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6.08.08
어른들과 숲을 다니다 보면 꼭 질문을 받는다. “어디에 좋아요?”, “항암효과가 있다는데 정말인가요?” 전문 한의사나 약초를 전공한 학자가 아니기에 식물의 약효에 대한 이야기는 상당히 조심스럽다. 잘못된 정보나 확실하지 않은 정보를 전하는 것이 더 위험하다고 생각하기에 아예 그런 이야기는 하지 않는다. ‘약은 약사에게 진료는 의사에게, 그리고 숲의 생태 이야기는 저와 함께 나누어요’를 좋아한다. 그런 점에 있어 이번 나무 이야기는 지극히 개인적인 경험에서 우러나온 이야 기로 모든 경우에 적용할 수 없음을 밝히고자 한다. 이런 무리수를 두며 글을 쓰는 이유는 열대야가 일주일 이상 지속되고 한낮의 기온은 섭씨 33도를 넘어서고 있는 요즘 시점에서 간절히 생각나는 나무가 있어서다. 바로 열을 내리는데 특효인 칡이다. 칡은 풀처럼 보이지만 바닥을 기거나 다른 나무를 감고 올라가는 덩굴나무이다. 전에 작은 장뇌삼 뿌리를 우연히 얻게 됐는데 정말 새끼 손톱만한 크기의 장뇌삼 뿌리였다. 한입에 씹어 먹으며 ‘요렇게 작은 거 먹는다고 뭐 얼마나 좋아 질려나’ 했다. 그런데 그날 밤부터 이상한 일이 일어났다. 머리끝부터 발끝까지 온 몸에 열이 나고 가려워지기 시작했다. 평소 열이 많은 체질로 소위 약발 또한 잘 받는 몸이다 보니 반응이 세게 올라온 모양이다. 일주일이 지났지만 전혀 가라앉지 않았다. 결국 아는 한의사에게 전화를 했고 처방은 간단했다. “칡즙을 드세요”였다. 온몸이 화끈거리게 열이 오르고 가렵던 게 칡즙을 먹으면서 신기하게도 열이 떨어지고 가려운 부분이 줄어들기 시작했다. 사나흘 만에 씻은 듯이 사라졌다. 신기했다. 사람을 분류하는 기준은 여러 가지 있겠지만 필자는 가끔 사람들을 ‘칡파’와 ‘쑥파’로 나눈다. 몸에 열이 많은 사람들에겐 칡이 좋아 칡파요, 몸이 찬 사람에게는 쑥이 좋아 쑥파다. 네 식구 모두 열이 많은 칡파인 우리 가족은 평소와 다르게 몸에 이상이 생겨 열이 많아 고생할 땐 칡즙이나 칡차를 마셔주는 게 도움이 된다.
그래서 매년 가을이나 봄이 되면 남편은 칡을 캐러 친구들과 함께 삽을 들고 나가는 즐거움을 갖는다. 캐온 칡은 잘 씻어 말려 쟁여놓는다. 봄이 돼 몸이 노곤할 때 큰 주전자에 끓여 물처럼 자주 마시고, 아이들 찬 바람 쐬고 와 몸에 열이 나거나 피곤에 지치고 힘들 때 달달한 맛을 느끼며 차 한잔 마시곤 한다. 칡은 확실히 열을 내리는 데 효과가 있다. 그런 칡에 요즘 꽃이 피었다. 무성한 잎이 덮어버린 들판을 지나갈 때면 향기로운 좋은 냄새가 난다. 무엇일까 찾아보면 보라색 자주색 꽃이 피어있는 것을 어렵지 않게 발견할 수 있다. 같은 콩과 식물답게 아까시꽃을 닮았고 등나무꽃을 닮았다. 이 꽃이 지고 나면 콩 꼬투리처럼 생겼지만 갈색 털이 나있고 쪼글쪼글하면서 얄팍한 열매가 달린다. 칡 잎은 세장이 모여 한 잎을 이룬다. 그런데 자세히 들여다보면 참 재미있는 것을 발견할 수 있다. 세장의 잎이 삼각형처럼 모여 있는데 잎자루를 중심으로 양쪽으로 퍼진 잎과 잎자루 끝에 혼자 달린 잎 모양이 다르게 생겼다. 가운데 잎은 마름모꼴로 생겼고 주맥을 중심으로 포개보면 서로 들어맞는 대칭의 모양이다. 그러나 양쪽에 달린 잎은 마치 어릴 때 꼈던 벙어리장갑이나 삐딱한 마름모처럼 생겼다. 보통 나뭇잎이나 풀잎을 보면 가운데 주맥을 중심으로 서로 대칭의 모양을 갖는데 반해 양쪽에 달린 잎은 잎맥을 중심으로 서로 다르게 생겼다. 그래서 필자는 ‘짝궁뎅이’라고 부른다. 그러면서도 양쪽의 잎은 서로 잎자루를 중심으로 대칭이다. 이처럼 칡 잎은 수학의 도형적 개념인 대칭과 비대칭을 이야기하기에 아주 딱인 소재다. 칡은 한자로 갈(葛)자를 쓴다. 또 등나무는 한자 등(藤)자를 쓴다. 둘 다 누군가를 감고 올라가는 나무다. 칡은 시계 반대방향으로 감아 오르고, 등나무는 시계방향으로 감고 오르니 언젠가 둘은 만나게 돼 있다. 이렇게 둘이 부딪치는 상황을 빗대어 만든 말이 ‘갈등’이라는 말이다. 그런데 자연에서 둘이 만나는 상황을 본 적이 아직 없다. 아마도 둘이 사는 환경이 달라 서식지가 겹치지 않는 모양이다. 자연스럽지 않게 등나무와 칡을 몰아넣으니 갈등이 생기는 것처럼 자연스럽지 않은 개입이 갈등의 원인이 되고 문제를 일으킨다. 자연스럽게 놔두는 것이 최상인 경우가 많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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