본문 바로가기
내가 좋아서 하는 일/글쓰기

아버님의 옥수수

by 늘품산벗 2021. 1. 15.

아버님의 옥수수

 

                                      

마당 귀퉁이 커다란 솥

구수한 옥수수 쪄지는 냄새

 

옥수수 좋아하는 며느릴 위해

여름내 따가운 햇살아래

옥수수 농사를 지으신 아버님

 

농사 하나 갖고는 자식들

학교도 못 보낸다

흙먼지 속에 괭이를 던져두고

서울로 올라오신 아버님

 

그렇게

진안의 까만 농부가

서울 도시인으로

허옇게 산

27

 

두고 온 고향집은

전설처럼 용이 삼키어

용담댐 아래 수장되어 버리고

큰 아들 며느린 두창리 밤디에 터를 틀었다

 

큰 아들 쫓아 밤디로 내려오신 아버님

흙이 그리워 어떻게 참으셨을까?

다시 잡은 괭이와 호미로

한을 풀 듯

밭에다 초록을 푼다

 

뜨거운 여름

나무 때는 가마솥 앞에 앉으신

아버님 얼굴의 밭 흙 먼지는

구슬땀에 뭉쳐 떨어지고

게으른 며느리는

옥수수 익기를 기다린다

댓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