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성균관 스캔들, 금등지사는 어디에?

by 늘품산벗 2010. 10. 29.

예전에 '영원한 제국'이란 책을 읽은 적이 있다 벌써 10년도 더 되었길래 기억이 가물가물하지만 그래도 밤을 세우며 책에 푹 빠져 읽었던 느낌과 금등지사란 것이 중요한 소재였던 것이 기억난다. 그 책에서도 금등지사란 실제로는 없는 것이었던 것 같은데...

 

성균관 스캔들이 이제 한주일분밖에 남지 않았다. 난 원작이 되는 소설도 보지 않았기에 그저 드라마를 보며 나름대로 결말을 예상할 수 밖에..

 

금등지사는 없을 것이다. 처음부터 없었다. 정조가 노론세력을 견제하기 위해 성균관 박사 김승헌과 장이 문영신등과 함께 목숨을 담보로 만든 허구다. 노름판에서 보면 허패(? 난 노름에 잰병이라.. 전문용어가 나오니 자신없네요.)라고 할까? 심리싸움에서 상대방을 떠보고 실수를 유도하기 위해 허세를 부리는 그런 허패가 아닐까?

 

금등지사가 실제하지 않는 허패라고 본다면,

병판은 좌상에 대한 과잉충성과 출세욕으로 김승헌과 문영신을 납치해서 살해하고 나서야 금등지사가 없음을 알게된다. 실제가 아닌 소재의 없음. 자신의 실수를 덮기 위해 거짓으로 금등지사를 없앴다고 좌상에게 고하고 그의 옆에 자리할 수 있게 된 것이다. 좌상 역시 금등지사의 실제를 본 적이 없지만 정조와 그 무리들의 속임수에 넘어가 지리 겁을 먹고 결국 병판의 손을 잡을 수 밖에 없었던 10년..

 

그후 세월이 흐르고 정조에게 새로운 희망이 될 사람들 즉 성균관 유생 잘금 4인방이 생긴다. 더구나 마침 누가 섞기라도 한듯이 당색도 골고루 섞인 4명의 절친.. 그들을 통해 새로운 세상의 꿈을 실현할 시기가 왔음을 느낀다. 드라마를 보며 되게 거슬리는 용어가 있다. 바로 '아이들' 이다. 정조도 정약용도 그리고 자신들도 그들을 '아이들'이라고 한다. 배우 나이만 보더라도 스물은 한창 넘었고 또 드라마상 혼인을 할 정도의 나이라면 적어도 열다섯은 넘어보이는데.. 당시 그 나이가 어린 나인가? 아니다.. 어른 대접 받을 나이다. 그런데도 자꾸 아이들 아이들 하는 걸 보면 뭔가 있어 보인다. 억지로 짜맞추자면 바로 그 아이들이 '정조의 희망'이기 때문이다. 어른들은 이미 기성세대로 쳐야 하니 새로운 희망으로 맞지 않는다. 내가 너무 예민한걸까? 별것도 아닌거에 의미부여.. 드라마를 보는 재미중에 하나니 뭐라 하긴 없기다.  아무튼..

 

배움이 향하는 곳, 나라의 시작

이곳이 금등지사가 있는 곳에 대한 암호문의 문구다.

 

배움이 향하는 곳, 나라의 시작. 그곳은 바로 백성이다. 즉 백성의 마음 민심이다. 그곳에 금등지사가 있다.

결국 민심이 노론을 견제할 중요한 힘이 될 것이며 민심에 따라 나라를 다스려야 한다는 정조와 당시 실학파 김승헌과 정약용의 철학이 담겨있는 것이다. 당시 실학자들은 백성들에게 도움이 되지 않는 학문은 학문이 아니라고 했다.  나의 생각이다... 금등지사에 관한. 아님말구.

 

18회때 정조는 김승헌의 사직서 유훈이 바로 그의 마지막 '수업' 즉 강학같다는 말을 했다.

금등지사를 찾으며 우리의 잘금 4인방은 진실의 문에 다가서게 된다. 그 과정이 중요하다. 결국 노론인 이선준도 남인인 김윤식도 소론인 문재인도 거상의 아들 구용하도 서로의 신분과 당색을 넘어 인간애로 똘똘 뭉쳐 자신들의 조건과 한계를 뛰어넘어 새로운 세상을 꿈꾸게 된다. 금등지사는 바로 이것이 아닐까? 도저히 당시로선 상상할 수 없는 당색을 초월한 차별이 없는 시대로 향하는 것.. 그런 마음과 움직임. 행동.  

 

그냥 처음엔 내가 가장 좋아하는 역사적 인물인 정조와 정약용이 배경이 된 다는 것. 더구나 안내상이라는 배우가 정약용을 아주 매력적으로 연기하고 있는 것에 끌려 드라마를 보게 되었다. 그것도 15회부터..

보면 볼수록 재미있는 요소가 많다. 젊고 이쁜 남자아이들이 샤방샤방하게 나오는 것도 마음에 들고(그동안 무거운 사극들을 좀 보다보니 싫증 날 때가 된거여)  가랑의 남색에 대한 가슴앓이가 너무 귀여웠기도 하고 거침없이 하이킥의 유미가 햄토리가 되어 똘망똘망한 눈빛을 빛내며 웃는 것도 기분이 좋았다. 결국 16회가 끝난 밤에 1회부터 16회까지 다시보기를 하게 만든 매력적인 드라마다.

 

이제 돌아올 월요일과 화요일에 결말이 날 것이다. 해피앤딩으로 끝났으면 좋겠다. 아이들의 성장과 노력에 감화를 받은 어른들이 과거의 죄를 인정하고 화해의 악수를 했으면 좋겠다. 그래서 새로운 세상의 문이 활짝 열리며 끝났으면 좋겠다. 그 곳에서 가랑과 대물은 결혼도 하고 아이도 낳고 서로 학문경쟁도 하며 여전히 씩씩한 윤희의 모습을 보았으면 좋겠다. 또 걸오는 딸꾹질이 좀 고쳐줘야 겠지? 여림과의 우정이 사랑으로 변하면 어떡하지? 그런것도 받아들일 수 있는 세상이 되면 좋겠고.

 

드라마는 드라마일뿐.. 그 후 100년후에 조선이라는 나라는 문을 닫고 우리 민족은 쓰라린 아픔을 겪게된다. 이 사실이 두고두고 가슴아프다. 그때 정조의 개혁이 성공했더라면..

 

이 드라마를 보면서 사놓은지 10년도 더 된 '다산시선'이라는 책을 다시 읽어볼 생각을 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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