8월 3일 여름휴가를 맞아
때마침 어떻게 알고 발병한 무릎 반월상 연골판 파열로 인한 수술을 했다.
덕분에 남이 해주는 밥 먹으며, 일도 안하고, 식구들 챙기지도 않고, 집안일도 안하고, 미루었던 취미생활(글쓰기와 독서) 하며 편한(?) 여름휴가를 보냈다. 정말 기억에 남을 휴가였다.
무릎 반월상 연골판 파열
무릎엔 위 아래 뼈 사이에 충격을 완화해주고 움직임을 원활하게 해주기 위하여 초승달 모양의 C자형 연골이 안쪽 바깥쪽 두개가 있다. (모양은 초승달인데 이름은 반달이란다. ㅋ) 그 중에 나는 바깥쪽 연골이 파열되었다.
딱 10년 전 산에 갔다가 내려오는 길에 무릎이 약간 이상하게 느껴져 병원을 찾았다. 엑스레이와 MRI를 찍더니 후방십자인대가 끊어져있다한다. 그것도 오래전에. 교통사고와 같은 큰 충격을 받거나 축구선수같이 격렬한 운동을 하는 사람들이 끊어진다고 하는데, 나는 전혀 그런 기억이 없었다. 다만 초등6학년때 놀다가 미끄러지며 왼쪽 발목뼈가 금이 가서 기브스를 하며 두달동안 누워있던 적이 있는데, 아무래도 그 때 인대로 끊어졌던 모양이다. 내가 모르고 지나간거다. 눈에 보이는 발목만 보고.
아무튼 그 이유로 나는 후방십자인대가 없어서인지 무릎 위뼈가 자꾸만 어긋나는 탈골되는 증상이 있어왔다. 그때마다 살살 돌리며 제자리로 자리잡게 했는데, 이번에 그런 과정에서 연골이 파열되는 사고(?)를 겪게 된 것이다.
수술
처음 병명을 알고, 수술을 하게 되었을 때 상황에 대한 정확한 판단과 이후 일정을 잡기 위해 나름 인터넷을 보고, 유트부를 보며 조사를 하였다. 별거 아니다. 금방 낫는다. 수술후 바로 걸을 수 있다 등 정보들이 나를 희망에 젖게 하였다. 그래 별거 아니구나. 까짓거 해버리고, 얼른 업무와 일상에 복귀해야지. 했다. 그러나 그리 금방 낫는게 아니다. 이 병은, 물론 사람들마다 증세에 따라. 신체 컨디션에 따라, 나이에 따라 충분히 차이는 있을 수 있다. 그래도 누군가 나처럼 수술이후의 일정에 대해 고민하고, 복귀에 대해 궁금해 할 지 몰라 나의 케이스에 대해 얘기하고자 한다.
반월상 연골 부분 절제술
파열된 연골에서 파열된 부분을 다시 꾀매는 수술과, 그 부분만 아예 잘라버리는 절제술이 있다. 그 중에 나는 절제술을 했다. 의사말이, 내 연골은 정말 이름 그대로 반월상이었다 한다. 원래 초승달모양이어야 하는데, 더 두툼하게 넓게 반달모양이었다 한다. 이런 기형이었네. 그래서 어쩜 뼈들이 더 위치잡기가 곤란해서 자꾸만 탈골이 되었을지도 모르겠다. 아무튼 그래서 의사가 이번 기회에 모양 예쁘게 초승달모양으로 잘라주었다고 한다. 전화위복의 기회가 될 수 있음 좋겠다.
수술은 그리 어렵지 않다(의사가 아니라 환자입장에서). 마취하고 잠시 자고 일어나니 어느덧 병실로 옮겨져 있다. 물론 수술 끝나자마자 간호사가 깨운다. 의식을 찾는지 확인하는 절차인듯 싶다. 의식이 들고, 침대로 옮겨지고, 병실로 옮겨지고 나니 수술은 끝이다.
마취덕분인지 수술은 아프지 않다. 무릎에 관절경 수술 자국으로 1cm도 안되게 절개 흔적이 두개 나있고, 그 위에 피통이라 하여 작은 플라스틱 통을 달아놓고 호스를 연결하여 내 다리에 꽂아놓았다. 이 피통은 삼일 정도 달아놓았던거 같다. 거기로 내 몸에서 피가 흘러나와 모이면 간호사가 하루 한번씩 갈아준다. 점점 양이 줄어들어 거의 나오지 않게 되면 호스를 빼 제거한다. 이렇게 해서 세개의 구멍자국이 무릎에 남게된다.
수술 첫날 밤이 가장 아프다. 마취가 풀리면서 진통제가 수액과 함께 몸으로 들어가고 있지만 첫날은 정말 잠을 설칠 정도로 아프다. 다음날부터 조금씩 아픔이 줄어들고 삼사일이 지나면 더이상 아프지 않다. 다만 무릎을 구부리지 못하게 단단한 것으로 싸매고 고정시켜놓아 움직이기 불편할 뿐이다. 또 무겁다. 그래서 휠체어를 타고 움직여다녀야 한다.
수술한 다음날부터 하루에 한번씩 처치선생님이 와서 붕대 다 풀고 수술한 부위를 소독해준다. 그리고 다시 싸매고.. 9일동안 입원했었는데 거의 매일 반복했던거 같다. 시간이 지나면서 단단한 기브스같은 고정판은 빠지고, 천과 고무밴드로 된 탄력있는 고정기로 바뀌고, 삼일정도 휠체어 타다가 목발로 바뀌고 수술 후 일주일 정도 지나면 목발도 없이 뒤뚱거리며 걸어갈 수 있을 정도가 된다. 그래도 불안하여 목발짚고 다니기도 한다.
수술 후 오육일 정도 지나니 물리치료를 병행하게 된다. 무릎을 구부렸다가 펴는 운동인데. 기계에 발을 올려놓고 기계가 움직이는대로 같이 무릎을 구부렸다가 핀다. 보통 한번 하게 되면 15분 정도 했던거 같다. 하루에 한번씩. 퇴원하고나서 통원할 때도 두번정도 더 했던거 같다.
이 수술로 10일까지 입원할 수 있다고 하는데, 나는 10일째 되는 날 일이 있었다. 그래서 9일째 되던 날 퇴원을 하게 되었다. 사실 무리였다. 일하면서 내내 다리가 경직되는 기분이 들었고, 목발없이 걷는 것이 다른 사람들이 보기에 불편해 보였다. 그래도 어쩔 수 없었다. 절뚝 거리며 걸어다녔다. 수술 후 10일 지나면 그정도 되는 거다.
퇴원했어도 한달 정도는 계속 병원에 다녀야 한다. 진통제와 염증을 없애는 약을 먹어야 한다. 처음엔 삼사일에 한번씩 다니다가 일주일로 간격이 벌어지고 나중엔 2주정도로 간격이 벌어진다. 그리고 수술 후 6주 정도가 지나야 통원치료가 끝나게 된다. 그정도 되면 다리 부은것도 거의 가라앉고, 통증도 거의 없다. 걷는 것은 자연스러워진다. 모르는 사람들이 보기엔 천천히 걸을 때 전혀 눈치채지 못한다.
그렇다고 하여 예전과 같은 상태가 되는 건 아니다. 여전히 무릎을 구부리는 것이 완벽하게 되지 않는다. 앉아서 책상다리, 아빠다리 하는 것이 불가능하고, 뛰는 것도 안된다. 아직은, 계단을 오르 내리는 것도 살짝 불편하다. 오래 걸어다니거나 오래 서있으면 다리가 뻗뻗해지고 아프다. 아직 충격에 약하기에 뛰는 것도 안되고, 등산이나 경사진 곳을 오르내릴 때 불편하다. 이제 시간이 약이다가 된다.
수술한지 이제 3달이 넘었다. 발병전으로 돌아기지 못했지만 조금씩 좋아지고 있다.
어쩔 수 없는 일이다. 죽을 때까지 평생 아무일도 없이 살아가긴 거의 불가능하다. 앞으로 몸 여기저기서 신호를 보낼 것이다. 잘 달래가며 살아가야 할 것이다.
ps. 이 수술을 앞두고 놀라거나 걱정 하고 있을 사람들에게 조금이나마 도움이 되길 바라며 자세하게 글을 남긴다. 나도 그랬으므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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