 많았던게 사실이다.
'하다가 힘들거나 나의 능력이 미치지 못하게 되면 그땐 그만둔다 해야지~~' 마음을 먹고 시작한 게 벌써 7년이 되었다. 그 사이 같이 글을 쓰던 동료들은 바뀌었고, 식물수다에서 나무이야기로, 그리고 지금은 자연산책이란 이름으로 연재코너의 이름도 바뀌었다.
다시 그 처음 글을 블로그에 올리며 초심을 생각해보자.
우리 주변의 풀과 나무에 대한수다한판을 벌이며
신승희(생태환경교육협동조합 숲과들)
우리 주변 풀과 나무에 대한 수다 한판을 벌이려 한다. 이 특별한 이야기를 특별하지 않게 넌지시 던져볼 양이다.
필자는 사람들이 식물에 대한 이야기를 어디서나 누구와도 쉽게 스스럼없이 하기를 바란다. 어젯밤 멋진 조인성의 얼굴을 떠올리며 드라마 이야기를 하듯, 사고 싶은 가방 디자인을 이야기하며 행복한 미소를 짓듯, 날 닮아 똑똑하고 착한 아들 이야기를 자랑 아니게 은근슬쩍 하듯, 쉽게 나무 이야기를 하고 풀 이야기하기를 바란다. 그렇게 풀과 나무가 우리 일상에 가까워지기를 바란다.
어린 시절 풀과 나무와 놀았던 추억 꾸러미를 풀어보면 누구에게나 재미있고 정겨운 사연이 있기 마련이다.
외갓집에 놀러가 처음 서리를 하게 된 것은 노란 참외, 숲에서 폭신폭신하게 무수히 쌓아놓고 침대며 의자라며 뒹굴었던 참나무 낙엽들, 수레가 지나간 길을 표시하듯 나란히 나란히 줄지어 자랐던 오솔길의 긴 풀들. 머리를 땋듯이 조랑조랑 따놓기도 하고 양쪽에서 한주먹씩 잡아 엮어 놓으면 지나가던 친구들이 발에 걸려 넘어지는 모습을 보고 배꼽 잡으며 웃던 일. 배고파서 심심해서 따먹었던 향긋한 진달래 꽃잎과 새콤한 며느리배꼽 잎들. 이름은 몰랐지만 수많은 풀들 속에 파묻혀 있어도 난 서슴없이 찾아내 따 먹을 줄 알았다.
두근두근 심장 떨리며 흥미진진하게 보았던 영화이야기를 하듯 식물에 대한 추억영화를 수다로 만들어보자. 입꼬리가 자신도 모르게 올라가버리는 행복한 순간들이 슬라이드로 펼쳐질 것이다.
풀과 나무는 우리 생각보다 똑똑하다. 단순하기만 할 것 같은 그들의 삶에도 치열한 전략이 숨어있다. 그들의 은밀한 사생활을 엿보며 그 속에서 우주의 진리를 찾아 복잡한 우리네 삶을 정리해주는 지혜를 배워보자. ‘자연이야말로 가장 위대한 스승’이라는 말이 얼마나 당연한 말인가를 깨닫게 되리라.
‘아낌없이 주는 나무’란 책에서처럼 나이 들어 돌아와 그저 뭘 달라 손 내밀 줄 밖에 모르는 염치없는 사람이 되기 전에 우리가 꼭 알아야 할 우리 주변의 나무와 풀들에 대해 서로의 경험과 지혜를 모아 수다 한판을 벌여보려 한다.
- 기자명 신승희
- 입력 2014.09.01 10:5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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