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2023.03.17
스무살, 담배를 피워본 적이 있다. 호기심에, 어른들이 피우는 담배라는 것을 한번 물어봤다. 호기롭게 친구들과 담배를 한 개피씩 나눠 갖고 둘러앉아 불을 붙이곤 쭉 빨아들였다. 그 독한 냄새와 연기에 내 기관지는 심하게 요동치며 거부반응을 표현했고, 난 그것을 받아들여 그 이후로 절연했다.
담배와의 두 번째 만남은 농활이라 칭하는 농촌봉사활동에서였다. 충북 보은의 농촌마을이었는데, 논농사보다 밭농사가 많았다. 주로 고추와 담배농사였다. 여름방학을 맞아 찾아간 농활에서 주로 빨갛게 잘 익은 고추 따기와 담배밭에 콩 심기가 주된 농사일이었다.
그때 담배란 식물에 대해 처음 알게 되었다. 담배는 사람 키보다 더 높이 자라는 키가 큰 풀이다. 우리가 먹는 상추 중에 담배상추란 품종이 있는데, 정말 담뱃잎은 상춧잎과 닮았다. 다만 크기가 월등하게 크다 생각하면 된다. 피우는 담배는 그 담배의 잎을 따서 말려 가공을 해서 만든다. 상추처럼 아래부터 잎을 따 올라가며 수확하게 되는데, 여름에 콩을 심을 때 쯤이면 아래 몇 단은 수확을 끝내고 대만 남아 양쪽 이랑에 심은 담배가 터널을 만든다.
그래서 그 아래에 콩을 심어놓으면, 담뱃잎을 다 수확해 더 이상 키우지 않아도 될 즈음 콩은 싹이 터 자랄 시점이 된다. 잎을 다 따버린 담배 줄기를 뽑아버리고 나면, 이젠 담배밭이 아니라 콩밭이 되는 것이다.
담배밭에 콩을 심는 것은 결코 쉬운 일이 아니다. 담배와 담배 사이가 터널처럼 이어져 있는 이랑 아래 고랑을 무릎으로 기거나 아니면 쪼그리고 오리걸음 하듯이 걸어가며 양쪽의 담배 밑에 콩을 심는다.
허리 아프다고 무릎 아프다고 몸을 피거나 일어나다간 자칫 잘 자라고 있는 담뱃잎을 건드려 찢어버리기 일쑤였다. 그저 웅크리고 있어야 했다. 어떤 밭은 길이가 125미터나 되어 몸을 일으키지도 못하고 기어서 콩을 심으며 그 긴 밭을 통과해야 했다.
벌써 30년 가까이 시간이 지났건만 그때의 힘든 기억이 어찌나 강하게 남아 있는지 ‘125’라는 숫자를 잊지 못한다. 젊었고, 친구들과 함께였기에 버틸 수 있었다.
담배 터널을 통과하다 보면 잎과 줄기에서 나오는 끈적끈적한 진 때문에 옷이며, 머리가 온통 끈적끈적해진다. 그때 알았다. 담뱃잎에서 끈적한 액체가 나온다는 것을, 그리고 생 담뱃잎에서도 담배 특유의 냄새가 난다는 것을.
담배는 고추, 토마토, 가지, 감자와 같은 가지과로 따뜻한 지역에서 잘 자라는 풀이다. 원래 여러해살이풀인데 우리나라에선 일년생으로 키운다.
담배모자이크바이러스라 해서 역사상 최초로 발견된 바이러스가 바로 이 담배에서 발견되었다. 보통 가지과 식물 잎에 나타나는 병인데, 잎의 엽록소를 파괴하여 식물의 성장을 저해하고 얼룩덜룩하게 만든다. 필자도 텃밭에서 많이 보았던 잎병이다.
갑자기 담배 이야기를 하게 된 것은 최근에 담배를 생각하게 한 계기가 있었다. 동백동행정복지센터 주차장에 주차한 일이 있었다. 그런데 그곳에서 누군가가 정말 이삼백 개는 족히 됨직한 양의 담배꽁초를 주차장 바닥에 버리고 간 것을 보게 되었다.
이렇게 모아놨으면 쓰레기통에 잘 버리면 될 걸 굳이 이렇게 바닥에 일부러 내버리고 간 심보에 충격을 받았다. 본인 차에 담배꽁초를 놔두기 싫었던 이기적이고 비양심적인 행동으로밖에 생각할 수 없었다.
길거리에 버려지는 담배꽁초 하루 1247만개
이해가 안 되는 것은 또 있다. 흡연하다가 담배꽁초를 아무렇게나 버리고 가는 행태다.
길가며 피다가 버리고, 차안에서 피다가 차 밖으로 던져 버리고, 삼삼오오 모여서 피다가 자리를 뜨면서 바닥에 던져 버리는 사람들이 너무나 많다. 오로지 자신의 손에서 벗어나기만 하면 된다는 무책임이다. 그 꽁초가 버려져 어디로 갈지 어떤 모양으로 있을지에 도통 관심도 양심도 없다.
환경부에 따르면 국내에서 매년 45억5155만개, 하루 평균 1247만여 개의 담배꽁초가 길거리에 버려진다. 세계보건기구(WHO)는 연간 전 세계에 버려지는 담배꽁초를 4조 5000억 개로 추산하고 있다.
버려진 담배꽁초들은 여러 과정을 거쳐 결국 바다로 향하게 된다. 해안가에서 발견되는 쓰레기 중 단일품목으로 가장 많다. 그러나 담배의 여정은 결코 바다에서 멈추지 않는다.
먹이사슬에 의해 돌고 돌아 결국 인간에게 다시 돌아온다. 담배꽁초 필터는 대부분 플라스틱의 일종인 ‘셀룰로오스 아세테이트’로 만들어지는데, 긴 여정 끝에 작게 쪼개져 미세플라스틱이 된 후 어패류의 몸 속에 들어가고 그것이 우리의 식탁에 오르기 때문이다.
담배에 포함된 7000여 종의 독성·유해물질 또한 무시할 수 없다. 그중 발암물질이 50가지로 수생생물에 치명적이다. 대표적인 독성물질인 니코틴은 꽁초로 버려지면서부터 토양을 오염시키고 물을 오염시킨다.
지난해 한강물 조사 결과를 보면 커피로 인한 카페인과 담배로 인한 니코틴, 그리고 항생제로 인한 약성분이 많이 검출되었다고 한다. 물이 이러니 이제 담배는 흡연가뿐만 아니라 비흡연자들, 수많은 생명들에게 영향을 미칠 수밖에 없다.
개인이 좋아서 하는 흡연이라면 끝까지 책임을 져야 한다고 생각한다. 본인만 좋아라 하고 남에게 피해를 준다면 이건 마땅히 존중받지 못할 기호다. 흡연가들이 존중받기 위해선 자신의 행동에 책임을 져야 한다.
담배꽁초를 함부로 쉽게 버리는 습관을 버려야 한다. 요즘 유행하는 휴대용 재떨이를 사용해 차곡차곡 잘 모았다가 반드시 쓰레기통에 버려주길 당부한다. 비흡연자로서 담배와는 어떠한 곳에서도 마주치고 싶지 않다
출처 : 용인시민신문(https://www.yongin21.co.kr)
'글쓰기 > 환경 이야기' 카테고리의 다른 글
냉장고 문에 메모판 하나 붙였을 뿐인데 (0) | 2025.02.28 |
---|---|
갈치 뱃속에서 험한 것이 나왔다 (0) | 2025.02.28 |
물순환촉진법, 용인에선 어떻게 시행되는가 (0) | 2025.02.28 |
쓰지도 않는 데, 많아도 너무 많다. (0) | 2025.02.28 |
인간이 만들어낸 그 어떤 것도 친환경적이지 않다 (0) | 2022.11.26 |
댓글