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호윤이 호준이네/여행이 좋다

눈덮힌 월출산 구름다리까지 산행하다1

by 늘품산벗 2010. 1. 21.

 추운 겨울 방안에서 뒹굴뒹굴 숨어있을 수 만은 없어서 또 떠났습니다. 역시 추울땐 따듯한 남쪽 나라가 최고입니다. 용인 우리집에서 출발할때 바깥온도는 영하 13도... 남쪽으로 남쪽으로 중부에서 경부로 다시 호남고속도로로 그리고 광주 나주거쳐 영암까지 내려갔습니다. 영상 3도...

몇년전 서울에서 같이 숲공부를 했던 조용준샘을 몇년만에 월출산 밑자락에서 만났습니다. 26살 소년티가 물씬나던 눈이 유난히 맑고 아름답던 청년은 이제 28살이 되어 조금 총각티가 나더군요..ㅋㅋㅋ 그래도 여전히 맑고 아름다운 눈을 간직하고 있어 너무나 반가웠습니다. 그 샘 덕분에 세상에 태어나 처음으로 산낙지로 배를 체웠습니다. 먹다먹다 지쳐 접시에 꼬물거리던 몇 조각을 남기고 식당문을 나서는데 어찌나 아깝던지..으으~~

월출산 밑 민박집에서 하룻밤을 보내고 다음날 아침을 간단히 빵몇개로 채우고선 산으로 올랐습니다. 26살 생전 처음 산 정상에서 감격의 눈물흘리게 했던 월출산.  28살 남편과 연애를 시작할때도 처음으로 서로의 인연임을 알아채린 곳도 이 월출산. 그 후 10년이 넘어 다시 찾아왔건만 그 산은 그렇게 날 기다리고 있었습니다.  

 

이제 월출산엘 올라가 볼까요?

 

가장 먼저 만난 녀석입니다. 남부지방에만 있는 나무중에 하나. 지난 밀양에서도 발견했던 광나무입니다. 마치 쥐똥나무 열매 비슷한 열매가 더 많이 주렁주렁 달려있습니다. 쥐똥나무보단 조금 더 큽니다. 잎도 쥐똥나무보다 훨 크고요. 상록이라 겨울에도 이렇게 푸른 잎을 달고 있는 모습이 중부지방에 살고 있던 저에긴 그저 신기할 뿐입니다.

 

월출산은 바위산입니다. 평야가 대부분인 전남지방에 있는 산이라 가벼이 보면 큰 코 다칩니다. 산을 오르다 보면 흙보다 바위를 더 많이 볼 정도니까요. 산 봉우리 하나가 하나의 바위로 이루어진것처럼 아주 커다란 바위들이 많습니다.

 

보이죠? 겨울 산에 오르는 사람들은 장비를 아주 튼튼히 합니다. 아이젠은 기본이죠.. 그러나, 계획에 없던 산행을 택한 저희 가족은 기본이 안된 가족이죠. 그래도 그냥 구름다리까지만 갔다 오자는 마음으로 가볍게 길을 나섭니다.

 

남쪽에 가면 가장 반가운 것 중에 하나. 대나무. 남편은 나무로 뭔가를 만드는 것을 좋아하는데 대나무가 아주 좋은 소재가 되죠. 그래서 그런지. 어린시절 동네 절 뒤에 있던 푸른 대나무가 주는 신비한 느낌이 아직 기억에 남아있는 저에겐 대나무숲을 보면 어린시절 설렘이 떠오릅니다. 겨울철 대나무 보러 남쪽 여행을 한다해도 과언이 아닐정도....  앗, 근데 지금 보니 이거 조릿대같애... ㅋㅋㅋ

 

 호윤이는 산에서 만나는 표지판 하나도 그냥 지나치지 않아요. 산불조심 곰돌이 그림을 보더니 그럽니다.

"산에 불이 나서 무서워서 애기곰이 아빠곰뒤에 숨어있는 거에요. 아빠곰이 불 꺼달라고" ㅋㅋㅋ

 

 

 

 바람폭포쪽으로 가는 길은 계단이 잘 되어 있어 길이 편합니다. 처음엔..

 

 

 저 위에 구름다리 보이나요? 오늘의 목표랍니다... 이제 부터 시작이에요. 계단의 각도가 정상이 아닙니다. 정말 긴장되고 무섭더군요. 더구나 눈이 와서 아주 많이 미끄러웠어요. 그래도 구름다리가 걸쳐있는 한쪽 바위의 모습이 아주 큰 얼굴같다며 웃음짓는 호윤이네입니다.

 

 

 

 계단이 보이나요? 경사가 정말... 결국 내려올땐 다른 길로.

 

 드디어 구름다리앞에 도착했습니다. 조금 뭔가 다른 것이 예전의 느낌이 아니다 싶었더니 과연. 2006년에 새로 만들어진 다리라고 하더군요. 예전의 다리보다 더 튼튼하게 지어졌다네요. 그래서 그런가 가운데 가도 흔들림이 거의 없었어요. 이 다리를 만들기 위해서 얼마나 많은 사람들과 자연이 힘들어 했을까요? 그래도 멋지긴 멋지네요. 월출산의 상징이죠.

 

 호윤이는 다리가 무섭다며 엄마뒤에 숨었어요. 처음엔 안건너 오겠다고 하는 거 간신히 설득해서 엄마와 손잡고 건넜답니다. 뒤에서 눈감고 있어요. 도착하면 얘기하라며... 그러더니.

 

 도착했다고 승리의 브이를...

 

 다리 건너편에서 기념사진을 찍습니다. 아빠와 아들. 너무 멋지죠? 산이..

 

 ㅋㄷㅋㄷ

 

 우리에겐 특별한 의미가 있는 월출산에서 1999년 2월, 그리고 2010년 1월.

전혀 등산복이 아냐 ㅋㅋㅋ

 

 

 이젠 막 뛰어다닙니다. 한번 건넜다고 무서움이 없어졌는지 그 후로 호윤이는 몇 번을 혼자 건너다녔답니다... 아빠보다 낫다. 호윤아. ㅋㅋㅋ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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