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내가 좋아서 하는 일/생태칼럼-용인시민신문

새 소리가 아니랍니다. 다람쥐 소리예요.

by 늘품산벗 2022. 8. 3.

2022.06.08

 

오랜만에 광교산에 올랐다. 거의 다 내려와서 많이 들어본 익숙한 소리가 났다.

“쪽 쪽 쪽 쪽”

새 소리가 아니라 다람쥐 소리라고 알고 있지만, 실제로 다람쥐가 소리를 내는 것을 본 적이 없었기에 좀 돌아가더라도 꼭 확인하고 싶었다.



소리가 들리는 쪽으로 향했다. 평소에 다람쥐는 나무 위로 높게 올라가기보다 땅에서 쪼르르 다니는 모습을 많이 보여줘 아래쪽을 유심히 살폈다. 그러나 이상했다. 분명 소리는 나무 위에서 나고 있었다.  이미 나뭇잎이 많이 우거져 나뭇가지 사이사이가 잘 보이지 않았지만, 그래도 혹시나 하는 마음에 소리가 들리는 쪽을 향해 목을 빼고 조심조심 살폈다. 필자의 움직임을 보고 있는지 조금이라도 가까이 가거나 움직이려 하면 바로 소리가 멈췄다. 조심성이 많은 다람쥐이다.

인내심을 갖고 아주 천천히 움직이며 소리가 멈추면 같이 움직임을 멈추고 다시 소리가 안정적으로 날 때까지 기다렸다가 조금씩 움직이기를 몇 번이나 했다. 마치 다람쥐와 ‘무궁화 꽃이 피었습니다’ 놀이를 하는 것 같았다. 마침내 꽤 높은 나뭇가지에서 다람쥐를 발견했다. 그리고 소리와 동시에 입이 움직이는 것까지 확인하고 나니 ‘이게 다람쥐 네가 내는 소리가 맞구나!’ 확신을 했다.

쪽쪽 거리는 소리를 매년 이맘때쯤 숲에서 흔하게 들었지만 실체를 확인하기는 처음이었다. 사진을 몇 컷 찍고, 동영상도 촬영했다. 눈으로 확인되지만 가까이 갈 수는 없어 카메라에 담긴 다람쥐는 아주 작게 찍힐 수밖에 없었다. 아쉬움에 조금 더 가까이 가자 다람쥐는 다른 나뭇가지로 옮겨가더니 결국 떠나버렸다. 

다람쥐라는 이름은 ‘달리다’ 라는 뜻으로 고어인 ‘ᄃᆞᆮ다’에서 나온 명사형 ‘ᄃᆞᄅᆞᆷ’과 쥐가 합쳐져 다람쥐가 되었다. 숲에서 재빠르게 잘 달리는 모습을 보고 지은 이름이라는 것을 알 수 있다. 다람쥐는 한자로 율서(栗鼠)·산서(山鼠)·송서(松鼠)·화서(花鼠)라고 하는데 서가 쥐를 가리키는 ‘쥐 서’자이다. 밤을 좋아해서 율서, 산에 살아서 산서, 소나무숲에 많아서 송서, 그리고 꽃처럼 예뻐서 화서라고 하지 않았을까. 우리가 흔히 청설모라고 부르는 청서는 털 빛깔이 진하고 푸른빛이 돌아 청서라고 했을 듯하다.

 

보통 비탈진 곳에 대각선 방향으로 1미터 가까이 땅속 깊이 굴을 파서 보금자리를 만드는데, 굴 속에 먹이를 모아놓기도 하고, 겨울잠도 자고, 새끼를 낳고 키우기 위한 육아방도 만든다. 나뭇잎을 넣어 잘게 잘라 폭신폭신하게 만든다.

보통 네다섯 마리 정도 새끼를 낳는다. 대부분의 새끼가 그렇듯이 처음에는 털이 하나도 없이 태어나지만 24일 정도 되면 눈을 뜨고, 두달 정도 되면 마구 뛰어다닐 정도로 활동력이 커진다. 갈색 털에 머리부터 등을 지나 꼬리 끝까지 다섯 개의 검은 세로 줄무늬가 특징으로 몸 길이와 꼬리 길이가 거의 비슷할 정도로 꼬리가 길다.


다람쥐도 소리를 내는데 평소에는 작고 둔탁한 찍찍 소리를 간혹 내다가 짝짓기 철이 되면 큰 소리를 쉬지 않고 낸다. 이때 내는 소리가 숲에서 들리는 ‘쪽 쪽 쪽 쪽 쪽’ 소리이다. 이 소리를 내는 정체에 대해서 수컷이 낸다고 하는 사람도 있고, 암컷이 낸다고 하는 사람도 있다. 직접 다람쥐에게 물어 확인할 수 없어 답답하다. 하지만 확실한 건 짝을 찾기 위한 소리임에는 틀림 없다. 언제 천적들이 들이닥칠지 모르는 상황에서 자신의 존재를 그렇게 드러내는 건 상당히 위험한 일로, 그런 위험도 감수할 수 있는 건 종족보존의 확실한 목적이 있기 때문이다.

다람쥐는 잡식이다. 앞발로 열매를 딱 잡고 입으로 딱딱한 껍질을 잘 깨어 먹는다. 열매도 먹고 작은 곤충들도 잡아 먹는다. 꽃을 따먹기도 한다. 심지어 뱀이나 개구리를 잡아먹기까지 하니 생각보다 센 동물이다. 작다고 마냥 얕보면 안 된다. 먹이를 한 번에 다 먹지 않고 입 안 볼에 한가득 담아 이동해 숨겨놓는다. 그리곤 냄새로 다시 찾아 먹는다. 미처 다 먹지 못한 열매가 싹이 터 나무로 자라기도 한다. 의도치 않게 씨앗을 퍼트려 숲이 확장되고 풍성해지는 것을 돕는 역할을 한다.

잠이 많은 편으로 겨울잠은 10월부터 4월까지이다. 가을에 평균기온이 섭씨 10도 아래로 떨어지면 겨울잠에 들어간다. 그런데 그 기간 동안 계속 자는 것이 아니라 가수면이라 해서 중간에 깨어나 잠자기 전 숨겨둔 먹이들을 찾아내 먹기도 한다. 잠자다가 배고프다고 깨어 간식 챙겨 먹는 아이들 같다.

‘찰리와 초콜릿 공장’이라는 영화에 보면 다람쥐가 초콜릿 공장에서 일하는 것으로 나온다. 호두 껍질을 까고, 상자에 넣고, 사람을 골탕 먹이고 하는 장면이 나오는데 이 모두가 진짜 다람쥐를 훈련시켜서 얻은 장면이라고 한다. 팀버튼 감독과 제작진도 대단하지만 다람쥐도 정말 대단하다. 그런데 그 영화에 나오는 다람쥐는 우리 다람쥐하고 좀 다르게 생겼다. 오히려 우리나라 청서와 비슷한 외모로 털색만 갈색인 것처럼 생겼다. ‘아. 미국 다람쥐는 저렇게 생겼구나’ 하며 영화를 봤던 기억이 있다.

세계적으로 우리나라 다람쥐가 가장 예쁘다고 한다. 그래서 1960년대부터 1980년대까지 외화벌이 수단으로 일본과 유럽으로 수출되기도 했다. 그런데 그 과정에서 무분별한 남획으로 국내에선 다람쥐 개체수 감소가 문제가 되었고, 해외에선 생태계 교란과 ‘라임병’ 같은 질병 전파 문제를 일으키기도 했다. 다행히 이러한 문제가 알려지면서 1991년 다람쥐 포획이 전면 금지되었다.

현재 다람쥐는 유럽연합에서 세계 100대 외래 침입 야생동물 종으로 지정돼 엄격한 관리를 받고 있다. 우리 귀여운 다람쥐가 인간의 욕심으로 천덕꾸러기 대접을 받게 된 것이다. 역시 자연은 자연에 있어야 한다.

출처 : 용인시민신문(https://www.yongin21.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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