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버님의 옥수수
마당 귀퉁이 커다란 솥
구수한 옥수수 쪄지는 냄새
옥수수 좋아하는 며느릴 위해
여름내 따가운 햇살아래
옥수수 농사를 지으신 아버님
농사 하나 갖고는 자식들
학교도 못 보낸다
흙먼지 속에 괭이를 던져두고
서울로 올라오신 아버님
그렇게
진안의 까만 농부가
서울 도시인으로
허옇게 산
27년
두고 온 고향집은
전설처럼 용이 삼키어
용담댐 아래 수장되어 버리고
큰 아들 며느린 두창리 밤디에 터를 틀었다
큰 아들 쫓아 밤디로 내려오신 아버님
흙이 그리워 어떻게 참으셨을까?
다시 잡은 괭이와 호미로
한을 풀 듯
밭에다 초록을 푼다
뜨거운 여름
나무 때는 가마솥 앞에 앉으신
아버님 얼굴의 밭 흙 먼지는
구슬땀에 뭉쳐 떨어지고
게으른 며느리는
옥수수 익기를 기다린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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