겨울숲의 빨간 열매, 까마귀밥나무
앙상한 나뭇가지들만 즐비한 겨울 숲, 단조로움 속에서 필자의 눈을 번뜩이게 하며 반갑게 손짓하고 있는 것은 바로 나뭇가지에 대롱대롱 매달려있는 빨간 열매들이다.
용인의 숲에서 빨간 열매들을 달고 있는 ‘까마귀밥나무’를 심심치 않게 볼 수 있다. 까마귀밥나무는 최근에 ‘까마귀밥여름나무’에서 ‘까마귀밥나무’라고 이름이 바뀌었다. 여기서 여름은 열매를 뜻하는 옛말이다. 빨간 열매가 제법 먹음직스럽게 여러 개 모여 달리는데 크기는 새끼손톱만하고 맛은 좀 쓰다.
겨울철 높은 가지에 남겨두는 감을 까치밥이라 하고, 숲에 조롱조롱 달려있는 빨간 열매를 까마귀밥이라 하니 우리 조상님들은 참 순박한 심성을 가졌다.
‘까마귀밥나무’는 용인의 산에서도 흔하게 발견되는 나무로 산지 계곡 근처에서 발견되는 것으로 보아 습한 곳을 좋아하는 습성이 있는 것으로 생각된다. 키가 1∼1.5m로 높이 자라기보다 옆으로 넓게 퍼지는 관목이다. 겨울에도 짙은 초록 잎을 몇몇 달고 있다. 잎 모양이 동글동글 아기손바닥 같다.
크기가 새끼손톱만큼 너무나 작아 사람이 먹기엔 헛웃음만 나오지만 조롱조롱 빨갛게 매달려 있는 모습을 보면 크리스마스 장식 같은 따스함이 느껴진다. 그런데 이 빨간 열매의 손님은 따로 있다. 바로 새들이다.
이름도 까마귀밥 아닌가. 먹고 사는데 힘든 시기인 겨울철에 아직도 남아있는 빨간 열매들은 새들에게 아주 반가운 식량이다. 멀리서도 알아보고 날아온다. 거기엔 눈의 비밀이 있다.
색을 구분하는 동물들은 생각보다 적다. 지금까지 알려진 바로는 일부 물고기들과 새, 그리고 일부 원숭이들과 사람만이 색을 구분할 수 있다고 한다. 물고기들은 짝짓기 철이 되면 일부 수컷들의 색이 화려해진다.
암컷들은 그 색을 알아봐줘야만 한다. 새들과 원숭이, 사람들에게 있어 색의 구분은 먹는 것과 관련이 있다. 그 중에 생존에 중요한 역할을 차지하는 색이 초록색과 빨강색이다. 많은 열매가 초록색에서 빨강색으로 변한다.
나무 입장에서 보면 아직 씨가 제대로 영글지 않은 상태의 열매는 누군가에게 먹히면 안 된다. 비록 나중엔 열매가 먹혀 소화기관을 통과해 씨만 남게 될지라도 그땐 잘 여문 씨앗이 충분히 소화액을 견디어 낼 수 있기에 아직 기다리라고 한다.
맛도 너무 시거나 떫거나 쓴맛을 내포하며 기다리라고 신호를 보낸다. 그게 바로 초록색인 것이다. 그러다가 잘 익은 열매가 되면 적극적으로 유혹한다. 오히려 얼른 먹어달라고, ‘어서 와서 날 먹고 씨앗을 멀리 보내줘’ 하며 먹음직스러운 색을 띠고 유혹을 한다. 그럴 때 사용하는 색이 빨간색이다.
이 신호를 잘 알아채야 맛있는 열매를 얻어먹을 수 있다. 열매에 따라 다르겠지만 아무래도 덜 익은 초록색 열매는 맛도 좋지 않지만 때론 독이 있어 배앓이를 일으킬 수도 있다.
특히 치명적으로 생명에 위협을 가할 수 있기에 식물에게 허가받은 빨강 열매를 구분할 수 있는 능력은 중요한 생존 능력이 되었다. 예전의 사람들에게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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