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제 새벽 두시가 되어가고 있다.
나 오늘 생일이다.
12시가 땡하자 남편이 생일 축하한다며 뽀뽀 한번 해주고 잠 자 버리고 난 혼자 컴 앞에 앉아 밀린 메일보고 밀린 카페 들어가보고 밀린 블로그 찾아왔다가 아무 흔적도 없는 블로그에 앉아있다.
이제 내 나이 40살.. 39번째 생일을 맞이했다. 우리 엄마 아빠 날 낳으시고 39년전 오늘 웃으셨을까? 기쁘셨을까? 오늘따라 이제 사진속의 얼굴이 진짜인것 처럼 기억도 안나는 아빠가 생각이 난다. 이밤 늦은 밤 아직도 일하고 계실 엄마가 생각난다. 난 우리 엄마에게 아빠에게 좋은 딸이었을까?
아빠 돌아가시고 일주일 정도 지난 후 맞은 나의 8번째 생일에 엄마는 어떠셨을까? 난 무엇을 하고 있었을까?
감기를 심하게 앓았다. 평생 살면서 이렇게 감기 오래가기는 처음이었다. 3월 15일경 시작된 감기가 4월이 다 끝날즈음 주사 두방에 일주일 항생제 감기약에 사라져버렸다. 과다한 업무와 새내기 학부모로서 좀 힘들기도 했지만 이렇게 감기가 오래갈줄이야.. 누군가 그랬다. '나이 마흔이 되면 아프다고, 한번 호되게 아프고 지나간다고' 그것이었을까? 20살에 체질이 확 바뀌더니 40살에 이렇게 아플줄이야. 내나이 마흔이 되면 난 무언가 굉장한 사람이 되어있을 거라 생각했다. 마흔이 되면 생각도 연륜도 많이 성숙해지고 모든 사람을 포용할 수 있는 깊은 사람이 되 있을 줄 알았다. 그런데.. 아직도 난 생각이 깊지 못하고 많이 후회하고 얄팍한 사람이 되어 살아가고 있다. 좌충우돌... 그래서.. 정신차리라고 더이상 어린애가 아니라고 호되게 몸으로 회초리를 맞았나보다.
그토록 말하기 싫었던 마흔이라는 나이.. 사십이라는 '사' 자가 앞에 들어가는 나이가 되기 싫었는데 이젠 자연스럽게 아무렇지도 않은 듯 말해야 한다. 내 나이 사십..
마흔이라는 나이에 어울리는 사람이 되어야 겠다. 이제 생일을 맞아 내 주변사람들에게 더 잘하며 살아야겠다.
요즘 나의 화두는 '사랑'이다. 왠지 얼마전부터 그 말이 내 머리속에서 떠나지 않는다.
나와 남편은 서로 사랑하기 위해 결혼을 했고
호윤이는 나에게 사랑받기 위해 태어났고
호준이는 사랑받기 위해 우리 가족이 되었다.
나는 그들 모두를 사랑하기 위해 지금 그들 곁에 있다.
나는 마음아픈 우리 엄마를 사랑하기 위해 우리 엄마 딸로 태어났고
그 짧은 사랑을 간직하기 위해 아빠 딸로 태어났다.
그 관대하고 자애로운 사랑을 배우기 위해 어머니의 며느리가 되었고
당신의 사랑을 이해하기 위해 아버님의 며느리가 되었다.
세상에 사랑이 필요함을 배우기 위해 이 세상에 태어났다.
바로 오늘. 1972년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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