내가 좋아서 하는 일/글쓰기6 건망증 요즘 내 최대의 병은 바로 건망증이다. 아침마다 집을 나설 때면 항상 두 세 번 들락날락 하기 일쑤다. 열쇠, 핸드폰, 다이어리, 지갑이 그 단골메뉴다. 아침뿐만 아니라 어느 한 곳에 머물렀다가 자리를 뜰 때 쯤이면 어김 없이 한 두 가지를 흘리고 다닌다. 이미 시계와 썬글래스는 내 손을 떠나 길을 헤맨지 오래다. 친구들과 여행을 가리로 하고 새벽부터 일어나 김밥을 싸놓고는 출발할 때 자동차 문을 연답시고 차 위에 도시락을 올려 놓곤 그냥 출발하여 친구들에게 하루 종일 놀림을 당한 적도 있다. 물론 그 도시락은 우리 동네 골목길에 떨어져 있었다 한다. 나의 불치병을 아는 친구들은 결국 이런 악담까지 하고 말았다. "나중엔 도대체 뭘 잃어버릴까? 너를 흘리고 다니지 않을까 걱정이다." 결국 나의 불치병이 .. 2023. 2. 6. 인간이 만들어낸 그 어떤 것도 친환경적이지 않다 인간이 만들어낸 그 어떤 것도 친환경적이지 않다 2022. 11. 26. 미래 세대에 책임감 있는 사람을 뽑아야 최근 2070년에 국산 사과가 사라질 것 같다는 뉴스보도가 있었다. 사과는 추운 겨울을 지나야 맛난 사과가 열린다면서 우리나라의 온도 상승이 결국 사과의 재배지를 줄어들게 해 2070년엔 국산 사과가 없어진다는 뉴스였다. 그걸 듣는 순간 ‘과연 2070년에 사과만 없어질까?’ 하는 생각이 들었다. 이 보도는 2090년~2100년쯤 우리나라 평균온도가 산업혁명 전보다 7도가 올라간다는 예상에서 나온 뉴스였다. 많은 사람이 알고 있듯이 18세기 유럽의 산업혁명으로 전 세계가 산업화·공업화 물결을 타게 됐다. 화석연료인 석탄과 석유를 교통·운송수단의 직접적인 에너지로 사용하고, 화력발전을 통해 전기 생산의 자원으로 사용했다. 플라스틱과 비닐, 합성섬유 따위 제품의 원료로 사용하면서 많은 양의 이산화탄소가 발생.. 2022. 5. 17. 사라지는 습지들 습지란? 습지란 단어를 생각해보면 언뜻 떠오르는 게 ‘습한 땅’ 이란 뜻이다. 달리 생각해보면 건조한 땅의 반대어 정도 생각해 볼 수 있는데, 습하다 건조하다라는 것은 바로 물과 관련되어있고, 이것으로 간단히 내릴 수 있는 정의는 물과 흙의 어느 정도 어울림에 따라 습지인지 아닌지를 알 수 있다는 것이다. 지구 표면의 약 6%를 차지하지만, 육지도 물도 아닌 중간 지대인 습지는 그 애매함과 불안정함으로 인해 오랫동안 쓸모없는 땅으로 여겨져 크게 주목받지 못하였다. 시대가 지나며 그저 축축한 땅이라고만 생각했던 습지에 대해 많은 고민들이 생겼고 보존의 필요성이 제기되어 결국 세계적인 이슈로 국제적 기준을 갖춘 협약까지 생겼다. 그것이 바로 람사르협약이다. ‘물새 서식지로서 국제적으로 중요한 습지에 관한 협.. 2022. 3. 9. 흰뺨이가 새끼를 낳았다. 2012년 추석, 서울 시댁에서 며느리로서 할 도리를 다 하고 다시 딸 노릇하러 청주 친정으로 가는 도중 짐을 챙기기 위해 잠시 백암의 우리 집에 들렀다. 이틀을 집을 비우고 다시 하룻밤을 보내고 와야 하는 차에 쫑쫑이의 집을 둘러보았다. 쫑쫑이는 우리가 키우는 개로 새끼를 밴 상태였다. 그날따라 쫑쫑이가 빙빙빙 돌며 안하던 짓을 한다. 뭔지 모르겠지만 불안해 보인다. 그렇다고 개 때문에 엄마께 못간다 전화할 수는 없는 노릇이었다. 그렇게 친정에서 하룻밤을 보내고 평소보다 서둘러 집에 돌아왔다. 그 사이 쫑쫑이는 혼자서 간밤에 새끼 여섯 마리를 낳았다. 너무나 미안했다. 깜깜한 밤에 모든 것을 혼자서 감당했을 쫑쫑이에게. 그 때 태어난 쫑쫑이의 막내딸 흰뺨이만이 지금 우리와 살고 있다. 개에게 있어 암과.. 2021. 1. 15. 아버님의 옥수수 아버님의 옥수수 마당 귀퉁이 커다란 솥 구수한 옥수수 쪄지는 냄새 옥수수 좋아하는 며느릴 위해 여름내 따가운 햇살아래 옥수수 농사를 지으신 아버님 농사 하나 갖고는 자식들 학교도 못 보낸다 흙먼지 속에 괭이를 던져두고 서울로 올라오신 아버님 그렇게 진안의 까만 농부가 서울 도시인으로 허옇게 산 27년 두고 온 고향집은 전설처럼 용이 삼키어 용담댐 아래 수장되어 버리고 큰 아들 며느린 두창리 밤디에 터를 틀었다 큰 아들 쫓아 밤디로 내려오신 아버님 흙이 그리워 어떻게 참으셨을까? 다시 잡은 괭이와 호미로 한을 풀 듯 밭에다 초록을 푼다 뜨거운 여름 나무 때는 가마솥 앞에 앉으신 아버님 얼굴의 밭 흙 먼지는 구슬땀에 뭉쳐 떨어지고 게으른 며느리는 옥수수 익기를 기다린다 2021. 1. 15. 이전 1 다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