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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무이야기4

열매만 예쁜 줄 알았더니 다재다능하네, 굴피나무 입력 2017.03.06 09:54 겨울 숲에 가면 다른 계절엔 보지 못했던 것들을 보게 되는 경우가 있다. 원래 있었던 것인데 화려한 꽃과 무성한 잎에 가려 보이지 않던 것들이 그들이 다 사라진 이제야 얼굴을 내밀며 ‘나 여기 있소’ 한다. 특히 굴피나무 열매가 그렇다. 여름부터 생겨 색깔만 변했을 뿐, 모양 그대로 가을을 넘기고 겨울이 돼서야 줄기에 홀로 오롯이 남아 아는 척을 한다. 굴피나무를 처음 본 것은 문수산(처인구 원삼면)이다. 정확히 하자면 나무가 아니라 바닥에 떨어져있던 열매와의 만남으로. 처음 봤을 때부터 완전히 매료됐다. 솔방울처럼 딱딱한 목질로 이뤄져있는데 정면으로 바라보면 타원의 길쭉함이 가운데를 향해 마치 끊임없이 반복되는 일러스트같은 것이 한 송이 꽃을 보듯 수학적으로 또, 조.. 2021. 7. 13.
물을 좋아하는 단단한 나무, ‘물박달나무’ 입력 2017.02.22 10:05 나무를 볼 때 대부분의 사람들은 꽃이나 열매를 본다. 다른 나무와 구별 하기에 가장 뚜렷하기 때문이다. 그런데 물박달나무만은 다르다. 이 나무를 알아보는 가장 쉬운 방법은 나무껍질을 보는 것이다. 굳이 고갤 들어 올려다보거나 나뭇잎 속에 숨어있는 꽃이나 열매를 찾아 숨바꼭질 할 필요 없이 편하게 눈높이의 나무줄기만 봐도 안다. 어린 시절 학교 다닐 때 청소시간에 허릴 굽혀 빗자루질을 할 적에 친구들 발만 봐도 누구인지 알아맞힐 수 있었다. 그런 필자를 친구들은 신기하다 말하며 함께 알아맞히기 놀이를 했는데 이 나무는 그런 느낌이다. 마치 나무줄기만 보이며 “내가 누구일까 알아맞혀봐” 하는 것 같다. 그런데 너무 쉽다. 물박달나무의 줄기는 껍질이 여러 겹으로 겹쳐져 있다.. 2021. 7. 10.
열매를 보고 알았네 ‘노박덩굴’ 입력 2017.01.18 11:34 노박덩굴을 처음 알게 된 건 겨울이었다. 집 근처 작은 산이 시작되는 언덕 아래 나무들 사이에서 주렁주렁 매달린 빨갛게 생긴 작은 열매들이 눈에 들어왔다. 자세히 보니 노란 껍질이 벌어져있고 그 안에 빨간 알맹이가 들어 있었다. 노랑과 빨강의 조합은 꽃이 아니더라도 눈에 띄는 색이다. 기다란 줄기에 잎도 하나 없이 열매만 다닥다닥 붙어 있는 모습은 마치 인위적으로 만든 조화 같았다. 한줄기 꺾어 집에 가져다 놓고 싶은 충동이 일만큼 깜찍하고 예뻤다. 노박덩굴은 우리나라 중남부지방 나지막한 산지에서 아주 흔하게 자라는 덩굴나무다. 이웃 나무를 감아 올라가거나 바위에 기대어 길이 10m 정도까지 뻗어 나간다. 햇빛을 좋아하기에 큰 나무들이 차지한 숲 안쪽으로는 들어가지 않.. 2021. 7. 10.
우리 주변의 풀과 나무에 대한수다한판을 벌이며 2014년 9월 처음 용인시민신문에서 생태칼럼을 써달라는 부탁(?)을 받고 같이 일하던 동료들과 번갈아 쓰기로 했다. 글재주가 많지는 않지만 사람들과 내가 알고 있는 것들을 나누고 이야기하는 것을 좋아하는 성격에 대뜸 하기로 해놓고는 걱정이 많았던게 사실이다. '하다가 힘들거나 나의 능력이 미치지 못하게 되면 그땐 그만둔다 해야지~~' 마음을 먹고 시작한 게 벌써 7년이 되었다. 그 사이 같이 글을 쓰던 동료들은 바뀌었고, 식물수다에서 나무이야기로, 그리고 지금은 자연산책이란 이름으로 연재코너의 이름도 바뀌었다. 다시 그 처음 글을 블로그에 올리며 초심을 생각해보자. 우리 주변의 풀과 나무에 대한수다한판을 벌이며 신승희(생태환경교육협동조합 숲과들) 우리 주변 풀과 나무에 대한 수다 한판을 벌이려 한다. .. 2021. 7. 1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