발행 : 2022. 2. 13
어렸을 때 다시 태어난다면 새가 되고 싶다고 생각해본 적이 있다. 날개를 쭉 펼치고 거칠 것 없이 하늘을 날아다니는 새는 자유의 상징 같았다. 저렇게 맘껏 날아다니면 얼마나 좋을까. 그래서 그런가, 어른이 된 지금도 새가 좋다. 다른 동물들에게선 예외가 있는 호불호가 새에게는 없다. 그저 모든 새가 좋다. 흔한 참새도 귀엽고, 시끄러운 직박구리도 반갑고, 거대한 날개를 가진 말똥가리는 사랑한다.
이렇게 새에 대한 관심과 애정을 사람들과 함께 나누고 싶었다. 그래서 협동조합 문화와함께가 진행하는 프로그램에 강사로 참여해 용담호수의 새 이야기를 하게 되었다.
입춘이었던 2월 4일 처인구 원삼면 용담호숫가에 있는 문화공간 뚝플레이스에서 사람들을 만났다. 마침 이틀 전인 2월 2일은 ‘세계 습지의 날’이었다. 세계적인 협조로 물새 서식지인 습지를 보호해야 한다는 1971년 람사르협약 내용과 약속, 습지의 가치와 중요성을 인식시키기 위해 1997년부터 전 세계가 정한 날이었다. 마치 숫자 2가 오리나 고니 같은 물새를 연상시키기에 2월 2일은 아주 외우기 쉬운 날이란 게 우연치곤 참 절묘했다. 아니면 처음부터 의도했던 것인가?
아무튼, 습지에 대한 이야기. 우리에게 습지가 어떤 의미가 있는지, 왜 물새 서식지를 보호해야 하는지에 대해 이야기하며 시작했다. 그리고 용담 저수지에서 볼 수 있는 물새들을 알아보았다.
새 탐사 프로그램에 참여하는 사람들은 텔레비전이나 다른 매체에서 보았던 물반 새반의 어마 무시한 몇천 마리, 몇만 마리의 물새 장관을 기대하고 참여했다가 뜨문뜨문 보이는 새들 모습에 실망한다. 그래도 내가 살고 있는 지역의 모습을 있는 그대로 받아들이고 애정을 갖고 봐줬으면 좋겠다. 그런 의미에서 매번 우리 마을을 찾아와 주는 철새들이 얼마나 고마운가.
왜가리, 백로, 원앙, 흰뺨검둥오리, 청둥오리, 물닭, 논병아리 정도가 용담호수를 찾아온다. 직접 탐사하러 나가기 전에 슬라이드를 보며 새들의 특징을 살폈다.
새들을 탐사할 때는 아주 조용히 움직여줘야 한다. 새들은 아주 예민해서 작은 소리나 움직임에도 반응하고 멀리 가버린다. 그래서 미리 실내에서 충분히 새들에 대한 특징이나 생태적 특성에 대해 이야기를 하고 나가는 것이 좋다.
왜가리와 백로 이름의 유래와 차이점, 털 색깔과 크기의 비교, 백로 중에서 겨울 철새로 오는 대백로에 대해서, 중대백로와 중백로는 여름 철새이고, 쇠백로는 거의 일년 내내 볼 수 있는 텃새화 되어버렸다는 것들에 대해 이야기했다.
오리류인 흰뺨검둥오리와 청둥오리 그리고 원앙에 대해 각각의 특징에 대해 살펴보았다. 흰뺨검둥오리의 검은 눈썹선과 흰뺨, 검은 부리와 노랑 끝, 주황색 예쁜 발에 대한 얘기도 빼놓지 않았다.
청둥오리는 왜 청둥오리인지, 청둥오리 암컷과 수컷은 어떻게 다른지, 청둥오리 수컷 생김새의 특징도 살펴봤다. 오리 중에 가장 화려한 깃털을 가진 원앙, 실제인지 인형인지 구분이 안갈 정도로 화려한 원앙에 대한 이야기도 재미있다.
이름이 가족 같지만 물닭과 논병아리는 전혀 다르게 분류된다. 물닭은 기러기목에 뜸부기과이고, 논병아리는 논병아리목에 논병아리과이다. 그러니 물닭은 새끼도 물닭이고, 논병아리는 다 커도 논병아리다.
이날 탐사에서 가장 인기가 있었던 새가 바로 물닭이었다. 사람에 대한 경계심이 다른 새들에 비해 적어선지 물을 벗어나 사람들이 다니는 둘레길에도 올라와 풀밭에서 풀씨나 먹이를 찾아다니는 모습을 자주 보여주었다. 가까이 가도 멀리 도망가지 않아 자세히 볼 수 있었다. 물닭은 모르는 사람들이 보면 ‘까만 오골계인가?’ 착각하게 온몸이 까만 닭 같다. 이마와 부리가 흰색으로 물닭임을 확인할 수 있다. 걸어다니거나 헤엄칠 때 보면 고개를 앞뒤로 까딱까딱하며 다닌다. 영락없는 닭 모습이다. 그래서 물닭이구나 한다.
오리들의 발은 물갈퀴가 있어 오리발처럼 생겼는데, 물닭 발은 물갈퀴가 없고 대신 판족이라 해서 발바닥 살이 볼록볼록 아주 두껍다. 만약 물닭 발로 닭발 요리를 하면 양이 엄청 나올 듯하다. 이 판족은 물닭이 헤엄칠 때나 물위를 박차고 날아오를 때 아주 요긴하게 쓰인다.
논병아리는 오리들과 비교하면 크기가 현저히 작다. 그래서 병아리란 이름이 붙었나 보다. 털이 부수수한게 멀리서도 알아볼 수 있다. 논병아리에게도 판족이 있다.
용담호수 둘레길을 따라 가며 미리 준비한 쌍안경으로 새들을 관찰하게 하고 다시 뚝플레이스로 돌아왔다. 그리고 야심 차게 준비한 색칠 공부, 미리 준비한 새 그림 도안을 나눠주고 특성을 살려 색칠하고 오려 붙여 큰 종이에 스토리가 있게 꾸미게 했다. 보고 그냥 끝나는 것보다 색칠을 하며 돌아보기를 하니 더 기억에 쏙쏙 박힌다며 좋아했다. 가족 중심으로 참여하다 보니 함께 꾸미며 바로 전에 봤던 새 이야기에 아주 행복한 시간이 되었다.
이제 2월 18일 또 한번의 새 이야기 시간을 갖는다. 그땐 부디 더 많은 새를 볼 수 있는 행운이 함께 하기를 바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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