예전에 여름방학 때 시골 외갓집에 가면 기대되는 행사가 하나 있었습니다. 바로 연풍면 청년회가 주관하는 노래자랑 한마당이었지요. 초등학생이라 참가할 수는 없었지만 동네 사람 모두 모여 흥겨웁게 잔치를 벌이는 모습이 도시에서 자란 어린 나에겐 매우 흥미진진하고 대단한 일로 보였습니다.
이곳 죽산에서도 체육대회가 열렸습니다. 2년마다 한번씩 죽산면 사람들이 마을대항으로 체육대회를 한다고 합니다. 축구, 씨름, 2인삼각, 단체 줄넘기 등 ... 여러 종목으로 나누어 겨루었습니다.
제가 속한 마을은 죽산리 중부마을, 그러나 제가 친해진 사람들은 거의 동부마을이었습니다. 동부마을에 사는 언니가 단체 줄넘기에 같이 참여하자고 했으나 그래도 저는 중부마을이어서 할머니들한테 혼난다며 극구 사양했습니다. 아직 제 얼굴을 아는 사람들이 별로 없으니 괜찮다고 했지만 그래도 이 조그만 시골에서 밉보이면 안될것 같아 어쩔 수 없이 사양한 것입니다. 또 집에 날라온 쪽지에는 중부마을 체육회에서 조만간 가정방문을 할 예정이니 그때 참여할 종목을 정하자고 하였습니다. 그래서 처음 참여하는 체육대회에 기대가 많았습니다. 시골이다보니 할머니 할아버지들이 많고 젊은 사람들이 별로 없어 그래도 젊은 제가 참여할 기회가 많을 거라 생각하며 어떤 종목을 참여할까 고민도 하고 그랬습니다. 그런데.. 대회 당일까지 아무도 저희집에 찾아오질 않더군요. 흑흑 ..
그래서 전 유모차를 끌고 더운 날씨에 체육대회가 열리는 죽산중학교로 혼자 쓸쓸히 찾아갔습니다.
저기 운동장 한가운데에 죽산의 중심 중부마을.. 이란 플랭카드를 보며 찾아갔는데 이런.. 제가 아는 얼굴은 하나도 없더군요. 아이고.. 그래서 할 수 없이 동부마을로 찾아가 아는 언니에게 인사하고 그 언니 단체 줄넘기 하는 거 보고 그리고는 덥다는 날씨를 핑계삼아 집으로 돌아왔습니다.
처음 맞이하는 체육대회라 어린시절 노래자랑을 생각하며 기대도 많았는데 외지출신인 저에게는 아직 멀리있나 봅니다. 언제쯤 죽산이 절 푸근히 감싸줄가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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