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조선일보 유태종기자]
평범한 시골 마을이 ‘시네마 천국’으로 탈바꿈했다.
지난 13일 오후 7시 30분 충북 청원군 내수읍 비상초등학교(교장 전기현) 구내 식당. 어린이와 동네 주민 100여명이 모여 앉아 진지한 표정으로 ‘안녕, 형아’라는 제목의 영화를 관람했다. 줄거리는 사고뭉치 9살 한이가 형이 불치병에 걸린 줄도 모른 채 온갖 말썽을 피우다 형을 살리기 위해 애를 쓰는 등 진한 가족애를 발휘한다는 내용. 어린이들은 비슷한 나이의 주인공 한이의 깜찍한 연기에 박수를 치고, 가슴 뭉클한 장면이 나올 때면 눈시울을 적시기도 했다. 영화가 끝난 후에는 교내 운동장에서 어린이와 어른이 함께 어우러진 캠프파이어 행사를 열어 즐거운 시간을 보냈다.
이날 ‘미니 영화관’이 열리기까지는 이 학교 신성식(31) 교사의 숨은 노력이 큰 역할을 했다. 5년 전 첫 발령지로 이 곳에 부임한 신 교사는 전교생이라야 86명에 불과한 시골학교 어린이들과 주민들에게 뭔가 재미있고 신나는 볼거리를 찾아주기 위해 아이디어를 짜냈다. 농촌 지역인 탓에 영화 구경하기가 쉽지 않은 점에 착안, 매월 정기적으로 영화를 무료 상영해주는 ‘우리 동네 영화제’를 열기로 한 것.
영화 상영은 영화사 필름이 아니라 이미 개봉된 영화의 비디오 테이프가 사용된다. 비디오 상영에 필요한 장비는 학교에 보관중인 디지털 영상 기자재를 활용하기 때문에 별도로 드는 비용도 없다. 저작권 문제는 해당 영화사에 전화를 직접 걸어 구두로 허락을 받아 해결한다. “영화사들이 비영리 목적으로 시골 어린이와 주민들에게 상영해준다는 말을 하면 흔쾌히 승락한다”는 것이 신 교사의 설명이다.
첫 영화제는 지난 6월 비상리 마을 공터에서 열렸다. ‘웰컴투 동막골’을 상영한 이날 행사장엔 100여명이 찾아와 성황을 이뤘고, 이후 한 달에 한 차례 꼴로 ‘집으로’, ‘맨발의 기봉이’ 등 가족애를 바탕으로 한 영화를 선보여 호평을 받았다. 영화가 상영되는 마을 회관이나 공터에는 학교 어머니회 회원들이 나와 다과를 베풀고, 어린이들은 학교에서 배운 노래와 춤 등 장기자랑으로 어르신들을 즐겁게 해드린다.
신 교사는 “이제 ‘언제 영화를 보여주느냐’는 문의가 쇄도할 정도로 미니 영화제가 폭발적 인기를 끌고 있다”며 “무엇보다 지역주민 화합에 도움을 주고 있어 보람을 느낀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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