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글쓰기/생태 이야기51

지네와 아토피의 연결고리 2022.08.30바쁘게 살아가는 일상 속에서 잠깐 틈이 생길 때, 무엇을 할까 하다가 노트북을 열고 내 파일상자를 뒤진다. 평소엔 수많은 사진과 파일들을 딴 곳에 흘리지 않고 이 상자 속에 쌓아두고 모아 놓는 것에 만족하다가 이렇게 틈틈이 시간이 날 때면 다시 하나하나 해당 폴더로 분리하는 작업을 한다.며칠 전 사진 정리를 하다가 동영상 하나가 나왔다. 10초 정도 되는 아주 짧은 영상이었는데, 예전에 처인구 이동읍 천리에 있는 신원저수지 둘레길에 갔다가 찍은 왕지네 사진이었다.지네 영상을 보고, 내친김에 자막도 깔고 편집도 해서 유튜브 채널에 올렸다. 예전부터 이렇게 틈틈이 찍어 논 영상들을 올려놓곤 했다. ‘예리한 산책’이라 해서 필자만의 독특한 눈으로 호기심 있게 바라본 주변 자연에 대한 동영상을.. 2025. 2. 28.
광교산 숲세권 누리기 2023.04.28‘숲세권’이란 말의 정확한 뜻이 궁금해 검색해보니 그런 말이 사전에 정말 있었다. 숲세권(숲勢圈), 숩쎄꿘이라 발음하며 숲이나 산이 인접해 있어 자연 친화적이고 쾌적한 환경에서 생활할 수 있는 주거 지역이라고 나온다.어떻게 이런 말이 국어사전에 있을까 자세히 보니 ‘우리말샘’이란 사전에 있는 것이고, 다시 우리말샘이 무엇일까 찾아보니 국립국어원이 운영하는 누리집으로 함께 만들고 모두 누리는 우리말 사전이라 한다.아하. 요즘 워낙 새롭게 만들어지는 말이 많다 보니 이렇게 집단지성의 힘을 모아 단어의 뜻을 정하는 그런 공개된 사전인 셈이다.요즘 필자는 숲세권에 산다. 건물의 현관문을 열고 나가면 바로 광교산으로 올라가는 계단이다. 그러다 보니 숲에 가는 것을 마음먹기가 예전보다 훨씬 쉬워졌.. 2025. 2. 28.
우리 동네에 ‘반딧불이’가 산다 2023.06.30용인시 처인구 원삼면 작은 시골 마을에 이사온지 얼마 되지 않았을 때 일이다. 거실 창 방충망에 뭔가 반짝하는 게 날아와 앉았다. 뭐지? 세상에, 반딧불이었다. 아무리 시골 마을이지만 동네 한가운데 자리 잡은 필자 집에 찾아온 반딧불이가 너무나 반가웠다. 반딧불이를 처음 보는 필자는 신기해 가까이 다가갔다. 그러자 이내 ‘포르르’하고 날아가 버렸다. 비록 한 마리였지만 ‘우리 동네에 반딧불이가 사는 구나’ 하는 사실을 확인한 순간이었다. 참 기뻤다. 그렇게 반딧불이와 첫 인연이 생겼다.시간이 흘러 2018년 원삼면의 한 체험농장에서 연락이 왔다. 농장에 반딧불이가 많이 나오는데 사람들에게 강의해 줄 수 있느냐는 부탁이었다. 기꺼이 사람들에게 반딧불이에 대해 이야기해 주고 함께 반딧불이를.. 2025. 2. 28.
두꺼비와의 교통사고, 그리고 길 잃은 매미 애벌레 2023.08.07올해 7월 날씨 예보는 긴 장마와 폭염이었다. 아니나 다를까 지겹게도 비가 내렸고 틈틈이 햇살은 따갑게 내리쬐었다. 글을 쓰는 오늘(7월 26일) 기상청은 장마가 끝났다고 발표했다. 그러면서도 아직 여지는 남아있을 수 있다고 덧붙였다.그럴 수 있지. 어디 요즘 날씨를 확신할 수 있던가? 기상청 잘못이 아니라고 생각한다. 뻔하게 분석하며 예보할 수 있었던 기후시스템이 아닌 지 오래다. 오랜 시간 동안 계속되어온 습관 같던 기후가 어느 날 갑자기 달라져 훅 들어오던 게 비일비재해졌다. 말 그대로 기후 변화가 일어났다. 누구나 알고 있듯 대기에 뿜어져 나온 온실가스의 과다 공급으로 지구의 기온은 올라갔고, 이 변화가 전체 지구 기후시스템의 균형을 깨뜨려버렸다. 시시때때로 이젠 더 자주 기후재.. 2025. 2. 28.
겨울 어떻게 보낼까? 입력 2024.01.05 08:55 유난히 추위에 약한 필자는 겨울이 오는 것이 두렵다. 예쁘게 내리는 눈도 따듯한 실내에서 창문을 통해 보는 것이 좋을 뿐 굳이 나가서 차가운 눈을 만져보려 하지 않는다. 온도변화에도 극히 민감해 따듯한 실내에서 추운 실외로 나가면 온몸이 떨려온다. 특히 상체 부분이 급격히 추워 잔뜩 웅크린 자세를 취하게 되고, ‘갈비뼈가 부서질 것 같다’고 말하는 것이 입버릇이 되었다. 아무튼 겨울은 좀 힘든 계절이다. 그나마 인간에게는 따듯하게 난방이 되는 실내 공간이 있어 겨울에도 춥지 않게 지낼 수 있지만, 야생의 동물들은 추운 겨울을 어떻게 보낼까? 겨울을 혹독한 시련의 계절이라고 하는데, ‘잘 버틸 수 있는 방법이 있을까?’에 대한 이야기를 해보려고 한다. 누구에게 겨울은 반.. 2024. 3. 1.
어떻게 해서라도 멀리 떠나려는 씨앗들 입력 2023.12.01 09:10 요즘 아이들을 만나면 열매 이야기에 바쁘다. 가을이 겨울로 넘어가는 요즘은 각종 열매들과 씨앗들이 서로 자기 얘기를 해달라며 존재감을 드러내고 있기에 그 이야기만 하더라도 한두 시간이 후딱 지나간다. 칠엽수 열매는 감촉이 매끈매끈하고 단단해 갖고 놀기에 좋다. 먼저 굴러가는 열매 이야기로 시작한다. 가장 만만한 게 칠엽수 열매이다. 도토리도 있지만, 작고 또 너무 잘 굴러가 잃어버리기 십상이다. 칠엽수 열매는 크기가 아이들이 손에 쥐기에 적당하고, 감촉도 매끈매끈하고 단단하여 갖고 놀기에 딱 좋다. 요즘 어느 드라마에서 다른 이름인 ‘마로니에 열매’로 나와 유명하다. 밤과 비슷하게 생겼는데 먹으면 배가 아프고 열이 나며, 독성분이 있어 건강에 안 좋은 열매라고 얘기되고.. 2024. 3. 1.
예쁨 뒤에 숨어있는 욕심, 미국쑥부쟁이와 서양등골나물 입력 2023.10.27 08:50 아주 화려하게 무리 지어 핀 모습을 보면 장관이다. 유채꽃밭, 메밀꽃밭 부럽지 않을 만큼 예쁘다. 하나하나 들여다봐도 예쁘다. 그런데 이렇게 예쁜 것을 보며 마냥 흐뭇한 미소를 지을 수 없다. 예쁨 뒤에 숨어있는 욕심 때문이다. 미국쑥부쟁이 요즘 숲과 들, 길가, 마을 공터 가리지 않고 하얗게 무리 지어 핀 미국쑥부쟁이와 서양등골나물 이야기다. 이름에서 알 수 있듯이 미국쑥부쟁이는 미국에서 온 쑥부쟁이고, 서양등골나물은 서양에서 온 등골나물이란 뜻이다. 이는 우리나라에 이미 쑥부쟁이가 있고, 등골나물이 있다는 것을 의미한다. 우리나라 쑥부쟁이는 국화과 식물로 대부분 가을에 보라색 꽃이 핀다. 진하고 엷은 차이는 있지만 다들 아름다운 보라색이다. 꽃은 우리가 들국화라고 .. 2024. 3. 1.
‘어떻게 될지 모른다’가 정답인 버섯 9월은 버섯을 보기 좋은 달이다. 물론 버섯은 일년 내내 볼 수 있다. 마트나 시장에 가면 통통하고 예쁜 뽀얀 버섯을 만날 수 있다. 양송이, 새송이, 표고, 느타리, 팽이, 노루궁뎅이, 목이, 영지, 상황버섯까지 정말 많은 버섯이 우리 밥상에, 때로는 약으로 찾아온다. 어렸을 때에는 그 독특한 냄새와 식감, 그리고 낯선 생김새 때문에 버섯을 그리 좋아하지 않았다. 그런데 어른이 되어가며 버섯의 독특함이 맛나게 느껴졌다. 그래서 애써 찾게 되고 관심도 많아졌다. 버섯에 대한 관심은 비단 식탁에서 그치지 않고 들로 숲으로 확장되었다. 예전에 20대 때 충북의 어느 산으로 등산을 간 적이 있다. 산에 올라갈 때에는 몰랐는데 내려와 보니 동네 할머니들께서 자판을 벌려 갖가지 농산물과 임산물을 팔고 계셨다. 그.. 2023. 9. 22.
작은 옹달샘에게 닥친 위기 숲세권이란 말을 써가며 집 앞에 광교산 자랑을 한지 두 주가 지나고 나서야 다시 광교산엘 올랐다. 그동안 뭐가 바쁜지 바로 앞에 두고도 못간 사이, 그렇게 도도하고 우아하게 피었던 철쭉들은 하나도 남김없이 사라져 버렸고, 초록의 짙어짐이 시간의 흐름을 말하고 있었다. 대신 아까시나무 꽃이 진한 향을 내뿜으며 존재감을 발휘하고 있었다. 마침 전날까지 비가 왔기에 공기는 맑았고, 갓 피어난 아까시꽃의 꿀은 너무나 달콤했다. 그 향기에 취해 숲으로 빨려들어가고 있었다. 어느덧 가장 좋아하는 길에 접어들었다. 숨어있는 작은 보물인 옹달샘의 도롱뇽 올챙이들을 만날 생각에 설레 걸음이 점점 빨라졌다. 모퉁이를 돌자 저기 옹달샘이 보였다. 그런데 ‘저 사람이 뭐하는 거지?’ 어떤 중년의 아주머니가 기다란 나무 막대기.. 2023. 5. 26.