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하천에는 생명이 있습니다" | ||||||
안성천살리기시민모임 운영위원 송숙 | ||||||
안성에 산 지 20년이 지나 뻔히 지역에 아는 사람들도 많은데 쑥스럽다며 한사코 인터뷰를 거절하던 그녀가 꼭 할 말이 있다며 만남을 받아들였다. 그녀를 만나기 위해 찾아간 곳은 ‘안성천살리기시민모임’ 현판이 걸려 있는 작은 사무실이었다.
만나자마자 줄줄이 쏟아놓는 그녀의 이야기를 들어보자. “요즘 ‘4대강 살리기’ 때문에 세상이 시끄럽습니다. 그것 때문에 너무 많은 스트레스를 받고 있어요. 대운하를 반대한다는 국민의 여론에 부딪치자 포장을 달리하여 4대강 살리기라고 합니다. 그러나 실질적으로 운하를 건설한다는 얘기와 똑같다는 것, 국민들은 다 알고 있습니다. 막아야 하는데 어떻게 막을 것인가 고민중입니다. 강은 생명을 품고 있습니다. ‘물은 생명이다’ 입버릇처럼 말하는데 물 가지고 장난치면 안되지요. 보를 16개나 만들고 바닥을 긁어 모래를 채취한다고 하는데 이는 모래에 의존하는 많은 생명을 다 죽이는 것입니다. 또한 수질과도 연관이 있습니다. 잠깐의 제방공사도 수질을 엉망으로 만들어버리는데, 16개의 보가 흘러야 하는 물을 가두게 될 것입니다. 물은 고이면 썩습니다. 결국 문제들이 눈에 훤히 보이는 4대강 살리기는 4대강 죽이기가 될 것입니다. 전 국민을 우롱하는 것입니다. 하겠다 하면 어떻게든 하려고 하는 정부. 국민과 대화가 되지 않는 정부와 대통령이기에 더욱 답답합니다.” 그녀는 안성에서 꽤 오랫동안 하천과 생태에 대한 고민과 실천을 해온 사람이다. 14년 전 안성천살리기시민모임이 처음 생길 때 회원가입을 했으나 거의 활동을 하지 못하다 안성천 탐사를 한다는 소식을 듣고 5살 난 아이와 함께 참가한 것이 계기가 되어 1998년 생태 안내자 교육을 받고 본격적으로 뛰어들게 되었다. 그후 사무국장을 3년간 하고 현재 운영위원으로 활동중이며, 회원사업부장으로서 사업계획과 생태 안내자 교육 등의 업무를 맡고 있다. 또한 전국적인 모임인 ‘강살리기네트워크’에 운영위원으로 참가하고 있고 ‘경기민간환경교육네트워크’ 회의에도 나가고 있다. 안성천살리기시민모임은 안성천 생태탐사를 계기로 만들어진 자생적인 모임으로 생태계를 보전하고 생명을 중시하는 건강한 지역공동체 건설을 목표로 활동하는 환경단체이다. 생태 모니터링과 환경 교육사업, 환경정책을 연구하며 지속적인 안성천 탐사활동을 벌인다. 회원은 안성시민 모두 다 가능하다. “내년이면 15주년이 되는데 그동안 단체의 순수성을 지키기 위해 고민을 많이 했습니다. 저는 시민모임이 전국의 어느 단체에 뒤지지 않는 순수성을 갖고 있다고 생각합니다. 이 모든 것이 회원들의 열정과 봉사로 이루어진 것이죠. 어떻게 하면 많은 시민들과 같이 할 수 있을까? 고민도 합니다. 한 달에 한 번 월례회를 통해 환경강좌, 역사기행, 영화상영 등 여러 주제로 회원들의 향기 나는 만남을 진행하기도 합니다. <녹색세상을 꿈꾸는 사람들>이란 소식지도 내고 있지요. 이외에도 다양한 소모임이 활동이 있습니다. 환경교육을 담당하고 있는 ‘푸른씨앗모임’도 있고, 안성의 맛 집을 찾아 맛과 분위기는 물론이고 일회용품 사용 등 업소 환경도 평가하는 ‘맛을 찾는 사람들’이란 모임도 있습니다. 그리고 건강한 몸과 깨끗한 세상을 만들기 위해 생활 자전거를 타는 모임인 ‘두 바퀴로 바라보는 세상’이란 모임도 활동하고 있습니다.” 또한 안성천살리기시민모임에서는 어린이들을 위한 환경 교육사업도 펼치고 있다. 서운산자연학교를 통해 일 년 동안 아이들에게 감수성 교육과 오감 체험교육을 하고 있다. 1년이 지나갈 즈음이면 아이들이 달라져 있다. 산에서 물에서 아이들은 편하게 생물을 찾아보며 자연 속에서 놀고 있다. 알아서 놀게 하는 것, 아이들이 자연의 품에서 맘껏 뛰어노는 것만큼 중요한 것도 없다. 3월 말이나 4월 초에 신청을 받아 진행하는데 40여 명 정도를 대상으로 한다. 푸른안성맞춤21실천협의회와 함께 체험환경학교도 운영하고 있다. 학교 단위로 모집해 이뤄지는데 일 년에 10회 정도의 프로그램이 진행된다. 안성천살리기시민모임에서 강사를 파견하여 안성천과 서운산 등지에서 교육을 하는 방법이다. 그리고 복지관에 의뢰해 저소득층 자녀들을 위한 프로그램도 운영중이다.
“가까이에서 보지도 않고 무조건 하천을 더럽다고 인식하는 것입니다. 안성천은 자연형 하천으로 많이 바뀌면서 물도 깨끗해지고 많은 생명들이 더불어 살아가고 있습니다. 시민들의 의식이 바뀌어야 합니다. 개발도 좋지만 보존해야 할 곳은 보존해야 합니다. 안성시에서 안성천과 서운산은 보존가치가 높은 곳입니다. 서운산의 석남사 계곡은 아이들이 자연학교 프로그램이 운영되는 곳인데 사실 여름에 가면 여기저기에서 고기 구워 먹느라 야단입니다. 쓰레기와 돗자리, 수박껍질, 소주병 등 쓰레기로 아주 심각합니다. 견딜 수 없을 정도입니다. 앉아서 놀기 위해 시민들이 계곡의 풀을 깎아 자리를 만들고 돌을 움직여 수영장을 만듭니다. 심지어 계곡에서 기름기가 가득한 그릇들을 세제로 설거지까지 하며 야영도 하고 빨래도 합니다. 아이들에게 자연을 가르쳐주는 생명교육의 장소에서 말이죠. 캠페인도 하고 있지만 잘 바뀌지 않습니다. 시민들의 의식변화가 절실합니다. 차라리 안성시에서 공원 같은 곳을 조성해 고기를 구워 먹을 수 있는 장소를 따로 마련해주었으면 좋겠습니다. 충남 예산 같은 경우 그런 장소를 별도로 마련해놓아 시민들이 깨끗하게 이용하고 있다고 합니다.” 몇 년 전 그녀는 지역의 소각장 건립을 두고 단식농성을 해가며 싸웠던 적이 있다. 이미 안성시의 인구수에 비해 넉넉한 매립장이 있으니 다이옥신을 유발하는 소각장 건립보다는 안성시가 나서서 쓰레기를 줄이는 방법으로 매립을 유도하는 것이 대안이라고 생각했다. “건강한 지역사회에서는 서로 잘살 수 있는 방법을 모색해야 합니다. 다행히 그 후 시에선 아이들에게 ‘찾아가는 환경교육’이란 프로그램을 통해 쓰레기 줄이는 방법과 분리수거 교육, 재활용 교육을 시키고 있습니다. 그때 소각장 싸움을 하며 얻어낸 소중한 결과물이죠. 안성은 개발이 늦은 대신 자연환경이 잘 보전되고 있는 편입니다. 혜택이라고 생각합니다. 사람들은 개발을 원하고 잘살고 싶어 합니다. 그런데 돈이 많으면 잘사는 것일까요? 나 혼자 잘 먹고 돈 잘 쓰며 사는 것이 아니라 행복하게 자연과 더불어 서로 나누며 사는 건강한 지역공동체 건설을 꿈꿉니다. 안성시민들의 지역에 대한 인식이 커졌으면 좋겠습니다.” “정말 바쁘게 지내고 있습니다. 시민모임과 함께 하는 생활이 저의 인생이라고나 할까요? 그래도 가끔 여유가 생기면 주로 서운산으로 갑니다. 도 닦으러.” 안성천살리기시민모임에 목을 매고 있을 정도로 환경운동은 중요한 자신의 꿈이란다. 모임 안에서 건강하게 순수하게 자리매김하고 교육하고 일하며 지역사회 속에서 건강한 목소리를 내는 것이 굉장히 중요하단다. 그러면 가족은 어떨까? 아들은 대학을 다니고 있고 남편은 나름의 삶을 살고 있다. 각자 열심히 자유롭게 살고 있단다. 그래도 주말에는 함께 모이려고 노력하며. 예전에 사무국장의 임기가 끝나자 남편이 “이제 쉬겠네, 사무실에 안 나가도 되겠네”라고 말한 적이 있단다. 여기에 그녀는 “나는 사무국장이 아니라 환경운동을 하는 사람”이라고 대답했단다. 지독한 열정이다. “아이가 어렸을 때 ‘엄마. 선생님 아이들은 다 공부를 잘하는 것 같아’라고 하자 아이의 기를 살려주고 싶어서 ‘너도 잘해’라고 말한 적이 있어요. 그러자 ‘그래 맞아. 엄마도 선생님이잖아’라고 말하더군요. 제가 하는 일도 아이가 바르게 컸으면 해서 하는 건데 정작 우리 아이는 세심히 돌봐주지를 못했습니다. 그래도 비뚤지 않게 씩씩하고 건강하고 잘 놀고 욕심 부리지 않고 커줘서 고맙습니다.” 그런 말이 있다. ‘엄마가 열심히 살면 아이도 잘 큰다.’ 일하는 엄마에게 큰 위로가 되는 말이기도 하고 엄마와 아이의 꿈이기도 하다. “생태 공동체 마을을 꿈꾸고 있어요. 흙으로 만든 집, 삶도 생태적으로, 삶의 부피를 줄여서 같이 행복해질 수 있도록 적게 쓰고 적게 먹고 자연과 더불어 함께 사는 삶. 어렵겠지만 궁극적으로 자급자족이 이루어질 수 있는 공동체를 꿈꾸고 있답니다. 이삼 년 안에는 조금씩 시작될 것입니다.” 그녀의 꿈이 꼭 이루어지길 바란다. 신승희 시민기자 | ||||||
기사입력: 2009/06/17 [18:35] 최종편집: ⓒ 안성신문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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